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 드러난 돈 스파이크에게 배신감 더 크다는 건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한국에서 마약이란 단어는 이상하게 농담처럼 쓰였다. ‘마약김밥’이나 ‘마약방석’이란 수식어에서 보듯 마약은 맛있음, 중독성, 편안함 등등의 의미로 통하기도 한다. 이런 마약 수식어가 가능한 이유는 농담처럼 쓰는 마약이란 단어와 실제 마약 사이에 괴리감이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약, 그건 한국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너무 먼 나라의 소식으로 들린다. 한국은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보수적인 나라다. 특히 모두가 함께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알코올과 마약에 대한 태도만 봐도 그렇다. 알코올에는 지나치게 호의적이지만, 마약에 대해서만은 그렇지 않다. 대중들은 마약이란 단어는 농담처럼 소비하지만, 진짜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강한 혐오의 눈길을 보낸다. 청교도적이고 유교적인 사회에서 마약사범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지 못하는 존재와 다름 아니다.
다시 돈 스파이크로 돌아가자. 돈 스파이크는 실제 마약보다는 농담 같은 마약에 더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마약김밥처럼 그의 식당에서 판매하는 바비큐는 마약고기처럼 달고 맛있었다.
돈 스파이크의 캐릭터도 그랬다. 민머리의 큰 덩치와 그에 어울리지 않게 소심해 보이는 표정과 고기에만 진심인 어수룩한 분위기는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위협적이지만 선글라스를 벗으면 멍한 표정이었다. 돈 스파이크는 음주운전으로 대중의 눈 밖에 난 <무한도전>의 길을 대체하기에 굉장히 적합한 인물이었다. 대중들은 그런 캐릭터를 늘 좋아해왔다. 겉은 위험해 보여도 속은 말랑말랑하고 편안해 보이는.
돈 스파이크는 MBC <나는 가수다>의 김범수 편곡자로 얼굴을 알렸지만, 그 후 본업보다 예능을 통해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특히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 큰 고깃덩이를 손에 쥐고 먹는 모습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후 그는 이태원에 바비큐 식당을 차렸고, 평일 낮에도 종종 손님들이 긴 줄로 서 있곤 했다.
한편 그는 채널A <서민갑부>에 출연해 그의 식당과 그의 요리에 대한 철학을 어수룩하지만 진솔하게 전달해 큰 화제가 됐다. 반려견과 함께 조촐하게 사는 집안의 모습도 공개했다. 그 방송에서 그는 연예인도 아니고 정말 서민갑부처럼 성실하게 사는 생활인으로 보였다.
모든 것은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갔다. 대중들은 방송 초기 선글라스를 쓴 위압적인 돈 스파이크는 잊고, 고기를 손에 쥔 큰 덩치의 순박한 표정의 사내만을 기억했다. 채널을 돌리다보면 홈쇼핑에서도 그는 고기를 손에 쥐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중들은 그의 늦은 결혼에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돈 스파이크가 방송을 통해 보여준 진솔한 모습이 사실은 위선적인 농담이었다. 대중들이 허탈해 하는 지점은 그것이다. 돈 스파이크는 섹시스타나 멋진 배우가 아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받은 이유는 그의 존재 자체가 대중들에게 편안한 웃음을 주어서였다. 억지로 웃기지 않아도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눈에 보이는 비호감을 눈에 보이지 않는 매력으로 바꾼 사람이었다. 하지만 마약 관련 전과와 사생활이 드러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돈 스파이크는 방송에서 삭제됐다. 그의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됐다.
그리고 이제 한국에서도 마약이란 단어를 농담처럼 쓸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비닐하우스에서 몰래 대마초가 재배된다. SNS와 다크웹을 통해 손쉽게 마약 판매가 이뤄진다. 누구든 눈길을 돌리면 쉽게 약물의 수렁에 빠져 인생을 망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삶의 만족도가 낮은 나라 중하나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대부분 성공과 비교의 수레바퀴 밑에서 살아가야 한다. 마약은 개인의 일탈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 피폐해질 때 기댈 곳 없는 사회에서 암암리에 거래되는 극약 처방전이기도하다. 우리는 그런 K-시대를 살고 있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에브리원, 채널A,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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