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훌륭’, 카네코르소의 공격성이 충성심 때문이었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평시에는 이렇게 애교 많고 사랑스러운 모습이 없다. 하지만 외부인이 나타나면 상황은 돌변한다. 어마어마한 체구에 한번 달려들어 ‘마우스펀치’를 날리면 살이 찢겨나가고 웬만한 어른도 쓰러질 수밖에 없는 괴력. KBS <개는 훌륭하다>가 찾아간 고민견 달이는 맹견 중의 맹견 카네코르소였다.

너무나 위압적인 외견으로 극도의 경계심을 보이며 언제든 튀어나와 공격하는 달이는 이경규의 표현대로 <개는 훌륭하다> 사상 촬영팀이 벌벌 떨고 공포에 질릴 정도로 ‘역대급’이었다. 프로그램의 특성상 집 안에서 촬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쉬지 않고 짖어대고 달려드는 달이 때문에 촬영이 일시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렇게 짖어대고 공격하는 달이를 애써 통제하려는 보호자의 면면이었다. 거친 달이를 통제하기 위해 보호자 역시 거칠게 다루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치 군대 훈련이라도 하는 듯 달이를 꾸짖고 달려들려 하면 머리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억누르려 하기도 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너무 반려견을 마구 대하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였다.

그런데 강형욱의 시선은 달랐다. 그는 그렇게 극도의 경계심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달이도 또 그런 반려견을 거칠게 대하는 보호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달이의 공격성은 경비견 카네코르소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더 거대한 상대 앞에서도 결코 물러나지 않는 충성심이 그 공격성의 이유였다.

그래서 산책 중에도 함께 걸어 다닐 때는 아무런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던 달이는 보호자가 앉으면 너무나 다른 얼굴로 변했다. 그건 쉬고 있는 보호자를 위해 경계를 세우는 것이었다. 사실상 보호자를 위해 하는 행동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보호자를 쉴 수 없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었다.

다소 거칠게 달이를 대하는 보호자 역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건 달이에 대한 애정이 적어서가 아니라 적어도 보호자만큼은 달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하는 행동이었다. 실제로 카네코르소 같은 맹견의 경우 보다 강력한 보호자의 카리스마가 요구된다고 강형욱은 말했다. 그래서 그는 보호자의 진심도 읽어내고 있었다. 그 거친 통제가 달이를 위한 행동이라는 것을.

보호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충성심에서 비롯되는 공격성인지라, 자신들의 영역인 그 집에서는 통제 교육이 이뤄지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좀 더 넓은 다른 공간으로 자리를 옮겨 교육이 이어졌다. 강형욱은 달이가 주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그 충성심 자체를 꺾어야 한다는 데서 딜레마를 느꼈지만, 그것이 사람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달이의 이야기는 <개는 훌륭하다>라는 프로그램의 제목에 걸맞는 의미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흔히 길거리에서 카네코르소 같은 맹견을 마주하게 되면 느끼게 되는 공포감과, 실제로 신문지상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물림 사고’ 기사들은 이런 맹견들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만든다. 실제로 그런 공격성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기에는 그 견종이 가진 남다른 특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프로그램은 보여준다. 어떤 의미에서 달이는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반려견으로서 ‘훌륭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 특성을 통해 그 진면목을 알게 됐다면, 이제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공존의 길을 찾아야 한다. 과연 통제 불가처럼 보이는 달이는 강형욱의 솔루션을 통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까. 어떤 솔루션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를 보여줄 다음 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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