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한 여론 재판, 어쩌다 일상이 되어버렸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사유리가 SNS에 올린 글이 촉발시킨 한 커피전문점의 논란은 단 하루 만에 해당 전문점의 공식 입장 발표로 여론이 뒤집히고 결국 사유리가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하나의 해프닝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이 사안은 지금 현재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고 있는 SNS를 통한 여론 재판의 씁쓸한 양면을 드러내는 면이 있다.

이 논란은 사유리가 거주하는 아파트 지하의 화재로부터 비롯됐다. 3개월 된 아들을 데리고 즉시 대피한 사유리는 아들이 추위에 떨자 근처 커피전문점을 찾았던 것. 그런데 음료를 주문하려 하고 있는데 직원이 QR코드를 먼저 찍어야 한다고 했고, 급하게 나오느라 핸드폰을 갖고 나오지 않았다고 하자 매장에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는 것.

사유리는 SNS에 “다른 매장처럼 본인의 인적사항을 적고 입장을 가능하게 해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때 생각했다”며 “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 부탁드린다. 만약 아이가 추워서 떨고 있는 상황에 핸드폰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매장에서 내보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사유리의 이 글이 게시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그 커피전문점 매장과 직원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커피전문점 측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방역지침에 맞게 대응한 것이라고 했다. 그 방역지침은 우리도 잘 알고 있듯이 매장에 온 모든 고객은 QR체크를 해야 하고 이것이 불가할 때는 수기로 인적사항을 적되 반드시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미 SNS는 여론이 양분되어 격화되는 분위기였다. 방역지침대로 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래도 3개월 된 아이를 내보내는 건 직원의 ‘융통성 부족’이라는 비판이 더 거셌다. 하지만 커피전문점 측이 “정부 방역 지침에 따라 사유리 님에게 QR코드 체크 혹은 신분증 확인 후 수기명부 작성 부분을 정중하게 친절하게 안내했으며, 이날 화재로 인해 방문한 다른 고객에게도 동일하게 안내한 바 있습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내놓으면서 여론은 바뀌었다.

결국 사유리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이 썼던 “감정적인 글”로 하루 종일 불편했을 해당 커피전문점의 직원에게 사과했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그 글이 매장과 직원분에게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걸 고려하지 않은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것. 그는 코로나 시국에 모두가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는 걸 다급한 마음에 간과했다는 걸 인정했고, 해당 직원을 찾아가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사유리의 SNS로부터 시작된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이 상기시키는 건 최근 들어 SNS를 통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여론재판의 양상들이다. 최근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는 ‘학폭’ 논란처럼, SNS는 이제 여론을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재판이 벌어지는 공간이 되고 있다. 물론 묻힐 수 있는 일상에 존재하는 사회적 사안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낸다는 측면에서 이런 SNS의 여론 기능은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어느 한 쪽이 먼저 던져놓는 이야기만으로 성급한 여론이 생겨나고 그 진상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채 성급한 재판이 벌어지는 문제는 실로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유리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하루 만에 들끓었던 여론이 다른 입장이 발표되면서 완전히 뒤바뀌는 상황은 이 씁쓸한 여론재판의 양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유튜브, 사유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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