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가수’ 진행 이소라·박명수로는 부족하다

[엔터미디어=최명희의 대거리] MBC ‘일밤-나는 가수다’가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한 달여 기간 동안 제대로 충전을 마치고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돌아온 ‘나가수’는 지난 8일 방송 2주차를 맞아 ‘내가 부르고 싶은 남의 노래’를 미션으로 첫 번째 경연을 펼쳤다. 기존 가창력 위주의 대결에 파격과 변신이 더해진 ‘신들의 향연’에 시청자들은 또 다시 매료됐다. 이는 징검다리 연휴 기간 전반적인 TV 시청률 하락세 속에서도 ‘일밤’의 시청률만은 상승 그래프를 유지한 결과물로 나타났다. 불과 2주전까지 5%에도 미치지 못하던 굴욕적인 시청률을 보이던 ‘일밤’은 곧바로 ‘1박2일’을 중심으로 한 KBS ‘해피선데이’를 따라잡을 태세다.

단순 시청률 뿐 아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독점 제공하는 ‘무편집 영상’ 서비스에서 임재범의 ‘빈잔’이 하루만에 200만건 이상의 폭발적인 재생 횟수를 기록하는 등 방송 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박정현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필두로 ‘나가수’ 출연 가수들의 노래가 음원차트를 석권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이런 상황에서 지난 9일 녹화된 두 번째 경연 무대에서 첫 기립박수가 쏟아진 가운데 첫 번째 탈락자가 나왔다. 탈락자는 이를 담담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들의 관심은 ‘과연 누가 탈락했을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경연을 반추해 봤을 때 도무지 누가 탈락할 것인지 쉽게 예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신드롬으로 이어지고 있는 ‘나가수’ 열풍의 1등 주역은 누가 뭐래도 출연 가수들이다. 첫 방송에서만 해도 긴장된 모습을 숨기지 못하며 ‘출연자’ 역할에 그쳤던 가수들이 일주일만에 완전히 달라졌다. 물론 ‘자신의 명곡 부르기’를 미션으로 수행한 첫 방송도 환상적인 감동을 선사했다. 하지만 진짜 경연이 시작되자 출연 가수들은 진검을 뽑아들었다. 전주 방송은 몸풀기에 불과했다는 듯 비장의 절기를 선보이며 프로그램 ‘주도자’로서의 정체성을 빠르게 확보했다.

어느 새 ‘나가수’의 대표선수로 거듭난 임재범은 전자기타와 대북이 어우러진 웅대한 무대를 연출하며 ‘나만 가수다’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듯 했다. 이소라는 ‘미션이 거듭될 수록 보여줄 게 가장 적은 가수’라는 세간의 평가를 비웃듯 완벽하게 변신에 성공했다. 1등에서 꼴찌로 추락한 김범수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절치부심의 산출물을 보여줬다. 박정현, 김연우, BMK, 윤도현 등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무대를 창출했다. 벌써 진도가 이렇게 나가면 과연 앞으로 참여하겠다는 새 멤버를 섭외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신정수 PD 등 제작진의 노력도 곳곳에서 묻어난다. 아픈 중에도 투혼을 발휘한 임재범과 투병중인 아내의 이야기를 적절히 편집하며 노래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를 입혀줬다. 바뀐 규칙이 제대로 적용되며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첫 경연에서 가수가 곡을 결정할 수 있게 배려해 준 점도 인상적이다. 또 가수 한 명 한 명이 최고의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도록 음향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이번 무대에서는 전과 다르게 라이브의 느낌을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각종 악기와 연주자가 맞춤형으로 지원됐다. 정지찬 음악감독을 영입하면서 “내가 김영희 PD보다 낫다”고 말한 신정수 PD의 발언이 농담만은 아니었다는 게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가수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데다 음악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제작진의 의지도 착착 맞아 떨어진다. ‘웰메이드’ 프로그램이라는 찬사와 더불어 시청률도 빵빵 터진다. 이 정도면 ‘나가수’는 방송 재개 2주만에 완벽하게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 부활이 아니라 차원이 높아진 느낌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말이 절로 나올만하다. 물론 ‘완벽’이라는 단어를 함부로 쓸 수는 없겠지만 그 정도로 빠르게 자리잡았다는 얘기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노래 중간중간 나오는 가수, 자문위원 등의 멘트는 음악에 완전히 젖어드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매니저 역할을 담당하는 개그맨들의 역할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나가수’가 단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라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 축으로 생겨난 태생적인 한계를 감안하면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감동’ 뿐 아니라 ‘즐거움’을 버릴 수 없는 상황에서 노래만 들려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개그맨들도 어떻게든 활용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명수, 고영욱 등 가수 출신 매니저들이 ‘나도 가수다’라고 한 코너를 맡아 재미를 준다던 지, 아니면 차라리 개그맨들에게는 다른 역할을 맡기고 진짜 매니저들을 등장시켜 ‘날 것’의 느낌과 긴장감을 한 층 배가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어떤 방법이건 해결책을 도출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결혼했어요’ 처럼 아예 독립해서 따로 살림을 꾸린다면 모르겠지만.

이와 별개로 보다 완벽한 ‘나가수’를 위해서 전문 MC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이소라의 자질문제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아니다. 이소라는 첫 방송 재개에서 “내가 잘못했고 노래를 보답하겠다”고 사과한 이후 차분하고 담백한 특유의 진행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진행을 하면서 노래까지 정말 잘하고 있다. 이소라는 그러나 노래 경연이 끝나고 순위가 발표되는 시간에는 꿀 먹은 벙어리가 돼 버린다. 이소라가 2위로 처음 발표된 이후 “고맙다”라고 말한 이후 발표시간 내내 그녀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없었다. 가수들이 가장 선호한다는 2위 자리를 차지한 이후 어떤 진행을 할 수 있을까. 이소라의 자질 문제나 잘못이 아니다.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발표시간 내내 입을 닫아 버릴 수 밖에 없는 이소라를 대신해 개그맨들이 공동 진행자 역할을 맡게 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산만하다. 맏형격인 박명수와 지상렬이 나서서 “여기서 꼴찌하면 어떻게 되나요?”, “다음주에도 또 볼 수 있는거죠” 등등 멘트를 날리며 어떻게든 무난하게 진행을 이어가려고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방송은 언제나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는 시청자가 있다고 전제하고 예의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결과 발표 후의 과정 등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역할을 누구에게도 주지 않았다. 박명수가 설친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발표자가 바뀌는 것도 문제다. 발표자는 공정성과 권위의 상징인데 불필요한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전주 방송에서는 자문위원 단장인 정기호 교수가 발표를 맡더니 본격 경연에 들어서자 별다른 설명없이 신정수 PD가 발표자로 나섰다. PD가 굳이 결과발표자로 다시 나설 이유가 있을까.

전문 MC가 따로 있으면 한 번에 해결될 문제이다. 발표시간을 더 긴장감 있게 진행할 수 있고 순위 발표도 맡겨 버리면 그만이다. 시청자에게 깔끔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첫 탈락자가 나왔고 담담하게 결과를 수용했다고 한다. 누가 탈락했을까라는 단순한 궁금증과 더불어 어쩔 수 없이 김건모가 탈락했던 지난 3월 방송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학습비용을 치른 만큼 겸허하게 순위를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 순간의 잔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누가 탈락해도 망신은 아니지만 누가 탈락해도 크게 아쉬운 상황이다. 수습할 사람이 필요하다. '나가수'의 진짜 부활은 탈락자를 한번 배출해야 가늠할 수 있다. 줄곧 제기된 전문 MC 문제를 다시 꺼내든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경연을 감동적으로 즐기고 난 시청자들이 결과발표를 보면서 불쾌해 지면 안된다. 첫 탈락자가 무난하게 마무리됐다고 하지만 위험을 안고 갈 필요는 없다. 복안이 있다고는 하지만 진행자인 이소라가 탈락할 경우 나타날 그 산만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박명수가 영웅이 되는 건 한 번으로 족하다. 편집의 묘미로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굳이 야구로 빗대면 ‘가수=선수, 개그맨=감독, 청중평가단=관객, 자문위원단=심판, 제작진=KBO, 시청자=시청자’ 정도가 되겠다. 여기에 전문 해설가를 영입해서 경기 품질과 시청자 만족도를 높이자는 얘기다. 현재는 해설위원이 해설도 하면서 선수로도 뛰고 있는 셈이다. 과거에 허구연 해설위원이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은 적은 있지만 겸직은 아니었다. 전문 진행자를 영입해서 이소라의 짐을 벗어주자. 분명 ‘나가수’가 짧은 시간에 한층 더 완벽해지는 방법중 하나가 될 것이다.


최명희 기자 enter@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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