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옥죄기’ 두고 시중은행은 고민 중
“소상공인, 서민 등 급전 공급 정책 필요”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옥죄기’ 카드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은행의 대출규제가 서민들의 급한 돈줄을 막을 수 있어 당장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가계를 대상으로 생활자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서울보증보험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각 항목당 0.1%포인트씩 낮추고,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이 보증하는 신한전세대출도 상품조정률을 0.1%포인트 인하한다.

신한은행은 이보다 앞서 15일에도 ‘엘리트론Ⅰ·Ⅱ’, ‘쏠편한 직장인대출SⅠ·Ⅱ’ 등 직장인 신용대출 4개 상품의 건별 최고한도를 각각 5000만원씩 낮췄다. 또 소득과 신용도 등에 따라 각각 2억원, 1억5000만원으로 나뉘는 해당 상품의 최고 한도가 각각 1억5000만원, 1억원 등으로 인하했다.
지난해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은 연말부터 대출규제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말 기준 예금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2019년말 대비 100조5000억원이 증가해 2004년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의 대출규제로 주춤했던 대출 증가세는 올해 초 또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대출 옥죄기’ 카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 14일 기준 135조5286억원으로 지난달 말 133조6482억원 대비 1조8804억원 증가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주문한 월별 신용대출 증가액 2조원을 9영업일 만에 95% 가까이 소진한 금액이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저금리와 주식시장 호황이 겹치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판단하고 ‘가계대출 총량관리’ 압박에 나섰다.
하지만 서민들이 대출 자금을 실제 어디에 사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도 함께 급증했다. 이는 단순하게 지난해 돈을 빌린 모든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지난해 저축은행 가계대출은 2019년 대비 5조5000억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여신금융사 가계대출도 4조3000억원 늘었다. 또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로 알려진 보험사의 가계대출까지 1조7000억원 올랐다.
금융권에서는 시중은행의 대출규제가 당장 급전이 필요한 서민·소상공인들의 돈줄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주식,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 유입되고 있는 유동성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의 실물경제와 괴리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자영업자와 가계에 생활자금 등 급전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조건 대출한도를 줄이고 금리를 높여 대출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 소상공인, 가계 등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