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언제부터 시청자 의견을 그렇게 소중히 여겼다고 이러나(‘전국노래자랑’)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김신영이 KBS <전국노래자랑> MC에서 하차했다. 시청률 하락과 고정 시청층의 대거 이탈이 진행자 교체 이유란다. 고 송해 씨가 진행하시던 시절에는 10% 안팎이었던 시청률이 지난해 3%까지 떨어졌다는 기사가 나왔다. 하지만 3%로 떨어진 건 10월 1일, 딱 하루다. 그 이후 4~5%를 오락가락하다가 최근에 6%대로 올랐는데? 지난해부터 지상파 예능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다 하락했다는 사실을 설마 모르나? KBS만 봐도 간판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이 5~6%, 잘 나오는 편인 <1박 2일>도 8~9% 정도.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4~5% 대이고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무려 2% 대, 따라서 6%를 기록한 <전국노래자랑>의 시청률, 그리 나쁜 게 아니다.
그렇다면 가성비가 떨어져서? KBS1이니까 광고료는 없지만 녹화가 진행되는 해당 지역의 협찬을 받을 게 아닌가. 아울러 진행자 출연료가 현저히 적다. 억대에 달하는 제작비의 태반이 출연료로 지출되는 여느 예능과는 판이하게 다른 상황이다. 고 송해 선생님께서 천직으로 여기셨던지 출연료가 회당 300만원에 불과했다고 들었다. 올려 달라는 협상 자체를 안 하신 모양이다. 짐작컨대 KBS1임을 감안했을 때 김신영의 출연료가 500만 원을 훨씬 웃돌지는 않을 게다. 따라서 출연료가 부담스러운 것도 아닐 텐데, 더욱이 시청률이 최근 들어서 안정권에 들어섰는데 왜 하차를 시키느냔 말이다. 시청률이 올랐으니 오히려 격려를 해야 옳지 않나?

진행자 교체가 아주 드문 일은 아니건만 왜 김신영 하차를 두고 유난히 시끌시끌할까? 애초 김신영 씨가 맡았을 당시 워낙 화제가 됐기 때문이리라. <전국노래자랑> 최초로 나이 어린 여성에게 중책이 맡겨졌다면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환영을 했나. 김신영이 진행을 하면서 젊은 층이 꽤 유입이 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층은 시청률 기여도가 높지 않다. <전국노래자랑>의 주 시청층은 중·장년층 이상의 연령대가 아닌가. 문제는 주시청층 중 많은 수가 이탈을 했다는 것. 주로 중장년층 남성들이 이탈을 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김신영을 하차 시키라는 의견을 주도한 사람들의 태반이 중장년층 이상의 남성들이기 때문이다. 게시물이나 댓글뿐만 아니라 실제로 전화를 걸어서 항의하는 남성 시청자들이 많다고 한다.
갑작스런 하차 통보, 제작진도 몰랐고 김신영 측에서도 몰랐다. 당황스럽다, 이런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내가 알기로는 갑작스런 결정은 아니다. 지난가을 <홍김동전> 폐지론이 슬슬 대두될 즈음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교체설도 있다고 들었으니까. 앞서 언급한 대로 ‘싫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게 이유였다. 프로그램 바깥에 있는 사람이 들었는데 김신영 씨 측에서 까맣게 몰랐다, 그럴 수가 있을까?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으면서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응원해주셨다. 격려의 기사가 쏟아졌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에 심심파적 몇몇 분들에게 물었다. <전국노래자랑> 언제 방송 하는지 아시냐고. 최근에 본 적 있느냐고. 대부분이 방송 일시 조차 모른다. 대다수가 본 적이 없다. 그렇게 무심했던 결과가 진행자 교체가 아닌가. 말로 글로, 입으로는 김신영 환영한다, 돌려달라고 하면서 정작 방송은 보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거다. 오히려 김신영에게는 잘 된 일이라고 본다. 애초 독이 든 성배라고, 호랑이 꼬리를 잡은 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놓고 싶다고 마음대로 놓기 어려운 자리가 아닌가. 새옹지마라고 이번 일이 오히려 한 단계 성장하는 데에 발판이 될 것이라고,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SNS를 보니 남희석이 MC 자리를 수락한 것을 두고 실망했다는 의견이 꽤 있다. 남희석은 KBS 출신 개그맨이고 과거 <미녀들의 수다>를 비롯해 여러 프로그램을 해왔으니 관계라는 게 있지 않겠나. 뒷말이 따르리란 걸 영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그럼에도 맡았을 때에는 나름 이유가 있지 않을까? 어쨌거나 독이 든 성배, 호랑이 꼬리는 남희석에게 주어졌다. 잘 안 되면, 시청률이 여기서 더 떨어지면 그 책임은 또 남희석에게 돌아갈 테지. 미리 예단하고 비난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누군가는 짐을 져야 하지 않겠나. <전국노래자랑>은 MC를 비롯한 몇몇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1980년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출연진, 관객, 제작진, 시청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돌탑을 쌓듯이 함께 만든 거다. 그래서 우리가 지켜야 하는 것이고.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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