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디즈니+가 해내나.. ‘키스식스센스’라는 멜로 신세계

[엔터미디어=정덕현] 서지혜가 이렇게 매력적인 배우였나. 서지혜는 <사랑의 불시착>에서 북한 부유층 자제 역할로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지만 그 때도 어딘가 조금은 안 맞는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저녁 같이 드실래요?>를 통해서는 멜로드라마에 어울리는 여주인공으로서의 면면을 보여줬지만, 드라마 자체가 유니크한 차별점을 보여주진 못했던 터라 서지혜의 진가가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키스 식스 센스>에서의 서지혜는 무언가 다르다. 그간 감춰뒀던 그의 매력이 온전히 캐릭터를 통해 보이는 느낌이다.

그건 <키스 식스 센스>에서 홍예술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서지혜가 가진 도회적인 이미지와 더불어 드러내는 허당미 넘치는 모습이 그의 인간적인 면면을 끄집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서지혜는 신비롭게까지 느껴지는 외모 때문에 연기의 결이 오히려 가려지기도 했던 배우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그는 이런 이미지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배우이기도 하다. <사랑의 불시착>이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키스 식스 센스>는 이제 온전히 그 노력이 꽃을 피우고 있는 느낌이다. 서지혜가 이처럼 배우로서의 진가가 도드라지는 건, 이 작품이 가진 전형성을 슬쩍 벗어난 새로움과 홍예술이라는 캐릭터에 힘입은 바가 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키스 식스 센스>는 사실 판타지 설정을 빼고 보면 전형적인 오피스 멜로물이다. 광고회사에서 독보적인 위치와 능력을 보이는 상사 차민후(윤계상)와 그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면서 자기만의 캐리어를 쌓아가는 홍예술 사이에 벌어지는 밀고 당기는 썸과 쌈의 멜로. 여기에 홍예술의 전 남친이었던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감독 이필요(김지석)와 차민후를 대놓고 짝사랑하는 배우 오지영(이주연)을 세우니 전형적인 4각 구도의 멜로가 세워진다.

하지만 이 전형성을 깨는 건 홍예술이 가진 특별한 능력(?) 혹은 저주라는 판타지 설정이다. 입술이 누군가의 신체 부위에 닿으면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이것이 대단한 능력일 것처럼 보이지만, 그 접촉하는 부위기 입술이라는 점은 그 상대가 연인이라는 걸 드러내면서 이것이 능력이 아닌 저주가 될 수 있다는 걸 암시한다. 즉 잘 사귀고 있는 상대방이 미래에 다른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보게 되는 홍예술은 아예 사랑 자체를 기피하고 대신 일에만 빠져든다.

회사에서는 늘 자신을 콕 짚어 계속 괴롭히는 것처럼 일에 있어서 사사건건 짚고 넘어가는 차민후라 홍예술은 그를 재수 없는 상사정도로 여기지만, 어느 날 우연히 입술이 맞닿고 그래서 보게 된 미래 속에서 두 사람이 한 침대에서 뒹굴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홍예술은 그걸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에 그게 사실일까 궁금해 다시금 입을 맞춰 그 미래를 확인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된다.

드라마는 어딘가 차민후 역시 예사롭지 않은 초감각으로 힘겨워 하고 있다는 걸 슬쩍슬쩍 드러낸다. 특히 누군가와 키스를 하거나 하면 모든 감각들이 예민해져 마치 병을 앓듯이 힘겨워 하는 상태가 되는 것. 그래서 이런 초감각은 그가 광고주들을 상대하는데 있어서 막강한 능력을 부여한다. 광고주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맞춰내는 능력으로 위기 때마다 이를 뛰어넘는 대안들을 제시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초감각이 약을 달고 살 정도로 고통스럽다.

그래서 홍예술이 가진 미래를 보는 일이나 차민후가 가진 초감각은 능력이 아니라 하나의 저주처럼 치부된다. 그런데 놀라운 건 이 두 사람이 스킨십을 했을 때는 이런 능력이 발현되지 않는 평범한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는 점이다. <키스 식스 센스>는 그래서 능력자가 아닌 저주받은 자들이 평범한 연애를 하고픈 판타지를 담는다. 차민후와 홍예술은 그저 평범한 연인들처럼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차 안에서 키스를 하는 등의 사랑을 나누고 싶을 뿐이지만 그게 어려워진 인물들이다.

이 점은 이 멜로가 가진 색다른 결을 드러낸다. 연애를 통해 특별해지고픈 어떤 욕망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해지고 편안해지고픈 욕망을 담는 것. 평이해 보였던 오피스 멜로는 이 판타지 설정을 통해 의외의 색다른 이야기로 전개된다. 과연 이들은 자신들의 능력 혹은 저주로부터 벗어나 그저 평범한 사랑에 이를 수 있을까.

게다가 이 드라마는 이러한 사랑이 이미 정해진 운명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질문한다. “이 미래는 어차피 올 미래였을까, 내가 만든 미래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미래가 아니라 어쩌면 과거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홍예술에게 까칠하게 대했던 차민후가 사실은 그가 광고인으로서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더 아꼈기 때문일 수 있고, 그 까칠하다고 느끼면서도 홍예술이 그에 대한 어떤 마음을 갖고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예술이 자신의 능력을 저주로 생각하는 건, 타인과 얽혀 만들어진 어떤 관계의 변화가 실은 과거부터 쌓여온 무언가가 조금씩 누적되어 생겨난 결과가 아니라 갑자기 나타나 운명처럼 느껴져서다. 그래서 홍예술이 이 비밀을 풀어가는 과정은 멜로이면서도 동시에 그의 저주를 다시금 능력이자 축복으로 바꾸는 일이 될 수 있을 게다. 전형적인 오피스 멜로에 판타지 하나를 더함으로써 이토록 색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걸, <키스 식스 센스>는 보여주고 있다. 그간 디즈니+를 통해 오리지널로 제작된 K콘텐츠들의 잇따른 부진 속에서 <키스 식스 센스>라는 흥미로운 멜로의 신세계가 더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이유다. 또한 서지혜라는 배우의 매력이 도드라지는 것 또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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