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투’, 이런 김다현을 유재석이 놓칠 리가 없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예능이 가진 여러 역할 중 한 가지가 바로 대중과 핫라인으로 연결된 통로라는 점이다. 드라마, 영화, 뮤지컬, 가수 등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했어도 예능에 한 번 나오느냐 마느냐는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종종 홍보성 출연의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때 박준규나 김정태처럼 공인된 입담꾼들이 한 번씩 휘젓기도 하지만 의외의 인물이 나타나 관심을 사로잡을 때도 있다.

게스트가 매주 바뀌는 토크쇼는 그 특성상 새로운 인물을 알리는 데 적합하다. 특히나 <해피투게더>나 <라디오스타>처럼 게스트의 에피소드와 캐릭터에 좌우되는 토크쇼는 더욱 그렇다. 의외의 인물을 발견할 때 실시간 검색어에 불이 나고 다음날 그와 관련된 연예 기사들이 쏟아진다. 예능은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하는 것은 현재 나름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 토크쇼들이 쓰는 방법 중 하나다. <라스>가 전략적으로 봉만대 감독이나 배우 김성오의 케이스처럼 게스트의 의외성을 노리고 있다가 물고 늘어진다면, 목요일 밤 예능계의 호족과도 같은 <해피투게더>는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조각하는 데 능하다. 여기서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게스트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것이 MC의 몫이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이끌어내는 데 천부적인 유재석과 박미선이 MC진에 포진되어 있는 <해피투게더>가 전통적으로 강한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번 주 <해피투게더>의 메인은 그 어떤 야식이 아니라 김다현이었다. 뮤지컬계의 유명한 스타이지만 예능에는 첫나들이 한 그를 유재석은 놓치지 않았다. 박준규가 지난번 출연 분을 놓고 “나 진짜 웃기더라니까”라며 빵빵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을 때부터 긴장하고 있던 김다현에 초점을 맞추더니 수영과 골프를 취미로 삼는 순정만화 속 귀공자 캐릭터에서 어떤 칭찬에도 빼지 않는 자랑쟁이 캐릭터까지 방송의 중심에 김다현을 놓고 이끌고 갔다.



유재석은 대중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호감 있게 소개하는 능력만으로도 톱MC의 명성을 누릴만하다. 실제로 김다현은 원맨쇼로 웃음을 만들 수 있는 게스트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본인의 입으로 자신의 자랑, 예를 들면 학창시절 조승우와 함께 4대 천왕이라 불렸고, 초콜릿 등의 선물이 책상 위에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스스로 조곤조곤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일반적이지 않은 화법과 매너를 선보였다. 반듯한 외모와 이런 부조화를 유재석이 놓칠 리가 없었고, MC진은 그를 재료 삼아 웃음과 이야기를 거품처럼 풍성하게 만들어냈다.

김다현이 몸담았던 2000년대 초반 반짝하고 사라진 밴드 ‘야다’의 이야기부터 시작해 뮤지컬 연기와 드라마 연기의 차이점을 보여 달라고 주문해 웃음을 만들고, 내기에 강하다는 그에게 실제로 가위바위보를 시켜 허당 매력을 높이고, 노래방에서 남녀가 절대로 피해야 할 애창곡에 관한 이야기까지 시청자들이 어떤 지점에 중점을 두고 방송을 지켜볼지 그 포인트를 마련해준 것이다.



<진짜 사나이>로 입지를 다진 류수영의 긍정 이미지나 입만 열면 뻥을 치는 ‘뻥규’ 박준규나 요리 서바이벌쇼에도 출연했던 김지우에 비해 김다현은 대중에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해피투게더> 출연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김다현이란 배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에서부터 그가 뮤지컬계의 스타였고, 애 아빠라는 것까지 한꺼번에 알게 됐다. 오랜만에 ‘이미 슬픈 사랑’을 떠올리게 만들고, 칭찬 앞에서 빼지 않는 낯선 인물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한 회분 방송의 흐름을 유지시키는 주요한 장치였다.

김다현은 박준규처럼 특출한 에피소드를 갖고 있던 것도 맛깔스런 입담도, 끼가 넘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 후 김다현과 관련된 이슈들이 기억에 남는 건 새로운 인물을 시청자들에게 직송으로 전달해주는 유재석과 MC진의 역량 때문이다.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는 동시에 풍성한 토크로 연결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해피투게더>가 목요일 밤의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결정적인 이유인 셈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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