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둥동굴’·‘형 따라 마야로’·‘택배는 몽골몽골’, 새 예능 원석을 보니 재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tvN <손둥동굴>, <형 따라 마야로>, JTBC <택배는 몽골몽골>, 세 프로그램의 공통점이 뭘까? 셋 모두 지금껏 우리가 접하지 못했던 풍경, 정취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여느 여행 예능과는 차별된다. 베트남의 손둥동굴, 멕시코 마야 유적지, 몽골의 끝없이 펼쳐진 대초원. 그간 숱한 여행 예능이 세계 곳곳을 누비고 다녔지만 이와 같은 장관은 담지 못했다. 허구한 날 갔던 장소 또 가고 또 소개하고 그랬지.

예를 들면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경우 요 근래만 해도 JTBC <톡파원 25시>부터 <뭉뜬 리턴즈>, tvN <텐트 밖은 유럽>, KBS <걸어서 환장 속으로> 마지막 편에도 나왔지 않나. ‘또 여행이야? 팔자 좋은 연예인들 떼 지어 놀러 다니는 거 내가 왜 봐?’ 아예 볼 생각을 아니 한 분도 계실 게다. 하지만 그림 자체가 다르니 한번 보시길 권한다.

또 다른 공통점은 막내가 새로운 얼굴이라는 거다. <손둥동굴>의 김동준, <형따라 마야로>의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 멤버 주연, <택배는 몽골몽골>의 강훈. 성격도 성향도 저마다 다르지만 한 가지 면에서 일치한다. “저 친구 없으면 어쩔 뻔 했어.” 아마 보셨다면 무슨 얘긴지 아실 게다. 박항서 감독, 안정환, 김남일, 추성훈, 체육인들 사이에 낀 김동준. 차승원, 김성균, 배우들 사이에 낀 아이돌 주연, 용띠 클럽 멤버들 사이에 낀 배우 강훈. 김동준이야 간간이 예능을 해왔다지만 주연과 강훈은 고정 멤버는 처음이지 않나?

그런데 이 막내들이 없다면 어땠을까? 막내를 제외한 구성은 일단 기시감,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인지라 또 자기네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하겠지, 누군가는 외국까지 가서 요리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잡일하고 그런 거겠지. 미루어 짐작하게 된다. 맞는 얘기긴 하나 막내 라인이 들어오면서, 다른 색깔이 추가되면서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다. 부부끼리 살다가 아이를 낳으면, 혹은 반려동물을 들이면 분위기가 일변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 싶다.

과거 예능에서 막내의 역할은 선배 수발을 들거나 심부름을 도맡아 하거나, 그래서 아예 ‘짐꾼’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다. <뭉뜬 리턴즈>에서 이경규 씨가 신봉선 씨를 막 대했던 것처럼 때로는 화풀이 대상이기도 했고. 그러나 시절이 변하면서 막내들의 입지도 달라졌다.

김동준은 워낙 싹싹하고 곰살 맞은 스타일이고 2010년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를 했으니 연차가 한참 되는지라 사회생활을 할 줄 안다. ‘더보이즈’ 멤버 주연은 2020년 Mnet <로드 투 킹덤> 때 처음 알았다. 퍼포먼스가 뛰어난 실력파들이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렇게 잠깐 봐서는 누가 누군지 구분을 못하는데 이번 <형따라 마야로> 덕에 얼굴이며 목소리는 확실히 알게 됐다. 이번 여행을 위해 스페인어를 익혀 와서 크게 도움이 되고 있고 눈치가 빠르고 엉덩이도 가벼웠다.

그리고 강훈,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종영 후 <라디오 스타>에 출연했을 때는 티가 별로 안 났었는데 이번에 보니 무례한 건 아닌데 할 말은 하고 넘어가는 타입으로 가히 예능 원석이다. 그 나물에 그 밥에 질리신 분들, 지들끼리 노는 거 보기 싫어서 안 보신다는 분들, 22일 방송 분, 6화를 강훈 중심으로 한번 보시라.

세 번째 공통점은 예능의 필요악이 되어버린 갈등 설정이 없다는 것. 신기할 정도로 없다. 이건 제작진 성향이지 싶다. 갈등을 끼워 넣어서 어떻게든 화제몰이를 하려는 제작진도 있지만 <손둥동굴> 황다원 PD, <형따라 마야로> 방글이 PD, <택배는 몽글몽글> 김민석 PD는 그럴 생각이 없다. 수려하고 색다른 경치 구경, 저마다 개성이 있지만 품성이 반듯한 막내들, 갈등을 배제한 구성, 이 세 가지만으로도 챙겨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정석희 TV 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tvN,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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