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힐링캠프’, 겨울여왕 이상화를 만든 주역들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오빠는 좌절했을 거예요. 미안했어요. 오빠는 스케이트를 못하니까. 그런데 티를 안냈어요. 오빠가.” 소치에서 촬영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이상화 선수는 자신 때문에 스케이트를 포기하게 된 오빠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둘 다 뒷바라지를 할 수 없어 부모님이 오빠를 포기시켰던 것.
그런 오빠에게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던 이상화는 ‘오빠. 이 메달은 오빠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또 따낸 이상화 선수에게 오빠에게 한 마디를 남기라고 하자 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 “오빠 안녕. 이번에도 내가 해냈어. 이 메달도 오빠거야.”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상화 선수는 대단한 멘탈의 소유자임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무엇보다 자신을 믿는 그 특유의 자신감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자신과 경쟁을 해줄 수 있는 위징선수가 안 나온 것에 대해서도 “그냥 넘겼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쿨했고 자신을 믿는 게 제일이라며 ‘언제나 이길 수 있어 나는 자신 있어’라고 문구를 어린 시절부터 새겨 붙였다는 그녀였다.
하루에 8킬로 훈련은 목에서 피맛이 날 정도로 고된 것이었지만 1년이면 지구 한 바퀴를 돌 수 있는 거리를 묵묵히 달려왔고, 하지정맥류로 고통을 느끼면서도 리듬이 깨질까봐 수술도 못하고 참으며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 심지어 스케이트날에 발목이 찍혀 안과 겉을 각각 스무 바늘이나 꿰매는 대수술을 하고서도 3개월 간 운동을 못한 것이 부모님께 가장 죄송했다고 말하는 그녀였다.
그런 근성과 끈기의 뒤편에는 부모님의 헌신이 있었다. 한 달에 천만 원을 융자받아 일 년에 한 번씩 캐나다 전지훈련을 자비로 보냈던 부모님의 경제적인 부담을 보면서 이상화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양식을 묻는 질문에 ‘엄마가 해주신 음식은 다 보양식’이라고 말하는 이상화 선수. 그녀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힘은 어쩌면 “정말 정말 사랑한다”며 “집에 오면 맛있는 거 해놓고 기다릴게”라고 말하는 그 부모님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자신을 믿는 게 제일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무엇보다 지금의 그녀를 있게 한 것은 자신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그 혹독한 훈련을 이겨냈지만 천생 여자라며 애교를 보여주는 모습이나, 네일아트를 보여주고 한창 꾸미고 싶은 나이의 속내를 드러내주는 모습, 또 굳은살이 박힌 발이지만 스스로 “예쁜 발”이라고 자신하는 모습은 그녀가 얼마나 자신을 믿고 아끼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슬럼프는 자기 내면에 있는 꾀병”이라고 말하는 이상화 선수. 조금만 더 노력하자며 야간 훈련까지 채움으로써 조금씩 좋아졌다는 그 근성이 있었기에 예니볼프가 “존경한다”고까지 말한 것은 아닐까. 이 겨울여왕의 근성은 때론 슬럼프를 핑계로 현실을 도피하고자 하는 우리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미리 <힐링캠프>에서 챙겨주는 생일 케이크의 불을 끄며 쿨하게 “소원은 없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꿈을 다 이룬 자의 여유가 느껴졌다. 그 단단한 멘탈 뒤에 느껴지는 가족의 든든함까지.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