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탄’ 이은미, 왜 ‘드라마’를 공격했을까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위키백과사전에 나오는 멘토링의 어원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 신화 ‘오디세이’에 나오는 이타카 왕국의 오디세우스 왕의 가장 친한 친구 멘토가 오디세우스 왕이 트로이 전쟁을 치루는 동안 왕의 아들 텔레마쿠스를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시킨 것에서 유래>. 인류 역사상 가장 판타지가 강하고 드라마틱하다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멘토라는 단어가 최근 처럼 자주 회자된 기억이 있나 싶다.

‘슈퍼스타K 짝퉁 논란’에서 시작해 지원자들의 과거 전력 논란, 좀비 논란, 투표수 미공개 논란, 사회자 자질 논란, 멘토간 자기식구 챙기기 논란 등등 하나하나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비판과 지적을 때로는 겸허히 수용하고, 때로는 정면 돌파하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는 ‘위대한 탄생’이 이번에는 ‘드라마 논란’에 휩싸였다.

생방송 시작 후 촉발된 논란을 살펴보면 ‘위대한 탄생’을 현재의 반열에 올려 놓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담당한 ‘멘토제’가 부메랑 처럼 되돌아와 ‘위탄’의 공정성과 판단력을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사실 멘토제 자체는 냉정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국 특유의 정서와 맞닿으면서 긍정적 소구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위탄’ 제작진에서 너무 성급하게 도입한 바람에 허점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29일 MBC ‘스타오디션 위대한 탄생’은 ‘가왕 조용필의 명곡’을 네 번째 생방송 미션으로 부여해 TOP5를 가리는 진검승부를 펼쳤다. 그런데 멘토점수에서 1등을 차지한 정희주가 저조한 문자투표 탓에 탈락하는 이변이 연출됐다. 권리세, 황지환, 백새은, 조형우 등 그 간의 탈락자들도 말은 많았지만 ‘노래하는 짐승’이라던 우승후보자 정희주 탈락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슈퍼스타K' 처럼 심사위원 최고점을 받은 경쟁자는 예외를 뒀어야 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니 추후 반영을 고려할 만하다.

충격의 와중에서 이은미의 발언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은미는 이날 첫 도전자로 나선 백청강이 ‘미지의 세계’를 열창한 이후 점수를 평가하기에 앞서 “위대한 탄생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드라마를 사랑하는 분들이 유독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음악을 통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은미는 “누구보다 멘티들의 성장을 원하는게 멘토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이은미가 시청자를 겨냥했다느니, 제대로 마음 먹고한 소신 발언이라느니, 특정 멘토와 도전자를 폄하했다느니 등등 말이 많다. 이은미의 발언 자체는 틀린 부분이 거의 없어 보인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멘토와 멘티간의 정서적인 측면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번 정도 오디션 프로그램 특유의 정체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특정 도전자를 앞에 두고 할 말은 아니었다. 진심과 무관하게 오해의 소지가 너무 컸다. 특히 정체성을 강조하면서 ‘드라마’를 끌어들인 건 아무리 생각해도 오판이다. 오디션 프로그램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적 특성을 함의하고 때문이다. 잘못된 도구를 끌어들이면서 오히려 더욱 강한 비판을 초래한 셈이다. 특히 ‘이방연합’이라는 조어까지 만들어지며 일부 멘토와 시청자간의 간극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금 더 조심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었다.



‘노래를 통한 즐거움, 노래를 통한 감동’이라는 모토로 ‘나는 가수다’를 기획한 김영희 PD는 오디션을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다. 김영희 PD는 “힘있는 자(방송국)가 힘없는 자(도전자)를 시청률의 도구로 이용해 먹는 게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역시 기회의 제공측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힘없는 자가 그나마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라고 본다. ‘위탄’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유독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이 많다보니 시청률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위탄’의 차별성은 길고긴 여정의 이 드라마에 ‘멘토제’라는 양념이 곁들여 있다는 데 있다. 도전자들은 물론이지만, 멘토들도 모두 성장드라마의 일부다. 멘티들의 성장은 멘토뿐 아니라 시청자들도 강력히 원하고, 또 응원한다. 문자투표권을 행사하는 시청자 역시 드라마의 참가자다.

‘위대한 탄생’ 초기 거침없는 독설로 주목받은 이은미가 무대 밖에서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도전자들을 품어주는 모습이 자주 포착돼 훈훈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멘토로서 너무 음악의 기능적인 부분, 노래의 기술적인 요소에만 치중하며 성장을 유도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음악적인 조언과 가르침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멘티에게 스토리를 입혀주고 캐릭터를 살려주는 일도 멘토의 중요한 역할이다. 이미 ‘위탄’의 멘토에게는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대중들과 도전자의 가교 역할까지 주어진 상황이다.

오디션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한 축인 시청자들은 인위적인 설정과 기획에 판단력을 잃고 좌우될 만큼 어리석지 않다. 멘토의 역할이 더 중요한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자기 식구를 챙기면서도 공정성 논란에서 자유로운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은미가 좋아했던 권리세의 근성에 ‘스토리’를 입혀줬다면, 김혜리의 ‘1급수’ 브랜드를 더욱 살려줬다면, 지금은 단 한명도 남지 않은 그녀의 제자들도 지금쯤 TOP5 어딘가에 포진하고 있지 않았을까. ‘나가수’에는 드라마가 필요없다. 하지만 ‘위탄’은 다르다. 그건 시즌2가 되어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은미가 시즌2에 참여하는지 모르겠지만, 멘토 역시 드라마의 일부이자 비중있는 출연자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길 바란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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