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인간’, 재도전 기회를 받을 만한 탁월한 구성의 예능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담하기)] tvN 토요 예능 <업글인간>이 목요일로 자리를 옮긴다. 2주간 정비 기간을 갖고 목요일 저녁으로 시간을 바꿀 예정이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어쩌다 사장>이 종영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업글인간>은 시청률이 4회까지 최고 1.9%(이하 닐슨 코리아)에 머물고 있다.

방송 시간인 토요일 저녁은 강력한 SBS <펜트하우스2>(종영), <모범택시><그것이 알고 싶다>, MBC <전지전 판단 시점>, JTBC <괴물>(종영), KBS <컴백홈> 등 시청률 경쟁이 만만치 않은 각 방송사 인기 프로그램들의 격전지다. <업글인간>은 토요일 저녁보다는 다소 덜 치열한 목요일 저녁으로 옮겨 다시 시청자들의 판단을 받아보게 된 셈이다.

<업글인간>8부작으로 시작돼 절반을 방송했고 시청률도 저조한 상황이지만 적당히 끝내지 않고 방영 시간을 옮겨 두 번째 기회를 얻게 됐다. 여러 가지 고려가 있겠지만 프로그램의 가능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는 판단도 있을 듯하다. <업글인간>은 똘똘한 기획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예능적으로 근래 보기 드물게 탄탄하고 잘 짜인 구성을 갖췄다.

<업글인간>은 신동엽, 이민정, 딘딘, 김종민, 승희(오마이걸) 등이 MC로 어제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내가 되기 위해 크고 작은 불편함에 도전하는 출연자들을 지켜보는 관찰 예능이다. 성공보다는 성장을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맞춰 콤플렉스를 극복하거나 과제에 도전하거나 변화를 시도해보는 자발적 불편 챌린지.

애견인 다니엘 헤니는 열악한 환경의 번식견 농장에서 강아지 49마리를 구조해 입양을 돕는 미션을 수행했다. 신인 가수 유하는 자식의 음악 활동에 엄격한 뮤지컬 배우 어머니 최정원에게 노래로 인정받는 노력을, 배우 고윤은 아버지인 전 국회의원 김무성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스피드스케이트 금메달리스트 이상화는 운동 메카니즘이 크게 다른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하고 있고 주당으로 유명한 농구 레전드 허재는 일주일간의 금주를 시도해 성공했다. 김종민은 주변 사람들과 좀 더 살갑게 지내고 말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업그레이드에 도전했다.

<업글인간>은 다양한 맛으로 잘 구성된 예능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이다. 우선 예능이 재미와 감동을 같이 줄 수 있다면 높은 평가를 받는데 이 둘을 다 잡을 수 있는 틀로 잘 기획돼 있다. 성장을 위한 도전이라는 명제 아래 헤니의 번식견 구조하기처럼 감동이 뒤따르는 에피소드 시도가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유하가 일로 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나 고윤의 아버지와 친해지기 같은 시도도 잔잔한 감동이 남을 수 있는 도전들이다. <업글인간>의 틀은 여기에 재미도 한껏 추구하기 좋게 짜여있다. 성장을 위한 도전은 관찰 예능의 가장 근본적 재미인 스타 고생시키기를 강도 높게 밀어붙이기가 좋다.

그래서 금주를 무너뜨리기 위해 유혹하는 후배들 사이에서 허재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은 예능으로서의 재미가 풍성했다. 말이 생각대로 잘 안 되고 주변인과 어색해하는 김종민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장면들도 웃음을 자아냈다.

관찰 예능의 스타 고생시키기는 주로 거주지인 도시를 떠나 야생이나, 도시보다 생활환경이 불편한 시골에서 적응하기 위해 애쓰는 포맷이 가장 흔했다. 하지만 <업글인간>은 굳이 산이나 섬 깊숙이 오래 들어가 있을 필요도 없이 도시 속에서, 짧은 기간에도 얼마든지 고생시킬 수 있어서 관찰 예능의 스타 고난기를 무궁무진하게 시도할 수 있는 특별함이 있다.

<업글인간>JTBC <뭉쳐야 찬다><뭉쳐야 쏜다>가 증명한 스포츠 레전드의 타 종목 도전기의 재미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한 틀을 갖고 있다. 현재 이상화가 피겨 스케이팅에 도전 중인데 이는 스포츠 예능 아이템으로는 최상급의 기획이라고 생각된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의 한없이 높은 기술 완성도와 대비되는 이상화의 서투른 피겨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뭉쳐야 찬다>, <뭉쳐야 쏜다>가 단체 종목으로 레전드들의 대표적인 스포츠 예능이 됐다면 <업글인간>은 개인 종목으로 전설들의 도전이 흥미롭게 다뤄질 수 있을 듯하다.

<업글인간>은 기존 관찰 예능은 물론 예능 전반에서 여러 우성 인자들이 잘 모여 만들어진 진화체 같다. 목요일로 옮겨 향후 추가 편성으로 이어질 만큼 시청률이 상승해 오래 기억에 남을 예능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 본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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