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예·적금 금리 0.2% 포인트 인상 ‘이례적 결정’
“올해 상장 앞두고 수신상품 강화 통한 고객유치 나서”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을 잡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영업수익 중 이자이익의 비중이 99.9%일 정도로 대출의 비중이 높은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부터 환전업무, 주식계좌 개설 등 다양한 부문의 수익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번 예·적금 금리 인하도 수신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해 고객 유치 전략으로 보여진다.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사진제공=카카오뱅크

지난 20일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 만기 6개월 미만 정기예금은 0.1%포인트 올렸고, 만기 6개월 이상 정기예금은 0.2%포인트 인상했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카카오뱅크의 예·적금 상품 금리는 1~1.2%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저금리 장기화로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뱅크의 금리 인상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은행별로 1년 기준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주요 시중은행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0.6~0.9% 수준을 보였고, 하나은행이 0.5~0.9%의 금리를 유지했다. 최근 예·적금 금리를 인하한 우리은행은 0.3~0.65%로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예금 금리는 주요 시중은행보다 높았다. 케이뱅크는 0.9~1.3%로 시중은행들과 비교했을 때 최대 1%까지 높은 금리를 보장하고 있고, 카카오뱅크도 이번 금리 인사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1.2%까지 올랐다.

카카오뱅크의 이번 예·적금 금리 인상은 저금리로 이자가 거의 없어 시중은행을 빠져나가는 현금을 끌어 들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주요 5대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잔액은 673조7286억원으로 2019년 말 685조7160억원 대비 11조9874억원, 2% 감소했다. 이는 2018년 말에서 2019년 말 사이 50조원 가까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큰 감소 폭이다.

시중은행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현상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시작 이후 지난 11일까지 주요 4대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무려 19조5870억원이 감소했다.

금융권에서는 저금리로 시중은행을 빠져나간 현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예·적금 상품 금리 인상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수신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예·적금 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미지제공=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이미지제공=카카오 홈페이지 캡처

일각에서는 카카오뱅크 영업수익의 대부분이 이자수익에 쏠려 있어 인터넷전문은행 아니라 인터넷 대부업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당기순이익이 458% 불어난 카카오뱅크는 은행의 대표적 수익인 이자이익의 비중이 무려 99.9%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수수료이익의 비중은 0.1%에 불과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의 비중이 국민은행 88%, 신한은행 87%, 하나은행 89.1%, 우리은행 86.4%, 농협은행 89.7%로 이자이익의 비중이 높지만 8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시중은행들도 수수료이익 등 비이자이익을 늘릴려고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출범한지 얼마되지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수수료이익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올해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뱅크는 출범 초기 대출부문 강화에 집중했고, 지난해부터 환전업무, 주식계좌 개설 등 다양한 부문의 수익성 강화에 나섰다”며 “이번 예·적금 금리인상으로 수신상품 경쟁력 강화를 통한 고객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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