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격’ 김현중·‘별그대’ 김수현 확 다른 판타지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KBS 드라마 <감격시대>의 신정태(김현중)는 옥련(진세연)과의 데이트를 하러 가는 길에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뿌리치지 못한다. 그 아이를 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다른 아이들이 잡혀 있다는 곳을 찾아가(물론 이건 함정이었지만) 패거리들과 한바탕 싸움을 치른다. 그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심지어 그녀를 만나러가는 길에서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김수현)은 정반대다. 그는 시간을 멈추고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초능력자지만 그 힘은 오로지 천송이(전지현)를 위해서만 쓴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다가도 그녀가 촬영 중 다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앞뒤 보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그의 안테나는 늘 그녀만을 향해 있다. 아마 세상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그는 그녀를 향해 달려갈 것이다.

흥미로운 일이지만 <감격시대>와 <별에서 온 그대>의 남자주인공들은 이처럼 다르다. <감격시대>의 신정태가 비록 길거리 주먹이지만 세상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 인물인 반면,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은 슈퍼히어로이면서도 세상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고 오로지 그녀, 천송이에만 관심을 보이는 인물이다. 왜 이렇게 다를까.

먼저 그 이유로 장르적 차이를 들 수 있다. <감격시대>는 멜로를 집어넣었지만 낭만 주먹을 다루는 남자들의 액션이 주요 장르다. 낭만 주먹에서 ‘정의’라는 가치가 도외시될 수는 없는 일이다. 물론 한 여인을 위해 주먹을 든 남자는 멜로에는 훨씬 효과적이겠지만 세상을 위해 주먹을 든 남자가 갖는 이야기보다는 소소할 수밖에 없다. 즉 남자들의 이야기에서 세상과 현실은 멜로보다 훨씬 강하다.



반면 <별에서 온 그대>는 판타지나 액션 장면들이 들어있지만 주요 장르는 역시 멜로다. 이제 지구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 도민준이 위기에 처한 천송이라는 여자를 보호해주고 또 사랑하는 이야기다. 그러니 이 멜로드라마에서 세상은 그다지 큰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나를 먼저 구원해주는 인물. 이만한 멜로의 판타지가 있을까.

또한 이 차이는 <감격시대>와 <별에서 온 그대>가 갖고 있는 시대적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다. <감격시대>는 국가와 민족에 대한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일제 강점기가 배경이다. 그러나 이 시대적 요청 앞에 제 아무리 길거리 주먹이라도 무심할 수는 없는 일이었을 게다. 하지만 <별에서 온 그대>는 4백 년이라는 시대를 살아온 인물(그것도 외계인)이기 때문에 시대에 그다지 좌우되지 않는 인물이다.

이것은 작품 내적인 이유들이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작품들이 갖고 있는 성향과 취향의 차이다. <감격시대>가 한 사람의 행복보다는 세상을 구원하는 조금은 복고적인 옛 정서에 호소하고 있다면 <별에서 온 그대>는 세상보다는 오히려 한 사람의 행복에 더 치중하는 요즘의 정서에 더 호소한다는 점이다.

남자 주인공을 통해 나타나는 취향과 정서의 차이지만 이 두 작품 사이에 나타나는 커다란 차이는 우리 시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잘 말해준다. 도무지 바뀌지 않는 현실 때문에 이제는 세상보다는 나의 행복을 먼저 추구하는 세태가 도민준이라는 캐릭터에 투영되어 있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사라져가는 과거 한 때 세상을 꿈꾸었던 그 시대의 낭만을 복고적으로 욕망하는 정서가 신정태라는 캐릭터에 투영되어 있다는 것. 당신이라면 어느 쪽에 더 마음이 움직이는가. 세상을 지킬 것인가 그녀를 지킬 것인가.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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