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도’ 쓸친소, 한바탕 웃고 나니 더 쓸쓸한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무한도전>은 쓸친소 특집을 위해 지난 2회를 바쳤다. 기대감은 실시간 검색어를 점령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명단이 유출되면서 더욱 더 관심이 쏠렸다. 본편의 재미는 분명 타격을 입었지만 관심을 증폭시키는 데는 일조했다. 그런데 웬일인지 크게 기대되지 않았다. 유출된 명단의 면면 때문만은 아니다. <무한도전>이 자랑하는 역사이자 연례 이벤트가 반가움을 넘어선 기대를 갖기에 지난 2주간의 예고편은 부족했다.
‘못친소’에 이은 ‘쓸친소’ 콘셉트는 <무도> 고유의 코드다. 다소 무언가 모자란 사람들이 함께한다는 것. 지난 주 ‘쓸친소’는 캐스팅부터 세트까지 이러한 맥락을 비트는 반전이 전반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전반전이 펼쳐졌다. 예고편에서 언급된 ‘외로운 여자’의 조승구 씨가 깜짝 출연하는가 하면, 외로움과 거리가 멀 것 같은 아이돌과 배우들이 얼굴을 드러내고 스카이라운지라고 찾아간 눈발 날리는 옥상에서는 뽀글이를 셀프서비스로 먹어야 했다. 여기에 효녀가수 현숙의 디너쇼까지 깜짝 등장했으니 <무도>다운 장치들은 충분했다.
하지만 <무도>다움이 모두 재미로 이어지진 않았다. 못친소 때와 유사하게 진행된 참가 멤버 소개나 도시락 선물 등등의 상황은 팀을 짜는 호키포키 댄스타임 전까지 김제동, 조세호 등이 산발적인 웃음을 선사한 것 외에 잔잔하게 흘렀다. 이 모임에 빠져들게 만들 결정적인 고리가 없었다. 류승수, 신성우, 진구의 반전 매력을 만나기엔 일렀고 지상렬, 김영철, 안영미, 김나영 등은 예의 본연의 캐릭터 이상의 바람은 이끌지 못했다. 그때까지 쓸쓸함이란 정서를 꾸준히 이어가서 쓴웃음이라도 만든 출연자는 양평이 형(하세가와 요헤이)이 유일했다. 그는 김C나 조정치처럼 누가 봐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 그 자체가 매력인 인물로, <무도>의 콘셉트와 일치하는 동시에 에너지 넘치는 고정 멤버들과는 대비되는 새로운 캐릭터였다. 그랬다. 양평이 형은 쓸친소의 알렌 아이버슨, 즉 정답이었다.
주변 공기마저 쓸쓸하게 만드는 양평이 형은 지난 자유로 가요제를 통해 <무도> 안에서 캐릭터를 구축했다. 물론 노력이 아니라 그냥 존재할 뿐이지만 사람들은 도시락을 몰아주었고 그의 춤사위에 쓰러졌다. 그도 쓸쓸함을 벗어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쳤다. 외모와 달리 스테이지를 차지하려는 욕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사람들을 견제했고, 함께 가려던 길을 다급하게 밟아서 제압했다. 다른 멤버들이 그랬으면 별 것 아닌 장면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양평이 형이 온화한 얼굴 미소를 짓고 하니까 웃음이 되었다. 이렇게 <무도>는 새로운 캐릭터를 발굴하고 힙합레이블처럼 크루, 즉 식구를 늘렸다. <무도>가 많은 게스트들을 초대하고 연례특집을 통해 새로운 스타를 식구로 맞는 등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것은 장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가능한 독보적인 지점이다.

<무한도전>이기에 가능한 쓸친소의 첫 방영분은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호키포키 댄스에 열광했고, 시청률도 1%p 이상 상승했다. 그런데 1시간 이상 하는 방송에서 호키포키 댄스는 마지막에 불과 십여 분이었다. 유부남 예능 워커홀릭들이 일에 몰두한 나머지 광란의 댄스를 멈추지 않고, 양평이 형의 부장님 춤사위와 노홍철의 엎어치기가 큰 재미를 준 것은 맞지만 이 단 한 장면으로 인해 다음 회가 기다려지고, 쓸친소의 다음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해질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왜냐면 아무리 양평이 형이 새로운 활기를 가져왔다고 해도 이 리얼 버라이어티 쇼의 역사는 마땅히 멤버들의 스토리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같은 차원에서 호키포키 댄스 이외의 장면에서 웃긴 부분은 드물었다.
양평이 형이 전면에 등장하고 호키포키 댄스에서 모처럼 몸개그가 난무했지만 쓸친소 특집에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여전히 <무도> 내부에 있어야 할 에너지의 부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최근 게스트들과 함께한 대형 프로젝트 이외에 멤버들끼리 큰 재미와 에너지를 만들어낸 특집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무도>라는 예능 넘버원 브랜드가 외연을 확장하고, 연례 이벤트의 판을 키우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다시 한 번 기존 멤버들이 그들만의 새로운 대박 특집을 터트려 <무도>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지금은 그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도>의 브랜드는 그렇게 구축되었고 이어져 왔으니 말이다. 외연의 확대는 이 기본이 탄탄할 때 비로소 의미를 갖게 된다.

원래 친목도모가 목적인 파티에서 시끌벅적하고 화려할수록 피상적인 결과를 남기기 마련이다. 판이 클수록 즐겁고 신나긴 하지만 깊은 교류를 맺기는 어렵다. 반면 소규모 친목도모 모임은 소소한 만큼 몰입하기 쉽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게스트가 출연하면 시청자들은 장면, 장면에서 웃을 수는 있지만 감정이입 차원에서 몰입하긴 힘들다. 양평이 형의 발견으로 상징되는 쓸친소는 의심의 여지없이 <무도>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겠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멤버들 간의 관계를 다질 시점에 그 기회를 다시 한 번 유예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조바심이다. 이건 초심이 아니라 최근 <무도>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시청자들과의 정서적 유대의 문제다.
주말 필수 일과에 <무도>가 있던 수많은 시청자들은 <무도>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알알이 꽉 들어찬 이야기를 즐기고 함께했다. 재미없으면 안 보면 된다. 허나 방송이 끝나자마자 다음 주가 기다려지던 <무도>의 향수란 워낙 짙은, 세대와 시대를 대변하는 문화다. 쓸친소의 호키포키 댄스를 보고 한바탕 웃고 나서 쓸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솔로라서가 아니라, 여섯 남자, 일곱 남자의 이야기가 더욱 그리워져서다. 원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무대 뒤일수록 아련함이 진하게 찾아오는 법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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