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남일녀’ 이토록 착한 예능을 본 적 있나
[엔터미디어=이거 어땠어?] <사남일녀>의 예고편에서는 이하늬가 조업을 하기 위해 가상 아빠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바다에서 오열하는 장면이 슬쩍 등장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아마도 바다에서 고생하며 일해오신 아빠 엄마에 대한 북받치는 공감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이미 함께 조업을 나갔다 들어온 김민종과 김구라는 윤점방오 아빠와 김순귀 엄마가 자식들을 위해 새벽부터 일어나 바다에 나가 그 고생스런 일들을 해 오셨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 바 있다. 물론 가상의 엄마 아빠지만 아마도 그들에게는 자신들의 엄마 아빠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을 게다.
사실 방송에서 바다에 나가 조업하는 장면은 흔하디 흔하다.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에서 단골 메뉴로 올라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방송 장면이 거기서 일하시는 분들의 삶을 온전히 공감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효 예능’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사남일녀>는 확연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그저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으로 체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체험이 아닌 가족의 체험이라는 포인트는 이 프로그램의 깊이를 다르게 만들어준다. 막상 새벽부터 비가 와도 바다로 나가 힘겨운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엄마 아빠라 생각하니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는 것.
이렇게 가족이라는 틀 안에 몰입하게 되자 방송에서 그토록 흔하게 봐왔던 장면들, 이를테면 힘겨운 조업을 하는 장면이나 그렇게 잡은 물고기를 파는 장면, 또 시도 때도 없이 흥을 드러내며 트로트를 부르고 춤을 추는 아빠의 모습이 모두 달리 보이게 되었다. 그 흥의 이면에는 얼마나 깊은 삶의 주름이 잡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또한 아빠 엄마의 입장에서 새롭게 바라본 ‘연예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함께 조업을 나갔다 들어온 윤점방오 아빠는 “TV로 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나가보니 너무 힘들게 일하더라. 내 자식보다 더 안됐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상의 부모 입장에서도 멀리서 보던 연예인들이 자신의 자식이라 생각하자 그 느낌이 달라졌던 것.
그래서 정은지와 김순귀 엄마가 함께 입을 맞춰 부르는 노랫가락에 아빠가 벌떡 일어나 스텝을 밟는 모습은 그래서 정겹고 훈훈하기 그지없다. 그저 멀리서 봤을 때는 잘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가 보자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는 그런 느낌. 아마도 이것은 늘 가까이 있어도 그 부모의 진면목을 잘 모르고 그저 당연한 듯 살아온 이 땅의 모든 불효자들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일 게다.
<사남일녀>를 굳이 ‘효의 가치’ 운운하며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효라기보다는 좀 더 가까이 바라보려는 노력이 얼마나 세상을 달리 보이게 하는가를 보여준다. 이것은 또한 그간 관찰카메라 형식이 보다 진솔한 모습을 포착하기 위해 진화해오면서 발견한 새로운 가치이기도 하다. 가까이 다가가면 더 잘 보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간 타인으로 느꼈던 것들을 가족으로 공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사남일녀>의 관찰카메라는 보여주고 있다.
이토록 착한 예능이 있을까. 만일 우리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사남일녀>의 시각을 공유하고 그것을 현실에도 끌고 올 수 있다면 아마도 세상의 온도는 몇 도 정도 올라갈 것이다. 그저 지나치던 저 분들을 우리가 엄마 아빠로 생각한다면, 또 저들이 내 자식이라 생각한다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질 수 있을까. 예능 프로그램이 이 시대에 이만한 가치를 드러낸다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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