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 커플 교체한다고 유통기한 늘어날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4>가 물을 바꾼다. 배우 이소연과 피아니스트 윤한, <슈퍼스타K4>의 스타 정준영과 배우 정유미를 투입하면서 새로운 그림을 선보일 예정이다. <우결>은 지난 2008년 첫 방송을 탄 이후 끊임없이 커플을 교체하면서 분위기를 쇄신해왔다. 시즌제를 도입했고, 예능 요소가 부족할 때는 광희를, 볼거리가 부족할 때는 아이돌을, 진정성 논란이 불거질 때는 실제 연인 커플을 투입해 변화를 도모했다. 캐스팅은 <우결>의 흥행을 좌우하는 절대적인 요소다. 프로그램의 재미와 정서와 볼거리의 8할이 특정 커플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커플 교체는 시작일 뿐, 롱런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현재 <우결>은 유물과도 같은 프로그램이다. 용도폐기 된 고물이란 뜻이 아니라 현재 대세로 자리매김한 관찰형 예능의 가장 훌륭한 레퍼런스라는 말이다. <우결>은 MBC 예능국이 발명한 불세출의 포맷이다. CCTV수준의 무인카메라와 최소 출연진과 같은 수의 VJ들이 촬영장의 모든 것을 담는 예능 형식을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도입했다.

문제는 관찰형 예능이 대세가 된 현재 시점에서 ‘가상커플’이란 설정이다. 대부분의 예능이 <우결>보다 훨씬 더 현실과 일상을 바탕으로 삼고 있기에 가상커플에 감정이입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볼거리인데 연예인의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 또한 실제 자신의 삶을 방송에 드러내는 다른 관찰형 예능에 비해 약할 수밖에 없다.

기억을 돌이켜보자. 2008년 당시 사오리와 정형돈의 ‘돈돈 커플’은 현실을 카메라 안으로 가져오는 동시에 연예인의 카메라 밖 일상을 지켜보는 재미를 줬다. 정형돈은 지저분한 남자, <둘리>의 고길동처럼 집에만 들어오면 쇼파와 접신하는 ‘아저씨’의 전형을 무려 태연 앞에서도 태연하게 보여주면서 현실과 시트콤과 리얼버라이어티 사이의 묘한 경계가 있는 <우결>의 세계에 시청자들을 초대했다. 당시로서는 신세계였다.



그리고 정형돈 커플과는 정반대 지점에 있는 알렉스와 신애, 앤디와 솔비 커플과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커플이 동시에 등장했다. 각양각색 가상커플을 통해 일상을 훔쳐보는 재미를 넘어서 다양한 타입의 연애를 관찰하는 재미와 가상과 실제를 혼란케 하는 달달함을 자아내는 <우결>의 포맷을 완성했고, 대박이 났다. 주얼리의 서인영을 신상녀 서인영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바로 이때였다. 이후 조권과 가인 커플 등이 그랬듯 두근거리기는 만남부터 미션, 친해지는 과정의 여행, 다른 커플과의 교류 등등 연애의 환상을 자극하는 디테일은 새로운 커플이 등장할 때마다 변치 않고 반복되는 원형이었다.

그런데 <우결>이 자신의 포맷을 반복하는 동안 세월은 <우결>의 시대를 뛰어넘었다. 리얼버라이어티가 정말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형 예능으로 넘어가면서 ‘가상결혼’이란 핵심 설정과 관찰 형식의 예능 사이의 아귀가 잘 맞지 않게 됐다. <나 혼자 산다>처럼 실제 자신의 집이 촬영 현장이 되고 <스플래시>처럼 연예인은 역할극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방송에 던지는 게 ‘리얼’의 전제인 시대에 가상결혼이란 ‘설정’은 흡입력 있는 장치가 아니다.

방송에서 다루는 연애의 수위 또한 마찬가지다. <짝>에서는 일로 만나는 게 아니라 실제 구애가 벌어진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연애의 삼라만상과 인간군상은 시크콤이나 리얼 버라이어티가 줄 수 없는 차원의 감정이입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KBS 2TV 대국민 중매 오디션 <너는 내 운명>이나 <러브 스위치>는 연애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이 더 치열해졌음을 보여준다. 방송에서 누군가가 실제로 선을 보고 중매를 하는 것을 지켜보는 시대인 것이다.



가상연애 판타지의 유통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반복은 식상하기 마련이고, 특히 새롭게 투입된 윤한의 경우 불과 얼마 전 <맘마미아>에서 소개팅을 했던 인물이다. 실제인지 가상일지 모르는 데서 오는 긴장감, 진짜와 가짜 사이에서 피어나는 연애의 판타지는 이미 많이 무너졌다. 남은 것은 시청자들에게 주는 대리만족이다. 관련해서 제작진의 고민은 이미 몇 해 전부터 시작됐다. 볼거리를 만드는 데 치중했고, 관찰형 예능이 대두되기 전 이미 결혼 콘셉트를 연애의 판타지로 내린 지도 한참 됐다. 20대 초반의 아이돌을 투입한 것은 팬들에게 그의 옆자리에 자신을 대입할 수 있는 대리만족의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어쨌든 분위기 반등 차원에서 새로운 커플이 투입됐다. 기대만큼 반응을 얻지 못한 실제 커플과 아이돌 비중을 줄이고, 예능에서 친숙하지 않은 인물들을 데려온 것이 변화이자 이번 캐스팅의 콘셉트다. 어떻게 보면 최근 유행하는 관찰형 예능이 추구하는 의외의 캐스팅과 일맥상통한다. 그런데 과연 ‘캐스팅’ 하나만으로 <우결>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연애의 판타지와 관찰하는 재미를 회복하려면 새로운 인물의 등장만으로는 부족하다. 만약 누가 내 짝일까 설레는 모습을 보여주고, 두근거리는 인터뷰로 시작한다면,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뿐이다. <우결>의 포맷을 더욱 오래 끌고 가기 위해서는 관찰형 예능 시대에 걸맞은 포맷과 정서가 절실해 보인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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