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희열·홍정희, 이들이야 말로 진정한 K팝스타
[엔터미디어=따뜻한 평 한 마디] “저는 울면서 봤어요. 이 무대를. 왜냐하면 그 동안 함께 해왔던 시간 때문이 아녜요. 정희양이 보냈던 시간을 알기 때문에.” 유희열의 이 말에는 심사위원도 또 선생님도 아닌 마치 아빠가 딸을 바라보는 듯한 그 자애로움이 묻어났다. 유희열은 단순히 노래 한 곡을 평가하지 않았다. 그 노래 한 곡에 담겨진 홍정희양이 살아왔던 삶 전체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K팝스타3’의 마지막 톱10을 뽑는 오디션에서 배민아, 알맹이 등이 있는 이른바 죽음의 조에서 노래한 홍정희양은 결국 탈락하고 말았다. 한 때는 트로트 신동으로 불리며 행사 무대를 아빠와 함께 전전했던 그녀였다. 트로트를 부르기 싫어 ‘K팝스타3’의 무대에 선 그녀였지만 오히려 유희열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선곡한 것은 양현석의 말대로 모 아니면 도의 ‘도전수’였다. 그 곡을 트로트 창법 없이 발라드로 소화해낸다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는 것.
실제로 홍정희양의 무대에서 트로트 창법은 느끼기 어려웠다. 대신 마치 ‘사의 찬미’를 보는 듯한 고풍스런 느낌과 거기서 묻어나는 어린 나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삶의 깊이와 쓸쓸함 같은 것들이 듣는 이들의 마음에 전해졌다. 유희열의 말대로 “‘K팝스타’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굉장히 트렌디 하고 어리고” 했던 게 사실이다. 양현석이 “‘K팝스타’와는 안 어울리는 선곡일 수 있다”고 말했듯이.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음악을 정희양 만큼 못한다”는 유희열은 평은 사실이었다. 그 누가 저 어린 나이에 저런 감성을 보여줄 수 있을까.
“배우로 치자면 최고의 아역배우였고 지금 그 누구보다 공력이 센 여기에 있는 심사위원보다 훨씬 많은 경험을 해본 사람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노래를 훨씬 진하게 부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하고 이런 모든 부분들이 제가 막 눈물 날 정도로 이 무대를 봤어요. 그래서 저는 아낌없는 박수를 쳐드리고 싶어요.” 이런 마음은 유희열만이 아니라 이를 본 시청자들의 마음 그대로였을 게다.

탈락자가 결정되는 심사위원들 간의 회의가 끝나고 자리에 앉은 유희열은 홍정희를 바라보며 약간은 허탈한 웃음을 지어 보냈다. 그러자 거기에 화답하듯 홍정희양이 웃음을 보냈다. 마치 두 사람은 이미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하기라고 했다는 듯이. 톱10으로 먼저 알맹이 올라가게 되었다는 발표에 담담히 박수를 쳐주고, 자신이 탈락했다는 발표에도 애써 눈물을 감추며 살짝 미소를 짓는 홍정희양과 달리 유희열은 입술을 앙다물고 눈물을 참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아픔과 시련이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도 의연할 수 있는 걸까. 결국 고개 숙여 오열하는 유희열에게 오히려 “스케치북 찾아 갈게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웃음 짓게 만드는 홍정희양이었다. 그녀에게 유희열은 자신이 “3주 동안 거꾸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어린 소녀는 결국 무대 밑으로 내려오면서 그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녀는 어쩌면 자신을 위해 그토록 아빠처럼 챙겨주던 유희열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고 싶었던 것일 게다.
유희열과 홍정희가 함께 눈물을 찍어내는 이 장면은 ‘K팝스타3’ 최고의 명장면으로 남게 되었다. 그것은 단순한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차원을 넘어서는 교감의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톱10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시청자들에게는 이 날의 진정한 K팝스타였다. 이번 시즌에 새롭게 투입된 유희열의 가치가 폭발하는 순간이었고 ‘K팝스타’라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매력적임을 입증하는 순간이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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