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전영화의 입체화는 성공할까
[엔터미디어=듀나의 그 때 그 이야기] 1980년대 중반, 기괴한 아이디어가 할리우드에 잠입했다. 그것은 소위 고전 흑백 영화의 컬러화였다. 논리는 단순했다. 멍청한 대중은 흑백 영화를 더 이상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영화에 색을 입혀 다시 내놓으면 어떤가? 흑백 영화에 색을 입히는 기술은 이전부터 있어왔지만, 컴퓨터의 등장 이후 이 작업은 보다 효율적인 것이 되었다.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막강한 지원자도 한 명 있었다. CNN의 설립자인 언론 재벌 테드 터너가 바로 그 인물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케이블 방송국인 TNT를 갖고 있었고 MGM/UA의 고전 영화 라이브러리의 판권을 갖고 있었다. 이제 남아 있는 건 이 흑백의 파리한 영상에 화려한 색을 입혀줄 컴퓨터 그래픽의 기술뿐이었다. 1985년 [토퍼], [양키 두들 댄디], [웨이 아웃 웨스트]와 같은 영화들이 컴퓨터가 입힌 색을 입고 나왔고 그 뒤로 [카사블랑카], [멋진 인생], [캡틴 블러드]와 같은 고전들이 그 뒤를 이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런 신성모독적 행동은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존 휴스턴, 로저 이버트, 제임스 스튜어트, 우디 앨런과 같은 저명한 인물들이 공공연하게 할리우드의 새로운 반달리즘을 공격했다. 1987년 5월 12일, 우디 앨런과 진저 로저스가 상원의원회에서 이에 대해 증언을 한 것도 그 반격의 일부였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되었나? 몇 년 뒤 터너는 흑백 영화의 컬러화를 포기했다. 하지만 그것은 비판가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기 때문이 아니라 들인 돈에 비해 실속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흑백 영화의 컬러화에는 돈이 많이 들었고 나온 화면은 흐리멍덩했다. 컬러도 아니고 흑백도 아닌 어중간하고 흐리멍덩한 화면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흑백 영화의 컬러화는 DVD 시대 이후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초창기에 비해 기술도 발전해서 최근에 만들어진 몇몇 작품들은 썩 그럴싸한 컬러의 질감을 보여준다. DVD 매체의 특성상 시청자들이 컬러와 흑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비판을 약화시킨 이유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옛 영화의 컬러화의 뒤를 이은 새로운 반달리즘은 고전 영화의 입체화이다. 이미 DVD로 무르나우의 무성영화 고전 [노스페라투]가 3D 버전으로 나와 있다. 앞으로 어떤 기술이 더 나와 고전 영화를 새로운 모습으로 뜯어고쳐 보여줄지 어떻게 알겠는가.
칼럼니스트 듀나 djuna01@empas.com
[사진=영화 ‘카사블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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