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교보생명 주식 가치 평가한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기소
FI, 약속대로 상장하지 않은 신 회장 사기로 고발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검찰이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해 주식 가치를 평가한 딜라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FI 임직원을 기소한 가운데 FI 측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사기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된 법적 공방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9부는 지난 18일 교보생명 FI의 풋옵션 행사와 관련해 평가기관으로서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부풀려 평가한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과 FI 임원들을 공인회계사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교보생명 본사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제공=교보생명
교보생명 본사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사진제공=교보생명

신 회장 측은 안진회계법인의 공인회계사들이 직무를 행함에 있어 FI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용역을 수행해 공인회계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은 공정시장 가격보다 어느 정도 높은 가격으로 협상하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FI측이 안진회계법인의 평가금액을 근거로 협상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에 안진회계법인이 산정한 평가금액의 부당함을 제기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회사 손해 축소에 시급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FI 측은 안진회계법인 회계사 등 전문가들의 주가 가치평가는 적법하고 정상적이었고, 오히려 신 회장이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하고 상장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FI는 지난 13일 서울중앙지검에 특정 경제 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따른 사기 혐의로 신 회장을 고발했다.

결국, 신 회장과 FI의 길고 지루한 법적 공방이 시작된 셈이다.

이들의 악연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FI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내놓은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주당 24만5000원, 총 1조2054억원에 인수하며,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IPO)하지 못 할 경우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조건으로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교보생명이 시장 악화 등의 이유로 IPO를 하지 못했고, FI는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했다. 이때 풋옵션 가격 평가기관으로 안진회계법인이 참여했다.

당시 딜라이트안진은 교보생명의 주식 가치를 주당 40만9000원으로 평가했고, 신 회장 측은 평가가 잘못됐다고 반발하며 주당 20만원에도 못미친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총 매매가 격차가 1조원 정도 발생한 것이다.

결국, 신 회장과 FI는 2019년 3월 대한상사중재원(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ICC는 각종 경제 분쟁을 중재·조정하는 국제기관이다.

아직까지 ICC의 중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ICC의 중재가 FI에 유리한 쪽으로 판결이 난다면, 신 회장은 FI의 지분을 다시 사들이기 위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교보생명의 지분 33.78%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하고, 이로 인해 경영권에까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당초 풋옵션 행사 가격에서 시작된 신 회장과 FI의 분쟁이 각각 사기와 회계사법 위반 혐의 고발로 번진 만큼 향후 ICC의 중재가 나와도 풋옵션 행사를 둔 양측의 꼬리의 꼬리를 무는 법적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창재 회장과 FI의 극적인 합의가 없는 한 ICC의 중재가 나와도 이들의 법적 분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1조원에서 많게는 2조원 이상의 분쟁인 만큼 법원도 신중할 수밖에 없고, 결과가 어찌됐든 양측의 항소는 계속 이어질게 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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