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록과 엄태구, 요즘 이런 악역 보는 맛에 본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신성록이 이처럼 기묘한 얼굴이었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소시오패스 재경으로 분한 신성록은 과거 그 어느 작품에서도 보지 못했던 독특한 기운이 묻어난다. 얼굴에 광이 날 정도로 뺀지름한 피부에 뾰족해진 턱선. 그래서인지 유독 서늘하게 느껴지는 쌍꺼풀 없는 눈에 역시 흐트러짐 없이 말끔히 정리된 헤어스타일까지 어딘지 범상치 않은 이미지다.

이것은 아마도 이 작품의 인물 재경을 효과적으로 연기하기 위해 신성록이 만들어낸 얼굴일 것이다. 과거 그가 나왔던 작품들을 생각해보라. <고맙습니다>에서 서글서글하게 생긴 섬마을 갑부집 아들로 나왔던 신성록의 이미지는 <별에서 온 그대>의 신성록에서는 도무지 찾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수염의 흔적조차 보기 어려울 정도로 말끔한 얼굴은 단정함을 넘어서 이 인물이 가진 철두철미함과 냉혈한적인 면모를 느끼게 만든다. 즉 남아있는 수염의 흔적 같은 인간적인 느낌 자체를 말끔히 밀어버린 섬뜩함을 안겨주는 것. 그러니 이런 얼굴을 축조해낸 신성록은 살짝 눈을 치켜뜨거나 유독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악역의 아우라를 내뿜는다. ‘웰 메이드’라는 표현 그대로 ‘잘 만들어진’ 악역은 이처럼 이미지만으로도 우리를 매료시킨다. 마치 <다크나이트>의 조커를 만들어낸 히스레저처럼.



<감격시대>에서 도꾸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엄태구도 비슷한 경우다. 사실 <감격시대>에서 도꾸라는 캐릭터는 대단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유의 낮게 읊조리듯 던지는 목소리와 마치 이름처럼 누군가를 물기 위해 눈을 치켜뜨는 모습 또 한쪽 입 꼬리를 올려 어딘지 누군가를 조롱하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낸 엄태구라는 배우로 인해 이 캐릭터는 훨씬 무거운 존재감을 갖게 되었다.

흔히 액션 장르에서는 인물들이 그저 강자와 약자로 구분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악역은 강자일수록 주목받기 마련이다. 그래야 주인공이 넘어야 할 대상으로서 매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꾸는 약자이면서도 야망의 이빨을 속으로 숨기고 있는 독특한 캐릭터다. 무릎을 꿇고 있지만 언제 물지 모르는 그 불안감을 늘 만들어내는 그 복합적인 이미지가 극에 힘을 불어넣는다는 점이다.

매력적인 악역이 때로는 주역보다 훨씬 더 조명받기도 하는 시대다. 그것은 악역의 역할이 드라마에 있어서 얼마나 큰 힘을 만들어내는가를 대중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신성록과 엄태구는 각각의 악역을 이미지 메이킹에서부터 완성함으로써 연기자로서의 면모와 가능성을 제대로 부각시켰다고 보인다. 신성록과 엄태구. 그 악역 보는 맛이 있어 <별에서 온 그대>와 <감격시대>는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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