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미디어=정덕현] 진짜 ‘빅마우스’는 누구인가. MBC 금토드라마 <빅마우스> 시청자들의 추측이 여기저기 쏟아져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억울하게 빅마우스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오게 된 박창호(이종석)의 아내 고미호(임윤아)와 그의 장인 고기광(이기영)이 의심받았다. 특히 박창호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으로 지내고 있는 고기광은 유력한 빅마우스처럼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또 다른 추측들이 그 위에 얹어졌다. 애초 이 일에 박창호를 끌어들인 최도하(김주헌)가 의심됐고, 그의 아내인 구천 대학병원 병원장 현주희(옥자연)도 대상에 올랐다. 한편 감옥에서 박창호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는 제리(곽동연) 역시 그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오르고 있다. 곽동연 정도의 배우가 그런 정도의 역할을 할 리가 없다는 의심에서다.

누가 진짜 빅마우스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끝없이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 상황은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에 과몰입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들 속에서 인물들이 하는 어떤 행동들조차 예사롭게 보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들이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에 시청자들은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빅마우스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을 세워둠으로써 생겨난 결과다.

그런데 이런 추측들 속에서 박창호가 마약고객명단의 진짜 이름을 진짜로 적어내면서 혹 그가 진짜 빅마우스는 아닌가 하는 얘기들까지 나왔다. 드라마는 박창호가 그 명단을 알게 된 경위를 보여주지 않았다. 궁금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체를 계속 숨기고 궁금증을 계속 키우는 이런 전개는 시청자들에게는 다소 드라마를 개연성 없어 보이게 만드는 게 사실이다. 박창호가 점점 진짜 빅마우스가 되어가고 감옥을 장악해가는 과정 자체가 그렇다.

그럼에도 어째서 시청자들은 <빅마우스>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걸까. 그건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전개 속에서도 박창호라는 인물이 보여주는 서사가 힘없는 서민들의 정서를 건드려주는 면이 있어서다. 그는 한 마디로 힘없고 돈 없어 억울하게 감옥에까지 오게 된 인물이다. 그가 그렇게 된 건 힘있고 돈 많은 자들 때문이다. 그래서 이 구도라면 그는 저들 고양이 같은 포식자 앞에 놓인 쥐의 처지다.

하지만 드라마는 묘하게도 이 쥐가 고양이의 놀음에 놀아나지 않고 거꾸로 저 고양이와 맞서고 때론 저들을 때려잡는 역전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왜 이 드라마의 제목이 <빅마우스>인가가 실감난다. 사실 박창호의 가진 건 없어도 입으로는 늘 잘 될 거라는 말을 뻥뻥 터트리는 ‘빅 마우스(big mouth)’는 서민들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마약왕인 ‘빅 마우스(big mouse)’라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왔다. 그는 고양이들이 갖고 노는 쥐 꼴이 된 것. 그런데 그 쥐가 알고 보니 만만찮은 쥐였다는 걸 박창호는 감옥이라는 생존상황에서 보여주고 있다.

쥐들 중에 가장 큰 쥐, 감옥에서 박창호에게 죄수들이 “빅!”을 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힘없어도 궁지에 몰렸을 때 오히려 고양이를 물어뜯는 그 모습을 <빅마우스>는 보여주고 있다. 그러니 다소 개연성이 없어 보이는 전개 속에서도 시청자들은 저들 고양이들이 당황해하다가 오히려 당하는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그리고 개연성 없어 보이는 전개에 시청자들 스스로 이런 저런 이유들을 추측해 그 말과 행동들의 이유를 이어 붙여 보려 한다. 진짜 빅마우스가 누구인가에 대한 과몰입이 일어나는 건 그래서다. 그 개연성의 중심에 빅마우스가 있으니까.

<빅마우스>가 5회 만에 시청률 10%에 근접하는 등 심상찮은 반응을 보이는 데는 바로 이런 상황을 역전시킨 주인공 박창호에 담겨진 서민들의 판타지가 투영되어 있어서다. 늘 끌려 다니기만 하고 저들에게 이용만 당할 것 같았던 박창호가 날리는 회심의 펀치들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시원시원하게 해준다. 물론 진짜 빅마우스가 누구냐는 것이 밝혀지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박창호는 서민들을 대변해주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큰 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