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어디가’, 아이들과의 이별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아이들과 이별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얼마 전부터 제작진은 여러 매체를 통해 내년 초 시즌2 런칭을 예고했다. 올해 초 시작해서 어느덧 1년. 아이들은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외모부터 언어, 사회성까지 부쩍 자랐다. 아무도 성공할 줄 몰랐고, 제작진 또한 관찰형 예능으로 준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일밤>의 지난 10년 흑역사를 한 방에 해소해준 꼬맹이 스타들은 예능의 새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유사 프로그램들이 줄을 이을 만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우선 다섯 아이들의 일상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장기간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어렵다. 그리고 여행이 콘셉트이긴 하지만 관계의 관찰이 핵심이다 보니 사이클이 다소 짧을 수밖에 없는 관찰형 예능의 특성이 작용한다. 일상을 매번 새롭게 들여다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래서 아직 노하우가 쌓이지 않은 관찰형 예능의 지속가능성은 포맷에서 찾는다. 일정 궤도에 올라 반복되는 상황이 늘어나면 지루해지지 않도록 출연진을 교체하거나 점점 더 미션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게 된다.

<아빠 어디가>는 그런 면에서 고민을 많이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빠와의 관계 회복은 더 이상 밀 수 있는 기획의도가 아니다.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버지들도 이제 모두 능숙하게 요리를 하고 아이들과 어울린다. 1년 정도 보다보니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도 익숙해졌고 아이들도 커서 윤후는 예전만큼 지아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은 예능 선수들을 데리고 방송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이 다양한 상황에 마주하게 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커가기 때문에 이 방식이 맞는 길이기도 했다. 친구들을 데려오게 한다거나 다른 형제들을 데려와 인물을 늘렸다. 새로운 환경과 관계를 아이들이 마주할 때 순수하고 엉뚱한 모습과 함께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는 뉴질랜드 가정에서 하룻밤을 묵는 홈스테이를 했다. 영어가 능숙하지 못한 아빠들도 아빠지만 영어 수업을 많이 받은 아이들도 쑥스러움에 경직됐다. 준수는 웃기만 했고, 준이는 말을 잃고 소심해졌다가 현지 친구의 적극적인 손길로 겨우 말문을 텄다. 낯을 가리던 지아나 영어에 자신감이 있던 민국이도 잔뜩 긴장했다. 역시나 윤후는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부끄러워하다가 선물을 건네며 겨우겨우 말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낯을 가렸지만 이내 어색함을 극복하고 잘 어울렸다. 민국이는 어느덧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며 게임을 즐겼고, 민율이는 그러거나 저러거나 의지대로 되지 않는 트렘펄린 위에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초연해졌다. 지아는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준수는 말이 안 통해도 그냥 씩씩하게 뛰어놀았다. 외모와 다르게 소심한 윤후 또한 준비한 선물부터 아빠에게 배운 멘트 전달까지 준비한 대로 되지 않았지만 준비해간 딱지치기를 가르쳐주면서 귀여운 동갑내기 꼬마 아가씨와 잘 어울리기 시작했다.

뉴질랜드의 새로운 풍광을 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홈스테이는 <아빠 어디가>의 아이들이 여전히 사랑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새로운 경험에서 아이들의 새로운 모습이 나온 것이다. 우리가 익히 봐왔던 아이들에게서 잘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방송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인기를 얻으면서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모습과 관계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아이들은 역시나 아이였다. 얼굴에 페이스페인팅을 멋들어지게 한 민국은 첫 만남에 예의를 찾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색함에 쭈뼛거리다가 트렘펄린을 타거나 공놀이를 하면서 이내 뉴질랜드 아이들과 친해지고 교감을 찾았다. 이런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일요일 저녁마다 만나던 이 귀여운 아이들을 이제 얼마 후부터 더 못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아쉽다. 여전히 귀엽고 커가는 모습도 지켜보고 싶은데 헤어진다니 섭섭하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아이들의 일상에 관한 고려와 함께 ‘성장’이란 차원에서 예능의 가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귀엽고 엉뚱하고 사랑스런 아이들이 모여서 논다는 것이 <아빠 어디가>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내세울 수 있는 재미와 후크는 아이들의 귀여움에 있다. 그런데 이미 어린 민율이 고정 출연하는 형들을 넘어서 에이스가 됐다는 것은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옆 방송의 추사랑도 그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잘 나가는 이 시점에서 다시 연령대를 낮추고 새로운 아이들을 통해 새로운 관계와 그림을 보여주고자 하는 제작진의 의도에 공감한다. 아빠 미소를 지으며 흠뻑 빠져 바라보다 어느덧 행복하고 단란한 한때의 그 정점에 와 있는 것 같았다. 행복했던 이야기의 마침표가 가까이 오고 있음이 느껴진다. 헤어지기는 싫지만 정이 들었지만 여전히 미소 짓게 하지만 아이들이 부쩍 자랐음을 느끼기 시작할 때 서서히 아이들과 이별을 준비할 때가 온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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