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배당은 전년보다 줄어
“지나친 관치, 건전성 훼손과 이사회·주주들 반발 살 것"

[엔터미디어 박재찬 기자] 금융위원회가 올해 6월 말까지 은행권 배당 성향을 순이익의 20% 이내로 권고하면서 금융지주와 은행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자본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경영에 과도하게 관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의 관치가 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고, 이사회나 주주들의 반발을 살 수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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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올해 6월 말까지 은행권의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번 권고안에는 국내 은행 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이 지주회사에 배당하는 것은 예외이고, 정부가 손실을 보전하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도 권고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9년 4대 금융지주의 배당을 보면 신한금융지주가 배당 성향 26%로 주당 현금배당금 1850원, KB금융지주 배당 성향 26%, 주당 2210원, 하나금융지주 배당 성향 25.48%, 주당 2100원, 우리금융지주 배당 성향 27%, 주당 700원을 배당했다.

배당 성향은 배당금을 당기 순이익으로 나눈 것을 말하는데, 배당 성향이 높으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들에게 많이 돌려줬다는 의미다.

금융위의 권고로 올해 금융지주의 배당 성향은 지난해 대비 5~7%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전년 보다 낮은 배당금을 돌려받게 됐다.

금융당국이 배당 성향을 20%로 제한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한 장기 침체를 우려해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신한금융·KB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NH금융·BNK금융·DGB금융·JB금융 등 8개 금융지주사와 SC제일은행·씨티은행·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수협은행 등 6개 은행을 대상으로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강도의 위기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재무 건전성 평가)를 실시했다.

이 결과 장기 회복인 U자형과 장기 침체인 L자형 시나리오에서 모든 은행의 자본비율은 최소 의무비율을 웃돌았다. 하지만 L자형 시나리오에서 상당수의 은행들이 배당 제한 규제 비율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 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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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으로 많은 충당금을 쌓아놓은 만큼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배당성향 제한이 오히려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은행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금융주 연말 배당 축소를 반대합니다’ ‘상장 금융회사들에 대한 관치금융을 중단해야 한다’ 등의 국민청원까지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외국인 지분이 높은 4대 금융지주의 주가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배당 억제 권고, 이익공유제 압박, 가계대출 규제 등은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금융당국의 간섭이 지나치다”며 “당국의 리스크 관리를 위한 어느 정도 개입은 필요하겠지만, 직접적으로 배당 성향을 지시하는 등의 조치는 오히려 은행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수 있고, 이사회, 주주 등의 반발을 살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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