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택과 집중, ‘강심장’이란 집단 토크쇼의 장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스틸컷] 구하라의 커다란 눈은 이미 젖어 있었다. 그녀는 일본에서 드라마 때문에 함께 무대에 섰을 때 다섯 멤버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던 일을 얘기하며, "그 때 우리 모두가 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밝혔다. 한승연은 자신들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것이 결국 "세상을 그렇게 시끄럽게 만들었어도 여전히 카라를 사랑해주시는 분들" 때문이라고 말했다. 리더인 박규리는 힘겨웠던 시간을 얘기하며, "더 좋은 모습 보여 드리는 게 팬분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5명이 함께 더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선배가수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우리 같은 가수들은 수많은 시선들 때문에 자신을 놓칠 때가 있다."며 운을 뗀 백지영은 그 사태가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카라가 고개를 숙이고 가는 사진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며, "다른 사람들이 잘못한 서류로 인해서 왜 이 아이들이 고개를 숙여야 하나"하고 생각했다는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백지영은 "앞으로 더 큰 풍파와 시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있을 때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눈물을 참던 카라 멤버들은 백지영의 이 진심어린 조언을 듣고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
카라가 출연했던 '강심장'의 한 풍경이다. 이 장면은 왜 카라가 굳이 '강심장'을 통해 그간의 사정과 심사를 밝히려 했는지에 대한 답이 들어있다. 이것은 또한 어떤 얘기를 해도 부풀려지거나 왜곡되기 일쑤인 현 연예계 속에서 왜 '강심장'이 연예인들의 숨겨진 속내를 토로하는 장이 되는지를 말해주기도 한다. 사실 '강심장'만큼 한 연예인에게 이야기를 하게 해주고, 또 들어주는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들어주는 자리에 있는 같은 연예인들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더해주기도 한다. 또 선후배가 세대를 넘어 앉아 있는 그 자리에서는 이미 아픔을 경험한 선배들의 진심어린 조언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것은 '강심장'이라는 토크쇼의 장점이다. 사실 많은 게스트를 동시에 세우는 형식 때문에 '강심장'은 초기에 비판이 많았다. 이른바 '병풍 게스트'가 생긴다는 것이었다. 즉 한 사람에게 카메라가 집중되면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집중된 그 사람을 통해 주변에 앉은 다른 게스트들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이어질 때 전혀 다른 풍경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박상혁 PD는 이런 '강심장'의 특징을 야구 게임에 비유한 적이 있다. 즉 집단이 하는 경기이지만 타석에 들어서는 순간 타자와 투수의 개인전이 되는 것처럼, '강심장'도 시끌벅적한 집단 속에서도 집중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20명이나 출연하는데 거기 왜 나가느냐는 게스트분들도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몇 분 간 편집 없이 진솔한 자기 얘기를 그대로 다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사실 인터뷰나 기사로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이야기도 많죠. 매체가 늘어나도 자기 얘길 할 수 있는 장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죠."
박상혁 PD의 말처럼, 카라는 '강심장'을 통해 그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었고, 동병상련의 마음들을 확인하고 선배들의 아낌없는 조언까지 들을 수 있었다. 기왕에 집단 토크쇼를 차별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강심장'은 어떤 면으로 보면 산만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산만함을 다이내믹함으로 바꾸고, 그 안에 선택과 집중을 만들어내는 '강심장'은 이제 어떻게 강한만큼 따뜻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가를 발견한 것으로 보인다. 카라 멤버들의 그 말 못할 깊은 속내를 자연스럽고 감동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던 건 그 때문이 아니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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