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보고도 못 본 척한 모두가 죄인이다

[엔터미디어=정덕현] “20년 전 희망복지원에서 우리를 학대하고 방조했던 사람들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어린 저희들을 폭행하고 고문했던 관리자들은 집에 가면 누군가의 좋은 남편, 아빠들이었습니다. 부식비를 빼먹었던 식품회사 직원, 복지원을 점검했던 공무원, 치료를 전담했던 간호사, 국민을 지켜줘야 했던 파출소장 역시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자기 자식 손에 박힌 가시 하나에는 애를 끓이면서도 맞아 터지고 굶어죽은 우리들의 고통 앞에서는 눈을 감고 외면했던 그들은 누군가의 부모였고 또 가족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들은 정말로 우리를 보지 못했는지.”
tvN 토일드라마 <블라인드>는 종영하면서 성훈(하석진)의 입을 빌어 이 드라마가 던지려 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했다. 희망복지원에서 학대 받던 아이들은 상습적인 폭력과 강제노동, 성폭력은 물론이고 죽어서도 암매장 당하거나 해부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한 마디로 지옥 같은 곳이었고, 그곳의 어른들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괴물이었지만 또 한 편으로는 성훈의 말대로 “누군가의 부모였고 또 가족”이었다. 그곳에서 살아남은 성훈이 더더욱 절망했고 결국 복수를 계획한 이유였다.

종영 즈음에 되돌아보면 <블라인드>가 보여준 사건들은 대부분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부모들의 소중한 것을 빼앗는 것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숨겨온 어두운 치부를 꺼내놓게 만드는 일이었다. 희망복지원의 폭력과 비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염기남 서장(정인기)은 딸이 살해당했고 그 후에도 사건을 덮기 위해 해왔던 살인교사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당시 희망복지원에서 ‘미친 개’로 불렸던 백문강(김법래) 역시 딸이 살해당했다. 류성준(옥택연)의 부모인 류일호 대법관(최홍일)과 나국희 복지부장관 내정자(조경숙)는 각각 과거 희망복지원의 어린 소녀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사실과,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건을 덮으려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폭로되었다.
조은기(정은지)의 어머니 조인숙(조연희)은 희망복지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면서 아이들의 상습적인 학대를 알고 있었지만 두려워 그들과 싸우지 못했고, 배철호 PD(조승연)는 이 사실을 취재했지만 나국희의 돈을 받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들이 폭로되고 그래서 부메랑으로 돌아온 화살은 그들에게만 날아간 게 아니었다. 그들을 평범한 부모이자 가족으로 여겼던 각자의 자식들도 엄청난 충격과 상처를 입었다.

조은기는 자신의 어머니 조인숙의 과오를 알게 되었고 나아가 자신이 백문강이 저지른 성폭력에 의해 태어난 딸이라는 사실에 충격 받았다. 류성준은 믿었던 부모들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라는 사실을 알고는 제 손으로 그들에게 수갑을 채워야 했다. 나아가 믿고 따랐던 형 성훈이 이 모든 살인을 설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결국 자기 자식에게는 그토록 애틋했던 부모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자행한 폭력들로 인해 그 상처는 부메랑처럼 돌아서 자기 자식들에게 돌아갔다.
이 스토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어른들이 타자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죄는 고스란히 자신의 아이들에게로 돌아온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일들을 우리는 지금껏 그 많은 아이들이 희생당했던 사건사고들을 통해서 겪은 바 있다. 어른들이 비리를 저지르고 무책임하게 방관하며 방치함으로써 계속 터져 나왔던 사건사고들. 실제 벌어졌던 끔찍한 ‘형제복지원’의 비극을 소재로 가져와 ‘희망복지원’의 이야기로 풀어냈지만, 최근까지 벌어진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 모두 그 비극의 서사는 다르지 않지 않은가.

그렇다면 <블라인드>는 이러한 비극을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까. “누구나 억울하게 당하면 복수하고 싶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다 살인을 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동기도 살인의 명분이 되선 안됩니다.” 형사인 류성준은 자신의 부모들을 모두 제 손으로 검거하고 또 형으로 의지하고 믿던 류성훈의 공판에서도 그렇게 말한다. 복수는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지금이라도 희망복지원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제 마지막 도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로 인해 고통 받은 모든 분들께 사죄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희망복지원 피해자들, 미안합니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대신 드라마는 류성훈의 입을 빌어 진상규명과 피해자들에게 대한 사죄가 ‘마지막 도리’라는 걸 드러낸다. 또 세상에 ‘희망복지원’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들을 널리 알리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지 않게 모두가 이를 ‘직시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조은기의 캠페인을 통해 보여준다.

‘희망을 알려주세요.’라는 조은기가 내건 캠페인의 문구는 그래서 중의적이다. 그것은 ‘희망복지원’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세상에 알려달라는 의미이면서, 그것을 통해서만이 희망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갑자기 벌어진 사건사고 혹은 참사 앞에 과연 우리는 모두 죄가 없는가. <블라인드>는 말한다. 사건이 벌어졌지만 없는 것처럼 치부하거나 덮으려하는 모든 자들, 즉 눈 감은 자 모두 유죄라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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