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여관 육중완, 인색한 대중을 사로잡으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예능계는 언제나 새로운 캐릭터를 원한다. 그래서 의외의 인물의 등장에 환호한다. 근 몇 년간만 해도 김태원, 김응수, 손병호, 데프콘, 조정치, 고창석, 조달환, 김정태 등이 그 본연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전달했다. 그리고 박명수의 격언대로, 물이 들어올 때 저었다. 한 프로그램에서 뜨면 여러 방송에서 얼굴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신의 캐릭터 이외의 진행 능력과 리액션 등의 적응력(이를 예능감이라 표현하기도 한다)을 보인 데프콘 정도를 제외하면 롱런하는 이는 많지가 않다.

물론, 이제는 손꼽히는 예능선수인 하하의 경우처럼 본업보다 이쪽으로 넘어와서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건 자신의 에피소드에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을 때도 그 판에서 어울릴 줄 아는 축척된 끼와 기가 있을 때 가능한 이야기다.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밴드 ‘장미여관’의 육중완도 예능계의 블루칩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한 인물이다. 육중한 덩치에 산발한 외모부터가 범상치 않은데다 이미 사람들을 사로잡은 봉숙이 같은 웃음이 나오는 노랫말에다 머리를 터는 무대매너와 여러 코믹한 퍼포먼스, 그리고 이 모든 것과 상반되는 호소력 짙은 음색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충분했다. 거기다 인디밴드로 활동하며 눈물 밥을 먹은 사연들이 얹히니 훌륭한 예능 소스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무한도전>에 출연해 망원시장 옥탑방을 공개한 뒤 육중완은 한마디로 떴다.

예능이 가진 여러 역할 중 한 가지가 바로 대중과 핫라인이라는 점이다. 예능에 한 번 나오느냐 마느냐는 인지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함께 <라디오 스타>에 출연한 이태임이 적확한 예이다. 얼굴을 알듯 말듯한데, 한번 지켜보니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방송 다음날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수위를 차지하고 그녀와 관련된 스크랩이 떠돌았다. 이처럼 예능은 대중과 소통하고 이름을 알릴 수 있는 발판인 셈이다. 장미여관의 경우도 2011년 11월에 발매한 봉숙이가 <무한도전> 출연 후 다시 음원차트에 올랐고, 육중완은 “<무한도전> 출연 후 이제 좀 형편이 나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지금부터 육중완이 가져야 할 포지셔닝이다. 그 또한 물이 들어올 때 저을 생각인지, 하루아침에 높아진 인지도를 어떻게 유지하거나 이용해야 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중들에게 보여줄 음악적 정체성이 완성되지 않았는데 웃긴 이미지로만 남기 싫어서 복분자 CF를 거절했다고 했다. 이는 분명 같은 인디 출신으로 예능에서 조명을 받은 조정치나 장기하 등과는 다른 사고방식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유지를 지킬지 모르겠지만 롱런하거나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지금 육중완은 매체 노출을 최소화하고 <무한도전> 등에서만 그 매력을 발산하는 게 낫다. 이미 격렬한 물개 박수를 장착해 예능의 제1덕목 리액션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고, 외모라는 하드웨어도 수준급이다. 나름 센스 있는 멘트와 즐거운 분위기를 만드는 에너지도 있다. 하지만 그의 에피소드가 떨어졌을 때, ‘가난한 인디였다’는 이미지 메이킹이 더 이상 어려울 때, 타계할 내공이 갖춰졌다고 보이진 않는다. 여러 이미지가 혼합되고 순박한 그래서 아직은 궁금한 것이 많은 인물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는 것이다. 인디나 마이너리티한 뭐든 것이 그렇듯 밑에서 치고 올라갈 때 관심을 갖고 좋아하지만 그 이상의 무엇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냉정하게 돌아선다. 왜냐면 잠시 관심을 가졌던 것뿐이기 때문이다. 장미여관은 이미 그런 경험이 있다.



<무한도전>은 그들의 예능 첫 나들이가 아니다. KBS2 <톱밴드 시즌2>에 출연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를 봉숙이로 씹어먹던 시절이 있었다. 한쪽에선 80~90년대로 돌아간 아저씨들이 향수 어린 클래식 넘버들을 카피하고 한쪽에서는 하드락이 울려 퍼질 때 늙수그레한하고 촌스런 남자들이 찌질하면서도 농염한 가사를 보사노바 리듬 위에 올려 사투리로 부른 것은 충격이었다. 이때 심사위원이었던 김경호는 한참 웃다가 ‘저런저런’이란 뜻으로 손가락질을 했고, 김도균은 아빠 미소를 지으며 물개박수를, 신대철은 포복절도 뒤 예의 그 중후한 고갯짓으로 감복했음을 나타냈다.

하지만 불과 딱 1년 만에 이런 이야기를 <라디오스타>에서 스스로 말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 <무한도전>을 시청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재밌는 밴드를 ‘처음 봤다’고 했다. 이는 <톱밴드>가 편성표에서 사라진 씁쓸한 이유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인물에 환호하면서도 정을 주는 데는 꽤 인색한 대중의 심리이기도 하다. 그러니 육중완, 그리고 장미여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예능에서의 인지도와 본업인 음악의 정체성과의 적절한 거리두기다.

예전 신대철이 ‘코믹한 이미지 이외의 것이 필요하다’고 장미여관을 평한 적이 있다. 음악보다 예능으로 먼저 인지도를 굳히고 그 물에서 노을 저을 때, 그들을 실어 나르던 파도가 언제 꺼질지 모를 일이다. 이미 지난해에 한 차례 겪은 일이기도 하다. 지금 장미여관과 육중완에게는 어떻게 인기를 얻을까보다 대중들에게 오래도록 기억에 남기 위한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그것은 시청자인 우리들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식상한 느낌은 아무도 원치 않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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