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를 끌어안은 예능, 예능을 끌어안은 스포츠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소치 동계올림픽으로 방송은 온통 스포츠 일색이다. 드라마나 예능조차 스포츠중계에 밀려날 수밖에 없는 상황.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던 예능인들은 오히려 속속 스포츠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강호동이 모태범 선수가 출전한 스피드스케이팅의 깜짝 해설자로 KBS 중계에 출연해 경기를 벌이는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과 덕담을 덧붙였고 김성주는 MBC의 스포츠 캐스터로 <일밤-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주던 것과는 사뭇 다른 열정적인 중계를 선보였다.

한편에서는 왕비호 윤형빈이 로드FC 14회 대회 스페셜 메인이벤트에서 일본의 타카야 쓰쿠다를 1라운드 4분19초만에 TKO승을 한 것이 화제다. 여자 격투기 선수인 임수정이 2011년 7월 일본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일본 개그맨 3명과 벌인 ‘비열한 경기’가 개그맨 윤형빈을 격투의 세계로 끌어들인 이유가 됐다. 예능으로 알았던 것이 사실은 리얼이었고 거의 린치에 가까운 공격을 당한 임수정을 보며 느낀 그 분노가 윤형빈의 주먹 한 방에 들어있었다는 것.

강호동이나 양준혁 같은 스포츠인들이 예능인으로 뛰어드는 사례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아빠 어디가>의 송종국이나 <우리동네 예체능>의 이만기, <4남1녀>의 서장훈,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김연아 선수 역시 <키스 앤 크라이>같은 정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김연아 선수는 빠지지 않는 외모에 가수 못지않은 노래와 춤 실력으로 지금까지도 연예인화 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렇게 스포츠인들이 방송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그들의 은퇴시기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방송 트렌드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은 과거처럼 웃음에 대한 강박이 그다지 많지 않고 또 무엇보다 강한 체력을 요구하는 야외 버라이어티가 많다. 따라서 스포츠 스타들이 특유의 근성과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다. 또 방송 제작자들 입자에서도 연예인도 일반인도 아니지만 대중들에게는 이미 인지도가 확실한 스포츠 스타를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흥미로운 새로운 흐름은 윤형빈의 사례에서 보듯이 연예인이 거꾸로 스포츠인화 되는 경향이다. 이것은 실제로 스포츠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윤형빈의 이번 도전으로 더 많은 대중들이 격투기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이것은 윤형빈 개인의 이미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왕비호의 이미지가 여전했던 그는 이번 도전을 통해 훨씬 강인한 인상과 노력하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우리동네 예체능>같은 프로그램은 연예인의 스포츠인화를 전면에서 이끌고 있는 인상이다. 농구편에서 서지석이나 김혁 같은 연예인들은 거의 농구선수에 가까운 기량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새롭게 인지되었다. 탁구에서의 조달환이나 볼링에서의 이병진 그리고 배드민턴에서의 닉쿤 같은 연예인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우리동네 예체능>은 레전드가 된 스포츠스타들(이를 테면 탁구의 현정화나 배드민턴의 박주봉 같은)을 출연시켜 예능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스포츠의 맛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포츠와 예능은 얼핏 서로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은 잘 엮어지면 훌륭한 시너지를 내게 된다. 즉 스포츠의 엄격함이 예능의 허술함과 상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꾸로 예능이어서 허용되는 것들이 대결에만 집중되어 가려진 스포츠의 새로운 매력들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강호동의 깜짝 해설이나 스포츠 예능은 보다 일반인들의 관점에서 스포츠를 다시 바라보게 해주고, 윤형빈의 도전은 저 먼 나라 얘기 같던 종목마저 우리와 그다지 멀지 않은 운동으로 끌어내는 효과가 있다. 예능이 스포츠를 끌어안고, 스포츠가 또 예능을 끌어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KBS, 슈퍼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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