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4대 시중은행 영업점포 1~2월에만 26곳 통폐합
디지털 자산, 마이 데이터·페이먼트업 등 디지털 사업 적극 진출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시중은행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영업점포 및 직원 대규모 감축에 나설 전망이다. 대신 디지털 자산, 간편인증, 마이 데이터·페이먼트업 등 디지털 분야 사업에 진출하는 동시에 관련 인력 영입 및 양성, 핀테크와 협업, 예산 확대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 등 주요 4대 시중은행은 이달과 다음달 중 영업점 26곳을 통폐합할 예정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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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은 이달 25일까지 영업점 20곳을 통폐합 할 계획이다. 또 신한은행은 다음달 1일 3개 점포의 문을 닫을 예정이고, 하나은행은 늦어도 다음달까지 서울 용산구 이촌동과 강남구 역삼동 소재 영업점을 통폐합해 점포 2개를 줄일 계획이다.

또 우리은행도 이달 중 경기 분당 정자지점 1곳을 없애고, 상반기 17곳, 하반기 17곳 총 34개의 점포를 올해 통폐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전년 실적을 반영해 올해 점포 계획을 3월부터 수립할 예정이다.

시중은행의 점포 통폐합 바람은 지난해에도 거셌다.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전국 점포 수는 2019년 말 4640개에서 지난해 말 4424개로 216개가 감소했다. 이는 2018년 38개, 2019년 41개가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가 넘는 수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의 점포 통폐합은 자연스럽게 직원 구조조정으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말 우리은행 희망퇴직 신청자는 무려 470명으로 전년도 퇴직자 305명 대비 50% 넘게 증가했다. 또 하나은행 희망퇴직 신청자는 511명, 농협은행은 496명으로 전년 대비 약 40% 늘었다.

지난해 시중은행들은 직원수 감축을 위해 파격적인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했다. 실제 시중은행들의 지난해 하반기 퇴직금 지급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하반기 국내 은행 퇴직급여 규모는 9375억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 8830억원 대비 6.2% 증가했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고, 유럽발 재정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9225억원보다도 많은 금액이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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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시중은행들은 지점·직원을 감축하는 반면, 디지털 역량 강화에 그야말로 사활을 걸고 있다.

신년사를 통해 허인 국민은행장은 “혁신적인 디지털 KB를 만들어간다”며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전환 성공 여부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고 밝혔다.

또 지성규 하나은행장도 “금융의 변곡점을 돌파하고 디지털과 글로벌 시대를 주도하는 리더로 우뚝 서자”고 말했고, 권준학 농협은행장은 취임사를 통해 “디지털 금융 혁신은 농협은행의 미래가 달린 생존 과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부문의 예산과 인력 운용의 자율성을 내규나 법률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빅테크(Big Tech)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이 기존의 인터넷 전문은행과의 경쟁은 물론이고, 올해부터는 빅테크업체들과의 경쟁이 본격화 한 것으로 전망했다.

또 최근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디지털 자산, 간편인증, 마이 데이터·페이먼트업 등 다양한 디지털 사업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인재 영입 및 양성, 핀테크와 협업, 예산 확대 등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의 영업점 방문이 줄어들면서 시중은행들의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점포를 줄일 수밖에 없고, 대형 점포가 줄면서 행원 감축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대신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고객의 금융 서비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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