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비행’ 대마 키우는 청소년들... 그런데 드라마는 발랄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한국에서도 이런 드라마가 가능해? OTT seezn 드라마 <소년비행>은 ‘우리는 꿈 대신 대마를 키우기로 했다’는 문구만으로도 파격적이다. 마약을 소재로 하는 것도 파격적인데 그걸 재배하고 유통하는 이들로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니.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몇 작품들은 해외에서 시리즈로 인기를 끄는 마약 관련 콘텐츠들이다. 이를 테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레이킹 배드> 같은 작품이다. 평범한 화학교사가 마약을 제조하면서 생기는 사건을 풍자적인 시선으로 다룬 드라마. <소년비행>은 마약 운반책이었던 18살 소녀 경다정(원지안)이 시골로 도망쳐 내려왔다가 그곳에서 공윤탁(윤찬영)과 그 친구들을 만나고 대마밭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

드라마의 시작은 물론 어둡다. 경다정의 엄마인 박인선(윤지민)이 마약 판매책으로서 딸을 운반책으로 이용하는 비정함을 드러낸다. 또 학교폭력도 빠지지 않는다. 삶에 아무런 의욕도 없는 경다정은 그래도 자신을 친구로 챙겨줬던 조혜미(이수정)가 자신이 조달했던 마약으로 사망하게 되자 충격에 빠진다. 잡히면 죽인다는 엄마로부터 도망치는 경다정은 같이 운반책 이를 했던 최성경(김예은)의 도움을 받아 구암이라는 시골로 숨어들고 그 곳에서 공윤탁과 그 친구들을 만난다.

하지만 앞 부분의 어두운 분위기는 경다정이 시골로 내려와 친구들과 대마밭을 발견하고 그걸 키우는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청소년물 특유의 발랄함을 갖기 시작한다. 이들이 대마를 키우는 건 마약 중독자들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돈이 필요하다. 그 큰 돈을 벌기 위해 대마를 키우는 것.

경다정은 엄마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돈이 필요하고, 공윤탁의 동생이자 사고뭉치 공윤재(윤현수)는 당장 합의금을 줘야 하는 처지다. 부모가 모두 사고로 사망해 홀로 남은 김국희(한세진)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처지라 서울에서 큰아버지가 데려가려 하지만 짝사랑하는 홍애란(양서현)이 있고 또 정든 시골마을을 벗어나고 싶지 않다. 홍애란은 먹고 살기 위해 단란주점에서 일하는 엄마로 인해 손가락질 받는 이 지역을 뜨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한창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야 할 나이에 돈을 벌기 위해 대마를 키운다는 그 한 줄의 설정은 <소년비행>이 가진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의식을 담아낸다. 그러면서도 이 드라마는 미드 식의 어두운 분위기가 아닌, 우리네 청소년 드라마 같은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놓치지 않는다. 비록 대마를 키우고 또 누군가 키우는 대마를 훔치려는 계획을 하는 아이들이지만, 그걸 위해 단합대회를 하고 서로에게 숨겨놓은 마음을 전하는 그런 모습들은 발랄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시즌2를 이미 확정한 <소년비행>의 앞으로의 이야기도 이처럼 밝고 발랄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시즌1에서 보여준 마약이라는 무거운 지점을 청소년들 특유의 밝음으로 그 균형점을 만들려 한 부분은 <소년비행>이 여타의 마약 소재 콘텐츠들과 분명한 차별화를 만드는 부분이다. 범죄 스릴러적인 요소들에 청소년 드라마 같은 이질적인 색깔을 더해 독특한 관전 포인트를 제시한 드라마라는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고나면 <소년비행>은 그 제목이 가진 중의적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저지르는 비행을 다루는 것처럼 여겨졌지만, 뒤로 갈수록 이 청소년들이 이런 현실 문제에 치이지 않고 꿈을 향해 훨훨 비행하는 걸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시즌1도 충분히 의미 있고 재미있는 작품이지만, 시즌2 역시 더더욱 기대되는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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