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갈리던 ‘세작’, 본격적으로 상승세 타나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tvN 토일드라마 <세작, 매혹된 자들>(이하 <세작>)은 최근 사극 대세 분위기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작품이다. KBS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과 이하늬가 맹활약 중인 MBC <밤에 피는 꽃>은 이미 시청률 10%(이하 닐슨코리아)를 돌파했다. 이 세 작품은 공교롭게도 금토일에 몰려 있어 드라마 애청자들은 주말마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에 흠뻑 빠져드는 요즘이다.

<세작>은 초반 좋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동 시간대 아시안컵 축구 경기 중계 등 외적 변수로 시청률이 5%대와 3%대를 오갔다. 그러다 이번 설 연휴에 4회를 한꺼번에 방송하면서 힘을 실은 결과 지난 11일 최고 시청률 6.7%를 찍고 앞선 두 사극처럼 시청률 두 자릿수를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세작>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마음은 비천한 임금 이인(조정석)과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세작이 된 여인 강희수(신세경)의 잔혹한 운명을 그린 이야기이다. 주로 서글서글하고 쾌활한 캐릭터로 사랑받았던 조정석이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도 매력적으로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인기몰이 중이다.

<세작>은 시작 직후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전개로 이슈가 됐다. 이인은 온화하고 사려 깊으며, 왕인 형을 절대 공경하고, 왕과 나라와 백성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전부인 모습으로 등장했다. 남장 여인인 강희수와 로맨스로 발전될 것을 기대하게 만드는 브로맨스도 바둑을 매개로 시작됐다.

그러다 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직면하자 왕의 유언을 무시하고 왕권을 잡으려는 야심을 드러낸다. 이전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이 강희수를 냉대하고 사지로 몰아넣는 캐릭터 표변을 보여준다. 왕의 질투, 외척들의 암투에서 비롯된 경계와 모함에 시달리고 있기는 했지만 시청자들 중에는 이런 이인의 급변을 캐릭터 붕괴라고까지 여기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후 복수를 위해 돌아온 강희수가, 임금이 돼서도 여전히 바둑을 좋아하는 이인과 바둑 상대를 담당하는 신하로 다시 만나게 된다. 이번 설 연휴 4회 연속 방송에서는 사극판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전개됐다.

이인이 돌아온 강희수를 아끼고 여러 위협에서 보호하자 남색이라는 소문이 돌아 곤란한 처지가 된다. 강희수에 이성의 끌림을 느끼면서 본인의 성적 취향(?)에 당황하는 부분은 공유가 남장여자 윤은혜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혼란을 겪는 내용으로 큰 사랑을 받은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연상시켰다.

그러다 이인이 자신을 아끼는 마음을 느끼게 되면서 강희수도 점차 이인을 연모했던 원래의 마음을 되찾게 된다. 마침내 이인이 강희수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둘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 설 연휴 연속 4회 방송은 마무리됐다.

그런데 그래도 이인과 강희수의 사랑은 아름답게만 진행되지 않는다. 강희수는 이인을 연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반정을 통한 복수를 다짐한다. <세작>의 시청자들은 다소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일반적으로 드라마에서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달콤하게 진행될 상황에서, <세작>은 둘 사이에 서로를 밀어내는 불편한 감정을 함께 남겨 놓는다.

이 드라마는 앞서 밝혔듯 초반 캐릭터 붕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이인의 태도 돌변이 있었고 중반부는 로맨스가 달콤하지만 않고 씁쓸하기도 하다. 불편함을 동행시키는 이런 흐름은 매끄럽지 못한 느낌을 전해 편안한 시청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고, 또는 진부한 로맨스로 일관되지 않는 창작의 신선함이라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일일 수도 있다.

달콤함에 뒤섞인 씁쓸함의 원인은 아마도 <세작>이 로맨스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 한 축으로 배치한 권력 암투 때문으로 여겨진다. <세작>에서는 현재 이인과 강희수가 바둑처럼 정치적 수를 두면서 올바르지 못한 세력인 외척, 청나라 등과 벌이는 치열한 정치극이 진행 중이다.

이인이 본인의 마음만 따라서 강희수에게 다가서기에는 정치적으로 다가오는 장애물들이 산재해 있다. 결국 정치극의 암투가 정리돼야 로맨스에 드문드문 박혀있는 씁쓸함의 거취도 결정 날 것으로 보인다.

<세작>의 마무리가 이인과 강희수의 정치적 승리와, 온전히 달콤하기만 한 로맨스의 완성이라는 더블 해피엔딩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달콤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한 애정 관계를 끝까지 지켜 특이한 로맨스를 전개한 작품으로 남게 될지도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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