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정기 예금 금리 0.3% 시중은행 중 ‘최저’
은행에서 빠져 나간 현금 주식 투자로 시장 ‘과열’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시중은행의 낮은 정기 예·적금 금리로 갈 곳을 잃은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지적하며, 장기적 계획 없이 단기 수익성만 기대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15일 우리은행은 주력 정기 예금 상품인 ‘우리SUPER정기예금’과 ‘시니어플러스 우리예금’ 금리를 낮췄다.
우리SUPER정기예금 금리는 1년 만기 기준으로 종전 연 0.90%에서 연 0.65%로 0.25%포인트 감소했고, 시니어플러스우리예금(회전형·즉시연금형)은 12개월 기준 기존 연 0.55%에서 연 0.30%로 0.25%포인트 낮췄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주요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 상품 금리를 보면 1년 만기 기준 최저 금리 0.3%에서 최대 0.9%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예금 금리가 0%대라는 것은 예를 들어 은행에 1년 동안 1000만원을 예금해도 10만원의 이자도 받기 어렵다는 의미다.
상품별로 보면 이번에 금리를 인하한 우리은행의 시니어플러스우리예금이 주요 5대 시중은행 예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낮았고, 뒤를 이어 우리은행 ‘WON 예금’ 0.45%, 하나은행 ‘리틀빅 정기예금’ 0.5%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대부분의 상품들이 0.6%에서 0.65% 수준의 금리를 유지했고, 신한은행의 ‘미래설계 크레바스 연금예금’과 하나은행 ‘하나원큐 정기예금’이 0.9%로 가장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은행들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673조7286억원으로 2019년 말 685조7160억원 대비 11조9874억원, 2% 감소했다.
이는 2018년 말에서 2019년 말 사이 50조원 가까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큰 감소 폭이다.
은행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시작 이후 지난 11일까지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무려 19조5870억원이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대로 낮지만, 예금주가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대기성 자금 성격의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갖고 있어 통화성예금이라고도 한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작과 함께 짧은 기간 사이에 20조원이 가까운 현금이 은행에서 이탈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새해 첫 거래일 2900포인트를 돌파한데 이어 개인투자자의 폭풍 매수에 힘입어 5거래일만에 사상 최고치인 3260포인트까지 기록했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10시1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3122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전일 대비 개인 투자자가 6170억원 증가한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4652억원 감소했고, 기관 투자자도 1454억원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됐다고 지적하며, 시장의 높은 기대치만 보고 섣불리 투자에 나서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경기는 부채 수준이 높고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충격에도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투자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한 것은 환영하지만, 장기적 투자 계획없이 지금의 기대치만 보고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며 “다른 금융산업보다 주식시장은 리스크가 큰 만큼 단기 성과만 노리고 주식투자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