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체 가라앉지 않는 학폭 논란, 방송가 리스크 어쩌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지수까지 학폭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통해 배우 지수는 학교폭력 가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이 올라온 것.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김지수(지수)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글 작성자는 지수가 학폭 가해자, 폭력배, 양아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2007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학교 일진으로 군림해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폭로 내용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지수가 포함된 일진들이 상당히 조직적으로 구타했고 모욕하고 철저하게 짓밟았다는 것. “부모님을 언급하는 패륜적인 발언도 일삼았고, 자신은 3때 문화상품권을 빼앗은 지수 무리 중의 한명인 B에게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한 순간부터 지수와 일진들에게 왕따, 폭력, 협박, 모욕 욕설 등 온갖 학폭을 당했다.”고 했다. 격앙된 느낌을 담고 있는 폭로글에는 자신보다 더 심하게 김지수에게 당한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KBS의 발등에 또 다시 불이 떨어졌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달이 뜨는 강>에서 지수가 온달 역할을 맡고 있어서다. 이 작품에서 온달의 가장 특징적인 캐릭터는 곤경에 처한 이들을 그대로 지나치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다. 덫에 걸린 토끼를 풀어주고, 평강(김소현) 앞에서 수줍지만 순수한 사랑꾼의 모습을 보이는 이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가 학폭 논란이라니. 시청자들로서는 논란 의혹 제기만으로도 드라마 몰입이 깨질 수밖에 없다.

최근 잇따라 이어지고 있는 학폭 논란으로 인해 방송가 전체가 그 후폭풍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KBS저주라고 불릴 정도로 연이어 터진 논란의 충격파를 겪고 있다. JTBC <SKY 캐슬>, OCN <경이로운 소문>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유재석과 부쩍 예능에 함께하며 유라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조병규에 던져진 학폭 논란은, KBS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새 예능프로그램 <컴백홈>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유재석과 함께 조병규가 출연을 확정한 순간에 학폭 논란이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26KBS에서 방영예정이었던 드라마 <디어엠> 역시 박혜수의 학폭 논란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다. 박혜수 측은 논란을 부인했지만 더 많은 피해자라 주장하는 목소리들이 등장하면서 문제는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결국 <디어엠>은 편성을 연기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수의 학폭 논란까지 드리워진 KBS는 방송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됐다.

이처럼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는 학폭 논란으로 방송가의 리스크도 점점 커져가고 있다. 학폭 논란이 과거사라는 특징 때문에 섭외 과정에서 사전 검증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제작에 들어간 후 논란이 터지게 되면 방송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지수의 경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학폭 논란은 해당 인물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순간에 터지는 특징이 있다. 그것은 피해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그 순간에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폭로는 분명 학교폭력이 가진 심각성을 드러내고 그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동이지만, 의도치 않게 그 리스크를 갖게 된 방송가로서는 곤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방송 제작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이런 사태를 예견하거나 알 수 있는 사람은 과거 과오를 저질렀던 당사자들일 수밖에 없다. 본인은 물론이고 관계된 이들까지 모두 곤혹스럽게 만드는 상황을 인지한다면, 지금이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통한 피해자들과의 소통이 절실하지 않을까.

대세 배우로 떠오른 조병규에 대해 과거 학교 폭력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위 여부를 알기 어려운 특성상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는 정덕현 평론가의 진단입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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