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닥터’ 주원, 원톱 배우로 전혀 손색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화요일 KBS 2TV 드라마 <굿닥터> 12회는 시청률 19.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찍으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동시간대 문근영의 <불의 여신 정이>나 추악한 현실의 여러 면모를 드라마로 그려내 서늘한 파란을 일으킨 <황금의 제국>과의 승부에서 기록한 독보적인 점유율이다.
사실 <굿닥터>는 스토리나 형식이 신선하다든지, 현실과 맞닿은 주제를 건드린다든지 하는 센세이셔널함은 없다. 박시온(주원)은 시련의 산맥을 걷고 있지만 그 끝은 이미 어느 정도 나와 있는 착한 드라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정상의 생김새가 뻔한 시련의 산맥을 기꺼이 함께 걷는 것은 전적으로 주원의 흡입력 때문이다.
주원은 강한 팬덤을 가졌다거나 한류 스타의 지위에 오른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흥행성적은 매우 훌륭한 몇 안 되는 20대 주연급 배우다. 그는 2010년 데뷔 이래 다섯 편의 드라마에 얼굴을 비칠 동안 단 한 번도 겹치는 역할을 맡은 적이 없다. 연기로 압도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넓은 스펙트럼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모두 자기화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마치 예전 안재욱처럼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호감으로 다가갈 줄 아는 영민한 배우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사실 주원이 강동원 닮은꼴이라며 <제빵왕 김탁구>의 구마준으로 등장했을 당시만 해도 그는 혜성처럼 나타난 그냥 밉상이었다. 연기력이나 외모가 빼어난 것도 아니었고, 그만의 분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으려는 욕구로 똘똘 뭉친 전형적인 밉상 캐릭터를 연기한 신인이었다.

그 후 그가 처음 맡은 주인공롤은 구마준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각시탈>의 이강토는 초등학생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호쾌한 히어로 캐릭터였다. 영화 <특수본>의 김호룡도 그랬다. 장혁이나 <아저씨>의 원빈과 같은 수컷과의 카리스마는 아니지만, 배시시 웃는 미소 속에 장난기와 진지함이 모두 녹아 있는 사나이였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주원의 장점은 특정한 이미지에 갇혀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질감이 독특하진 않지만 무엇이든 그리는 대로 나오는 도화지인 셈이다.
또한 주원이 악역에서 가족 드라마를 거쳐 히어로물까지 종횡 무진하면서도 흥행을 견인했던 건 해맑은 매력 때문이다. 짐승남이니 나쁜 남자니, 연하남의 풋풋함 같은 이미지가 아닌 순수함으로 시청자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특히 주말예능인 <1박2일>에 출연하면서 순수함과 호감은 더욱 커졌다. 여기서 주원은 게임이든, 먹는 것이든 뭐든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싹싹하고 최선을 다하는 호감 캐릭터로 자리매김했다. 예능은 시청자들과 가장 정서적으로 가까이 있는 장르다. 주원은 예능에 진출함으로써 착하고 순수한 본인의 매력을 더욱 더 시청자들에게 어필했다. 그렇다고 예능 이미지가 고착화되는 주객전도 현상도 나타나지 않았으니 예능 진출한 배우들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찾아온 <굿닥터>의 박시온은 주원의 순수한 매력을 원 없이 펼칠 수 있는 옷이었다. <굿닥터>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주원의 놀라운 연기다. 저 친구가 연기를 저렇게 잘했나 싶은 놀라움이 시선을 붙잡고, 그 다음 그가 연기하는 박시온 앞에 쏟아지는 시련과 코믹한 상황에 시간이 붙잡힌다. 일관된 표정을 유지하는 주원의 자폐증 연기는 안정적인 가운데 때로는 귀엽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굿닥터>는 의료현실의 명암을 다루기도 하고, 수술도 진지하게 묘사하는 메디컬드라마의 기본 틀을 가져가지만 지향하는 바는 영화 <굿윌헌팅>과 같은 감동 휴먼 드라마다. 병원 내 인맥과 정치, 어떤 이유로 닫혀버린 마음을 가진 최고의 의사(어딘가 뒤틀린 인성으로 인해 냉혈한이 된 능력자 캐릭터는 주상욱의 전문 분야다)와 권력을 탐하는 권의적인 의사 세력과의 대립 구도. 당연히 실력이나 현실보다 환자를 생각하는 열혈 의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박시온에게 시련이다. 그는 어쩌다 병원 내 권력 전쟁의 한복판 고지가 되면서, 모든 시련은 그에게로 쏟아진다.

<굿닥터>의 병원은 비교적 순수하고 단순한 세계다. 기본적으로 박시온과 차윤서(문채원)를 축으로 한 선이 있고, 그 외의 악이 있다. 악에도 각자의 사유는 다 있으나 <황금의 제국>과 같은 정글에 비하면 형식적이다. 어쨌든 ‘선’의 입장에선 ‘선’ 그 자체인 박시온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시련을 이겨내고 치유하며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 그게 선의 편에 선 이유다. 이제 시온을 외과수술의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가 가동되고 특훈이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아픔을 나누고 기대며 성장한다. 시온을 거울삼아 각자의 아픔을 마주하고 치유하기에 이른다.
시련이 맹공을 퍼붓는 와중에 주원은 웃음부터, 눈물, 그리고 로맨스의 달콤함까지 모두 자폐연기를 통해서 책임진다. 그는 촬영만 끝나면 바로 담에 걸릴 듯한 자세와 표정으로도 시청자들의 가슴을 아프게도 만들고, 따뜻하게도 만들고, 웃음 짓게도 만들고 모성을 자극해 시온을 응원하게 만든다. 주원이 보여주는 순수함은 큰 줄거리만 놓고 보면 별것 아닌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드는 동력이다.
특히 로맨스라인에서 발군의 역할을 하는데 고백의 기술을 듣겠다며 경영기획실장인 유채경(김민서)를 찾아가고, 수줍은 첫사랑의 열병에 당황하고 아파하는 모습은 주원이 가진 매력이 극대화된 장면들이었다. “선생님, 좋아하니까요. 선생님 볼 때마다 딸꾹질 나고, 심장도 막 뛰고 그랬으니까요.”라고 윤서에게 마음을 털어놨을 때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도 함께 녹아내렸다.

바로 이런 점들이 <굿닥터>가 주원의 원맨 드라마라 불리는 이유다. 좋은 동료와 스승, 사랑과 가족 덕분에 일어서는 건 서번트 신드롬을 앓고 있는 천재 자폐의사 박시온만이 아니다. 박시온 역을 맡고 있는 주원 또한 이 드라마를 통해 성장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악역부터 <7급 공무원>의 로맨틱 코미디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쌓아온 주원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호감가는 배우에서 놀랍도록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명함을 얻게 됐다. 그것도 어렵다는 메디컬드라마 속 자폐 연기에 도전해서 말이다.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 한 화면 내에서 웃음과 눈물의 디테일을 표현해낼 줄 아는 배우, 늘 수줍은 미소를 띠고 서 있던 <1박 2일>의 막내는 어느새 원톱 배우로 성장한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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