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닥터 차정숙’, 그래도 여전한 엄정화에 대한 응원

[엔터미디어=정덕현] 이제 2회를 남긴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은 어딘가 지지부진해졌다. 남편 서인호(김병철)의 불륜과 혼외자식이 있다는 사실은 모두 드러났고, 심지어 차정숙(엄정화)의 엄마 오덕례(김미경)에게까지 알려졌다. 그런데 <닥터 차정숙>은 이 모든 사실이 드러난 상황에도 머뭇거리며 진도를 나가지 않는 모양새다.
차정숙은 집을 나와 서인호에게 이혼서류를 보냈지만, 서인호는 뒤늦게 후회하며 이혼을 거부한다. 하지만 내연녀인 최승희(명세빈)는 여전히 서인호에게 집착한다. 로이 킴(민우혁)은 차정숙에게 좋아하는 감정이 생겼지만, 모든 상황들이 정리되지 않아 그저 적당한 거리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뿐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차정숙이 보다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새로운 삶을 풀어나가는 모습을 시청자들을 보고 싶어하지만, 엉뚱하게도 이 사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던지는 인물은 그의 엄마인 오덕례다. 원인을 찾지 못한 통증으로 병원을 전전하던 그는 공교롭게도 최승희에 의해 병명을 알게 되고 병을 고칠 수 있게 된다.
그러자 오덕례는 최승희가 바로 사위의 내연녀라는 걸 알면서도 절절한 편지를 남긴다. “딸 같다”는 마음을 먼저 전한 그 편지를 통해 오덕례는 “지금부터라도 자기 자신에게 떳떳한 사람으로 사세요. 진짜 행복은 그때 만날 수 있을 거예요.”라고 썼고, 그 편지를 읽은 최승희는 오열했다.

물론 오덕례라는 엄마의 마음을 가진 어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긴 하지만, 이런 전개는 차정숙이 해나가야 할 문제의 해결을 다른 이가 처리하는 엉뚱한 방향처럼 다가온다. 만일 오덕례의 이 편지가 계기가 되어 최승희가 물러나 새 삶을 선택하고, 그래서 최승희에게도 또 차정숙에게도 끈 떨어진 연이 되어버린 서인호가 차정숙에게 집착하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다소 뻔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서인호라는 인물은 이 모든 상황을 일으킨 장본인인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정숙과 아이들의 미래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뻔뻔함’까지 보이는 빌런이 된다. 제아무리 훌륭한 샌드백 역할로 악역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그려내는 김병철이지만 이런 방식으로까지 나가게 된다면 이 인물을 웃어가며 씹는 캐릭터 정도로 보기 어렵게 된다. 여러모로 드라마 전개에는 무리함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닥터 차정숙>이 이러한 다소 지지부진해진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18% 시청률(닐슨 코리아)을 여전히 유지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건 아무래도 차정숙이라는 응원하고픈 캐릭터에 이를 연기하는 엄정화의 매력이 가진 힘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 캐릭터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의 바람은 적당한 해결과 봉합이 아니라 보다 시원시원한 선택을 통해 아내와 엄마로서만이 아닌 ‘나 자신’으로서 차정숙이 행복해지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시청자들은 차정숙이 보다 주도적인 선택들을 보여주길 바란다. 다시 객혈을 하고 급성 간염이 재발한 상황을 통해 서인호와 로이킴이 서로 간 이식을 해주겠다고 대결하는 그런 가벼운 코미디가 주는 웃음은 이제 엔딩을 향해 가는 이 드라마에는 너무 변죽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는 이혼을 하고 가정주부가 아닌 레지던트로서 일터에서 일하며 새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차정숙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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