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 단순해 보이는 미션도 드라마가 되는 까닭

[엔터미디어=정덕현] 참호 하나만 갖고도 이런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가능해지다니 놀랍다. 채널A, SKY <강철부대>의 참호에서 이뤄진 육탄전과 타이어격투는 그 단순한 공간과 룰에도 불구하고 다채로운 스토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회 스튜디오 패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건, 다소 뻔해보였던 SSU와 특전사의 육탄전 대결이었다. 황장군이라는 별칭을 가진 황충원부터, 40kg 군장 산악행군에서 강철체력을 보여준 김민수 그리고 첫 번째 미션에서 우승자가 됐던 정해철 같은 체구만으로도 압도되는 SSU팀을 맞아, 특전사팀은 비교적 왜소해 보였다. 그래서 결과는 이미 나와있는 것이라 여겨졌던 것.

하지만 실상 육탄전 대결에서는 엄청난 반전이 일어났다. 그 반전의 주인공은 갖가지 지략과 전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해 박갈량이라 불리는 박준우(박군)였다. 그는 힘으로는 어렵다는 걸 알고 팀 전체가 각자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전략을 짰다. 먼저 박도현이 작은 체구에도 SSU팀 두 사람의 다리를 묶는 역할을 했다. 흙탕물을 뒤집어쓰면서도 그가 끝까지 버텼기 때문에 결국 32의 특전사가 유리한 대결이 벌어졌고, 특전사는 힘을 모아 한 명씩 참호 밖으로 밀어냈다.

결국 황충원 한 명만 남기고 모두가 퇴출된 상황. 특전사팀이 승기를 잡았다고 여유를 부리고 있었지만, 황충원은 역시 황장군이었다. 사력을 다해 상대팀 대장인 박준우를 붙잡고 밖으로 밀어내려 했던 것. 특전사 팀은 순간 당황했지만 결국 황충원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림으로써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승리를 따냈다. 작은 체구, 힘에서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박준우가 짜낸 전략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707팀이 전략적인 포기를 선언해 부전승으로 올라간 UDT팀에는 괴물 격투기선수 김상욱이 있었다. 육탄전에 이어 타이어격투에 선봉으로 나선 김상욱은 타이어를 끌고 깃발을 먼저 쟁취하는 그 미션에서 압도적인 힘을 선보였다. 연거푸 특전사팀 세 명을 무너뜨린 것.

다시 마지막에 등장한 인물은 박준우였다. 체구 차이가 엄청나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처럼 보이는 그 마지막 타이어격투는 그러나 의외의 반전 풍경을 만들었다. 세 명을 상대하느라 힘이 빠져 있었지만 그래도 체력이나 체격에 있어 압도적 우위를 가진 김상욱을 상대로 박준우는 또 다시 전략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저 힘으로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이리 저리 움직이면서 김상욱의 힘을 빼는 전략을 쓴 것.

너무나 약이 오른 김상욱이 타이어가 아닌 박준우의 다리를 붙잡자 잠시 경기가 중단됐고, 분위기도 싸해졌다. 하지만 그 순간 박준우가 갑자기 “믹스커피 맛있다!”고 외치며 흙탕물을 입에 넣고 뿜는 모습으로 화기애애한 웃음을 만들었고, 다시 경기가 시작됐다. 결국 간신히 김상욱이 이겼지만 패자는 없는 게임이었다. 김상욱은 진심으로 박준우에 대한 존경을 표했고, 박준우는 김상욱의 볼 뽀뽀를 하며 전우애를 드러냈다.

참호 격투는 사실 작은 공간에서 맨 몸으로 부딪치는 것으로 어찌 보면 단순한 미션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팀전을 치르면서 전략이 들어가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들이 펼쳐지면서 드라마틱한 반전의 서사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상대에 대해서까지 존경심을 갖게 만들었던 박준우와 김상욱의 대결은 <강철부대>가 가진 숨겨진 매력을 드러냈다. “멋있다”라는 말 한 마디로 압축되는 치열한 승부, 깨끗한 승복, 훈훈한 예우가 바로 그것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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