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부대’, 결과보다는 과정이 입증한 군대 서바이벌

[엔터미디어=정덕현]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프로그램들이 방송 현실상 1등이 아니면 사실 나머지 부분들은 다 편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늘 그러잖아요. 결과가 과정을 다 증명한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아마 많은 시청자분들은 군인들의 끝까지 임무를 수행해내는 그 과정을 보면서 더 많은 감동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어요.”

채널A, SKY <강철부대>의 최종 우승팀이 UDT로 돌아갔다는 걸 공식 선언한 후 MC인 김성주는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 707의 상징적인 구호였던 “결과로서 과정을 증명한다”는 말은 실전에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어쨌든 우승을 가르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는 결과만큼 중요한 게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는 진술이다. 시청자들은 승자들에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졌지만 과정에서 최선을 다한 출연자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최종 결승에서도 UDT가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고, 전면에서 진두지휘하며 놀라운 사격 솜씨는 물론이고 기민한 전술적인 움직임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상당한 김상욱을 들쳐 업고 옥상까지 오른 정종현의 활약이 두드러졌지만, 그 혼자만으로는 그런 결과가 돌아올 수 없는 미션이었다. 김범석 팀장을 주축으로 육준서와 김상욱이 모두 팀원으로서 자기 역할을 척척 수행해줬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있었다는 걸 그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최종 결승에서 졌지만 SSU는 대테러작전 경험이 없지만 해양경찰특공대 현역인 김민수의 치밀하면서도 기민한 전술을 통해 끝까지 미션을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팀원이었던 황충원, 정해철, 정성훈 역시 제 역할을 수행해줬다. 이렇게 다함께 힘을 합쳐 최선을 다하는 그 과정들이 있어 졌지만 그 결과에 상관없이 이들은 박수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강철부대>는 과정을 통해 참 많은 인물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전사의 박준우(박군)는 박갈량이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전략가’의 면모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고, 707의 이진봉과 임우영은 ‘특수임무단’이라는 부대의 색깔을 잘 보여주며 전술적인 미션에 최적화된 면모로 주목받았다. SDT는 병장출신들의 가장 젊은 출연자들로 구성되어 거의 모든 데스매치를 치르는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빛나는 동료애로 강준을 위시해 김민수, 이정민, 강원재가 모두 사랑받았다.

우승을 거머쥔 UDT는 참호 격투에서 놀라운 기량을 보여줬던 이종격투기 선수 김상욱, 사격과 전술 미션에서 두드러진 기량을 드러낸 정종현, 조각 같은 외모와 달리 강인한 승부근성을 보여준 육준서 그리고 침착하게 팀원들을 다독이며 끝까지 이끈 김범석이 모두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아깝게 준우승에 머문 SSU도 모두가 시청자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겼다. 괴력으로 ‘황장군’이라 불린 황충원, 첫 번째 미션이었던 최강의 대원에 뽑혔던 정해철, 강철체력과 근성을 보여준 김민수 그리고 팀장으로서 마지막 4강 미션에서 그간의 부진을 딛고 각성하는 모습으로 결승행 견인차를 했던 정성훈이 그들이었다.

<강철부대>는 이제 외전 성격의 단합대회로 다음 주에 다시 돌아올 예정이지만, 공식적인 서바이벌은 마무리됐다. 물론 첫 시즌이고 그래서 서바이벌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논란들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도 시청자들이 <강철부대>의 서바이벌이 마무리된 걸 아쉽게 느끼는 건 그 과정을 통해 이 프로그램과 그 출연자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는 뜻일 게다.

당연한 일일 테지만, 시즌2로 오게 된다면 시즌1에서 어떤 점들이 시청자들의 박수를 받았고 어떤 점들이 미흡한 부분이었는가를 하나하나 곱씹어 봐야 할 것이다. 그건 아마도 결과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서 중요할 수 있지만, 그만큼 프로그램이 사랑받는 건 결과 그 자체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둔다면 돌아올 시즌2는 더 강력한 면모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좋은 과정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모두를 승자로 만들 테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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