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엽과 유채훈이 함께 하는 모타운 모티브 콘서트 ‘Re:feel’

[엔터미디어=정덕현] 공연 시작 전부터 관객들은 라이브의 설렘을 느낀다. 바텐더가 위스키 온 더 락을 내놓을 것 같은 바가 한 편에 꾸려져 있고 그 앞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피아노가 마치 그 제 자리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오른편에는 베이스, 기타, 드럼 그리고 트럼펫과 섹소폰을 연주할 이들이 자리할 무대가 놓여 있다. 어쩐지 술 한 잔 걸치고 라이브로 흘러나오는 음악에 빠져들 것만 같은 무대 구성. ‘리:필(Re:feel)’ 콘서트는 그렇게 시작 전부터 공기만으로 공연을 시작한다.

R&B 그룹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정엽과 크로스오버 그룹 라포엠의 리더 유채훈의 만남. ‘리:필’ 콘서트는 무대 구성으로 알 수 있듯이 어딘가 빈티지가 느껴지는 라이브 바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음악적 색깔이 사뭇 다른 정엽과 유채훈이 어떻게 어우러질까 의구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런 의구심은 첫 무대로 부른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ack’의 듀엣 무대만으로도 눈 녹듯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유채훈이 부르는 레이 찰스의 ‘Mess Around’ 솔로와, 정엽이 부르는 스티비 원더의 ‘I Just Called To Say I Love You’. 관객들은 마치 시간을 되돌려 어느 과거의 재즈 바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에 빠져든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피보 브라이슨, 빌 위더스, 어스 윈드 앤 파이어... 1970~80년대까지 블루스, 재즈, R&B를 즐겨들었던 분들이라면 ‘리:필’ 콘서트는 그 선곡들만으로도 귀하게 느껴질 게다. 물론 중간에는 정엽과 유채훈이 각각 홀로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색깔을 드러내는 곡을 선사하지만, 전체 콘셉트가 레트로적인 블루스, 재즈, R&B로 채워져 있어 이를 관통하는 ‘필(Feel)’이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정엽 특유의 간드러지면서도 숨과 공기 그리고 가성과 진성으로 오가는 초절정 기교의 가창이 필(Feel) 가득한 무대를 선사한다면, 유채훈 특유의 시원시원한 고음과 맑은 음색이 무대와 관객 모두에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정엽이야 본래부터 R&B 소울의 색깔이 분명해 이런 무대가 당연히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크로스오버 그룹으로 성악 전공자인 유채훈 역시 레이 찰스나 스티비 원더가 어울리는 건 예상 밖이다. 스스로 피보 브라이슨의 음색과 자신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하자 의구심이 풀렸다. 유채훈이 맑은 음색으로 부르는 피보 브라이슨의 ‘All She Wants To Do Is Me’의 필 가득한 흥겨움이라니.

정엽이 부르는 ‘You Are My Lady’나 유채훈이 부르는 정미조의 ‘귀로’ 같은 노래가 한껏 감성을 자극한다면, 유채훈이 부르는 강산에의 ‘이구아나’를 관객들과 함께 부르는 싱어롱은 한껏 흥을 돋운다. 코로나19로 인해 가수도 관객도 느꼈을 공연에 대한 갈증이 박수와 싱어롱으로 흠뻑 채워지는 순간들이다. 노래도 노래지만 재즈 바 구성의 세션들이 가득 채워주는 연주의 묘미도 빼놓을 수 없다. 여기에 코러스 팀 하모나이즈의 백코러스가 더해져 무대는 더욱 풍성해졌다.

안산 공연을 마지막으로 ‘리:필’ 콘서트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정엽과 유채훈은 여지를 남겼다. 기회가 되면 더 업그레이드된 ‘리:필’ 콘서트 시즌2를 하고 싶다는 것. 많은 콘서트들이 있지만 ‘리:필’ 콘서트가 기획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갖는 부분은 ‘모타운’ 같은 하나의 콘셉트를 갖고 꾸며진 콘서트라는 점이다. 마치 두 시간 반 동안 음악을 통한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콘서트. 음악만이 가능한 기적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모쪼록 이러한 콘셉트가 돋보이는 콘서트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바삐 살다보니 잊고 있던 그 때의 그 느낌(Feel)을 다시 채워줄 수 있는.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인넥스트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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