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카펠라’, 캐릭터의 변주만으로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은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오대환과 이중옥이 후배 배우인 이호철을 만나기 위해 공사장 같은 곳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장면은 범죄 스릴러의 한 장면처럼 연출된다. 오대환은 장소가 “살벌하다”며 영화에서라면 누군가를 “묻으러 올 것” 같은 곳이라고 설명한다. 그러자 이중옥은 한 술 더 떠서 자동차 트렁크에 시체 같은 것 싣고 오는 것 아니냐고 너스레를 떤다. 그 때 나타난 이호철. 앞으로 함께 할 배우들 중 막내라고 하지만 어딘지 말도 놓기 어려운 비주얼. 차 안에서 어색해하는 이중옥에게 “말씀 편하게 하십쇼 형님”이라고 말하는 이호철의 말에 본게임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빵빵 터진다.
MBC 예능 <악카펠라>는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악역을 주로 해왔던 배우들이 모여 ‘천상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아카펠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그 시도 자체가 벌써부터 흥미로워진다. 악역과 아카펠라가 가진 이미지의 부조화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움이다. 막내를 굳이 공사판에서 픽업한 것도 이들이 작품을 통해 보여진 이미지가 어떤가를 슬쩍 꺼내놓은 후, 그들이 실제 나누는 대화가 그 이미지와는 사뭇 상반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차 안에서 오대환과 이중옥 그리고 이호철이 나누는 대화는 악역 이미지와는 너무 다른 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오대환은 괜스레 이 프로그램의 취지가 예쁜 하모니를 통해 악역들의 이미지를 세탁하는 거라고 꺼내놓지만, 이미 이들이 툭툭 던지는 천진한 말들에는 그 자체로 반전의 편안함과 친숙함이 묻어난다.
그들이 찾은 큰 형님 김준배는 그런 점에서 가장 큰 반전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냥 낫 하나 들고 풀을 잘라도 어딘가 살벌한 느낌을 주는 이미지지만, 동생들이 찾아온 집 구석구석은 그가 얼마나 섬세한가를 그 자체로 보여준다. 꽃들이 여기저기 화단에 잘 피어있고, 공룡 장난감에 인형들까지 곳곳에 데코가 되어 있는 걸 보며 동생들은 “예쁘다”를 연발한다.

이처럼 <악카펠라>는 워낙 강렬한 빌런 이미지를 가진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기 때문에 그 긴장감을 반전의 모습으로 깨주는 것만으로도 빵빵 터지는 웃음과 재미를 만들어낸다. 즉 슬쩍 요리를 다듬는 장면에서 마치 범죄 스릴러의 한 장면처럼 연출을 해놓은 다음, 이런 긴장감을 단번에 깨버리는 반전의 말이나 행동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그 이완이 주는 웃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 이들이 70일 간 아카펠라에 도전하고 이를 선보이는 과정을 통해서도 그 효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형돈과 데프콘이 매니저 역할로 투입되어 예능적인 요소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그보다는 진짜 ‘천상의 하모니’를 보여주는 메이트리를 먼저 보여준 후, 그들에게 아카펠라를 배우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살벌한 이미지로 ‘아기상어’라는 동요에 도전하는 모습 자체가 더 큰 웃음을 준다.

게다가 이런 살벌한 이미지와는 상반되게 의외의 하모니를 이들이 아카펠라를 통해 들려줬을 때 그 감동은 얼마나 더 배가될까. <악카펠라>는 그 신선한 기획과 캐릭터의 변주만으로도 이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면이 있다. 게다가 늘 조연으로만 서 있던 그들이 이제 주역이 되어 무대에 선다는 점이나, 악역 이미지를 깨고 나오는 순수하고 따뜻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를 부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얼마나 누군가의 진면목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을까. 그저 드러난 몇몇 모습만으로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같은 걸 갖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악카펠라>가 지금은 ‘지옥의 하모니’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그 모습이 향후 진짜 ‘천상의 하모니’로 성장해가는 과정은 우리에게 선입견과 편견이 깨지는데서 만들어지는 의외의 먹먹한 감동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