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가격 고민 의미 없어져…건보 재정 악화 우려도

사진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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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미디어 이진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 비용 분담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경우 결국 다른 국가 대비 비싼 가격에 구매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수 천만명이 접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건보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추진중이다. 건보 예산과 정부 예산을 각각 7대3의 비율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건보 적용을 암시하는 것으로, 조만간 가입자 단체가 함께하는 건정심을 통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문제는 건보 적용으로 인해 백신 등을 들여오는 가격이 더 비싸게 책정돼 건보 재정 악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주로 제약사들은 약가 책정시 비밀을 원칙으로 하지만 해당 국가의 정책 및 경제 상황, 유사의약품, 구매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격 책정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코로나19 백신은 나라마다 가격이 제각각이다. 가령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만든 백신의 1회 접종분의 경우 유럽연합(EU)이 18달러(1만9830원)로 미국보다 20% 비싸다. 존슨앤존슨 백신도 EU가 10달러(1만1000원)정도로 미국에 비해 4.6%높았다. 반면 프랑스 제약회사인 사노피 백신은 유럽이 약 9달러(9900원)로 미국보다 11.4% 낮았다. 

아직 국내 제약사의 백신이 없는,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가격 협상 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정부가 전 국민의 백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만큼, 백신을 가진 제약사들이 굳이 가격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전 국민 무료 접종을 언급하면서, 제약사들이 굳이 가격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졌다"면서 "앞으로 가격 협상 테이블에서 제약사 조건에 맞출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보공단 내부에서도 약가 협상서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감지된다. 한 건보 직원은 "백신이 시급한 것은 우리쪽이고, 어차피 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겠다고 한만큼, 제약사들이 국민들의 접종 여력 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맞다"면서 "매년 수 천만명의 접종 비용이 청구될 것인데 건보 재정 악화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은 급속한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 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이른바 '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더해져 적자 규모가 커지고 있다. 실제 건강보험은 2011~2017년 줄곧 흑자를 이어오다가, 문 케어가 본격화된 2018년 177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적자는 2조8243억원으로 역대 최대였고, 지난해에는 1~3분기에만 2조629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백신까지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면 연 2조원 가량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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