남다른 바이오 열정…대학 찾아 바이오 홍보 자처
글로벌 20위권 진입 가시권…2025년 10위 목표

[엔터미디어 이진성 기자] 지난해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일군 바이오산업 성과가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지난 2002년 창업한 이후 신약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시장에 올인할 당시만 해도 셀트리온의 성공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국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비용이 글로벌 제약사 한 곳의 R&D 비용에도 미치지 못한 현실에서 신약이 아닌 복제약시장 진출은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은 게 사실이다. 

이러한 우려에도 셀트리온은 2021년 현재, 신약 개발 능력까지 갖춘 국내 주요 제약기업으로 입지를 다진 상태다.

정부 및 제약 관계자들은 서정진 회장이 시장의 우려가 불거질 당시에도, 전혀 게의치 않았다고 전한다. 서 회장의 주머니 속에는 항상 직접 정리한 셀트리온의 기술력과 미래를 담긴 메모가 담겨 있었는데, 현재 그 모습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사진제공=연합뉴스

◆ 남다른 바이오 열정…대학 찾아 바이오 홍보 자처

서 회장은 셀트리온의 기술력을 직접 홍보하고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서 회장은 정부 및 업계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할 때면 손수 정리한 자사의 미래가 담긴 쪽지를 내보이며 회사의 경쟁력 등을 설명했다. 이 쪽지에는 셀트리온의 현재 위치와 미래의 청사진이 담겨 있었으며, 그 과정을 이루기 위한 전략이 담겨있다고 했다. 

서 회장과 인연이 깊은 전 정부 고위관계자는 "서 회장은 관련 업무로 미팅을 하면 꼭 주머니속에서 메모가 빼곡한 쪽지를 꺼내 보이며 셀트리온의 파이프라인 등을 설명하기 바빴다"면서 "얼마나 오래 들고다녔는지 꾸깃꾸깃해진 쪽지에는 셀트리온의 타깃시장 규모와 글로벌 제약사 10위권 진입 과정 등이 매우 구체적으로 담겨있어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업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직접 대학을 찾아 강연에 나서는 등 바이오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경희대학교 국제캠퍼스를 찾아 학생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기도 했는데, 기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벗어나 바이오 신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학생들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은퇴를 바로 앞둔 시점에서도 바이오 시장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서 회장은 앞으로 셀트리온을 떠나 다시 스타트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이어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격진료 등에 활용 가능한 피 검사 사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셀트리온에 이은 또다른 바이오 신화가 그려질 지 주목된다.

◆ 글로벌 20위권 진입 가시권…2025년 10위 목표

업계에서는 셀트리온그룹의 작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영업익 2조원을 넘어 글로벌 제약사 20위권(영업익 기준)에 진입하고, 2025년 10위권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서 회장을 만난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이 목표가 실제 실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 작년 셀트리온의 3분기까지의 연결기준 누적 매출은 1조3504억원, 영업이익은 5474억원에 달한다. 이는 2019년 연간 매출 1조1284억원, 영업이익 378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파이프라인까지 힘을 더할 경우, 서 회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이 나올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9일 식품의약푼안전처에 자사가 개발한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CT-P59, 성분명 레그단비맙)의 조건부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식약처는 40일 이내에 허가 절차를 끝낼 방침으로, 승인될 경우 회사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전 세계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중 릴리, 리제네론에 이어 세 번째로 허가당국에 사용 승인을 신청한 사례다.

제약업계 고위관계자는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사용이 승인되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신약 제약사로도 경쟁력을 입증하게 된다"면서 "수년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전문 연구인력을 대거 놀려온 서 회장의 전략이 통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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