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은행이 동참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은행의 공익적 역할과 규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고, 실효성도 크지 않는 주장이 나왔다.

22일 키움증권 서영수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 이자를 낮추도록 하거나, 영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하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배당 규제 이어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정부가 개입해서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고, 지금은 부채 관리를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하는 시점이다”라고 밝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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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은행이 규제 산업이자 보호 산업인 이유는 때로는 생명까지 구할 수 있는 대출이 지나치게 사용하면 갚지 못해 개인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있고, 나아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영국 등 금융의 역사가 오래된 대부분의 선진 국가는 금융소비자 보호 명목으로 대출의 접근을 어렵게 하고, 대출 한도를 제한하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해 DSR을 적용하고 원리금을 분할 상환 하도록 규제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대출 상품이 소비자 피해가 거의 없는 소비재라면 정부가 이처럼 규제할 명분은 없다.

최근 정치권에서 은행의 대출 이자를 낮추도록 하거나, 나아가 영업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해야 한다는 하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배당 규제 이어 은행업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의 피해가 특정 산업에 집중된 반면 이에 대한 지원이 재정보다는 은행을 통한 민간 대출 형식으로 진행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심화된 점을 고려해 볼 때 일면 타당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은행의 공익적 역할과 규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고 실효성도 크지 않은 방안으로 판단된다.

공리적 측면에서 규제 차익이 크다면 가능하지만, 규제의 부작용이 크고 법적 한계가 있다면 단지 뉴스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정부가 개입해서 금리를 낮춘다는 것은 정부가 대출을 확대하도록 유도하는 것과 같다. 과도한 가계부채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부가 은행에게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정책적인 측면으로 보더라도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부채 관리를 통해 위험을 줄여야 하는 시점이다.

또 코로나 위기 이후 늘어난 은행 대출의 상당 부분이 서민의 생활자금, 개인사업자의 투자자금 보다는 부동산 등 자산 투자에 주로 이용됐다는 점이다. 즉 의도와 달리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여기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대출 이자를 낮추면, 은행 예금 금리도 낮아짐에 따라 예금자에게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은행 고객 중에 서민의 비중을 비교해 본다면 당연히 대출 고객 보다 예금 고객이 많다. 정부가 민간 은행을 인수해 국책 은행화 하지 않으면 또 다른 서민의 피해를 막을 방법이 없다.

이런 이유로 금융당국은 은행의 고유 기능 내 공익적 역할 강화를 유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자금 배분의 주체인 은행이 자산 투자 등 비효율적인 곳에 공급하는 것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신용대출에 대한 원리금 분할 상환 대출 도입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아울러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비효율성을 제고, 성장 잠재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사상 최저 수준의 연체율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에 달한다면 구조조정 지연이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감독당국은 업무 계획을 통해 은행의 역할 강화를 할 수 있도록 감독을 강화하도록 밝힌 바 있다. 국내 대형 금융지주의 2020년 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충당금 수준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절반도 못 미치고 있다.

균형 있는 자금 배분과 적절한 구조조정은 은행의 체력을 강화, 은행의 고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 은행 업종을 좀 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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