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흔한 패턴 속에 빠져버린 '마이더스', 그 한계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드라마 공감] '올인'의 영향 때문일까. 최완규 작가의 작품은 언제부턴가 도박의 세계에 머물러 있다. 사실 스토리 콘텐츠로서 도박만큼 매력적인 소재는 없다. 그 안에는 사랑마저 눌러버리는 돈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리고 서로 가진 패를 두고 벌어지는 팽팽한 기 싸움이 등장하며, 상황을 급변시키는 반전의 드라마가 존재한다. 그러니 스토리를 쓰는 작가들에게 도박이라는 소재는 스테디셀러가 될 수밖에 없다.

'마이더스'의 전작이었던 '태양을 삼켜라'는 최완규 작가에게 '올인'의 영광을 되돌리고픈 욕망을 갖게 만든 작품이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라스베이거스의 이야기는 그가 가진 도박의 세계에 대한 집착이 묻어났다. 블록버스터 드라마로서 뭔가 들려주기보다는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로비스트'에 이어 '태양을 삼켜라'도 실패로 끝났지만 그 남성들의 세계에 대한 미련은 '마이더스'로 다시 이어진다.

사실 '마이더스'는 그 배경을 증권가로 옮겨왔지만 그 구조는 전형적인 도박의 세계에 놓여져 있다. 돈 놓고 돈 먹기 하던 형태가 기업 놓고 기업 먹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배경의 디테일은 그나마 어느 정도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곳곳에서 너무나 많은 허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간호를 잘 해주었다고 선뜻 자신의 재산을 이정연(이민정)에게 맡겨버리는 우금지(김지영)라는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이 드라마의 맹점이다.

우금지가 등장하면서 '마이더스'의 이야기는 욕망과 욕망의 대결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결구도로 바뀌었다. 사실 자본에 색깔이 어디에 있을까. 즉 좋은 자본과 나쁜 자본의 대결구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정연은 그래서 한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여자라기보다는, 김도현(장혁)의 구원자(어쩌면 이 드라마의 구원자)가 되어버린다. 사회사업을 하는 이정연이라는 존재 역시 그래서 생동감 없는 박제된 인물이 된다. 그 아래서 김도현과 유인혜(김희애) 대표의 대결구도가 이어지지만 이미 이정연이라는 절대 구원자를 가진 김도현을 이길 수는 없다. 이 지점은 이 드라마의 극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자본의 대결로 붙었다면 선악이 없는 복마전의 이야기가 훨씬 더 현실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왕에 선악구도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철저히 장르적인 재미에 몰두했어야 한다. 하지만 '마이더스'의 스토리는 너무 뻔하게 보일 정도로 단순했다. 예측한대로 굴러가는 스토리는 마치 상대방의 패를 보며 도박을 하는 것 같은 맥 빠지는 결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캐릭터다. '마이더스'는 기억에 남을 만큼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유인혜에게 버림받고 감방에 가게 되는 지점에서 김도현은 좀 더 강렬한 캐릭터로 변신할 기회를 얻었지만, 우금지와 이정연의 등장으로 평이한 '개과천선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이정연은 능동적인 역할이 거의 돋보이지 않았고, 유인혜는 초반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였지만 차츰 후반부로 가면서 그 힘이 빠져버렸다. 유일하게 유성준(윤제문)이 보기 드문 미친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그 역시 후반부로 가면서 희화화된 코믹한 캐릭터로 전락했다.

전작이었던 '태양을 삼켜라'에서도 그랬지만 최완규 작가가 짜놓은 '마이더스'라는 도박판은 너무 선과 악을 나누고(심지어 나눌 수 없는 것이지만), 선이 이기는 게임을 위해 악의 패를 너무 쉽게 볼 수 있게 만드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 신적인 위치에서 작가가 지정한 역할을 하며 게임을 하는 캐릭터들에게서 강렬한 매력이 생겨나기는 어렵다. 캐릭터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그래서 작가도 때로는 통제하기가 어려운 그런 지점들 속에서 팽팽한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기 때문에 실망도 큰 법이다. 왜 최완규 작가는 그의 초반 작품들 같은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을까. 그의 처녀작인 '종합병원'은 사실상 전문직 드라마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만큼 놀라운 디테일의 이야기들을 보여주었고, '허준'과 '상도'는 퓨전사극의 기틀을 마련해주었으며, '올인'은 드라마틱한 대작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 후부터 그의 작품에는 생동감이 사라졌다. 혹 이것은 작가가 아닌 기획자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생겨난 한계는 아닐까. 작품의 흐름을 읽는 건,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만 실제 작품은 흐름을 읽는 것만으로 성공하기는 어렵다. 거기에 충분한 살을 붙이고 디테일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최완규 작가에게 지금 절실히 필요한 건 크리에이터로서의 반복되어온 패턴을 잊는 일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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