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좀비만으로는 꾸린 리얼 버라이어티의 한계(‘좀비버스2’)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19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좀비버스: 뉴 블러드>(이하 <좀비버스2>)가 공개됐다. 지난해 8월에 공개한 <좀비버스>의 후속이다. 좀비가 창궐한 이 땅에서 14인의 생존자들이 각종 퀘스트를 수행하는 예능으로, 스케일을 키운 만큼 제주에서 서울까지 전국을 누비며 활약한다.

<좀비버스2>가 지난 시즌과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제작발표회에서 많이 언급된 드라마와 예능의 결합 방식이다. 시즌1이 좀비영화 속에 출연진을 밀어 넣은 설정에서 ‘몰입’을 마련하고자 했다면, 이번엔 스토리 진행 부분과 방탈출게임 같은 퀘스트를 아예 나눴다. 지난 시즌은 좀비가 창궐한 세계에 연예인을 데려다놓고 지켜보는 관찰예능의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엔 <대탈출>이나 <런닝맨>식 볼거리 스케일을 보다 키웠다. 예능 좀비물이 갖는 장르적 몰입의 한계를 서사와 설정의 밀도로 넘어서기보다는 리얼버라이어티식 캐릭터쇼와 <런닝맨>타입의 몸을 쓰는 볼거리로 극복하고자 한다.

그래서일까. 시즌2에서는 상황극을 펼치는 예능 선수들이 활약이 두드러진다. 데프콘, 조세호, 딘딘, 코쿤 등 예능에서 활약해온 출연자들의 면면부터 중량감이 다르며, 포스터의 전면에 노홍철이 자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프콘과 조세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입담 등 우리가 익히 아는 예능 선수들의 매력과 능력을 볼 수 있다. 시즌2에서 프리롤을 맡은 노홍철은 특유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 플레이를 선보이며, <무한도전>이란 국내 최고의 캐릭터쇼에 대한 추억과 기대를 환기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예능 선수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촬영 현장의 스케일과 액션의 범위를 넓혔다. 촬영과 편집도 여타 예능에 비해 큰 공을 들여 동선을 잡았다. 좀비들과 끝없는 추격전이 벌어진 원형 복도를 탈출하는 미션, 좀비들을 피해 그물 사다리를 타고 건물을 오르다 창문으로 탈출하는 미션, 클럽 구출작전, 헬기 이송 작전, 마지막 화의 흔들다리 결투, <부산행> 오마주 등 스케일도 커졌고 액션의 강도도 세졌다.

하지만 <좀비버스2>의 좀비 세계관에 빠져들기 위해서는 리얼버라이어티식 캐릭터쇼라는 포탈을 먼저 거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좀비 예능에서 끊임없이 되살리고 더욱 힘을 준 부분은, 점점 더 진정성을 쫓는 예능사에서 과거의 영광으로 밀려난 리얼 버라이어티에 대한 향수다.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처럼, ‘좀반인’ 노홍철의 활약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특유의 리얼버라이어티식 캐릭터쇼에 대한 로망을 다시 한 번 지핀다.

그래서 좀비예능이라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나섰다고 하지만 리얼버라이어티의 익숙함이 먼저 느껴진다. 새로운 얼굴들의 활약보다는 익숙한 예능 선수들의 존재감이 도드라지고, 덱스라는 새 인물의 매력에 일정 부분 승차했던 시즌1과 달리 출연자도 늘고, 유튜버들도 포함했지만 <좀비버스2>만의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는 의외의 인물은 발견되지 않는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새로운 얼굴을 쓰는 건, 새로운 이야기를 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흑백요리사>가 익숙한 얼굴들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익숙한 스타 셰프에 대항하는 새로운 얼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콘트라스트의 화룡정점은 캐스팅 자체가 기획이자 모든 지식과 솔루션의 종착점이었던 백종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 대중에게는 낯설고 새로운 파인다이닝 출신 3스타 셰프 안성재였다.

이처럼 특정 세계관을 상정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리얼하게 내세우는 예능에서는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드러내는 것이 ‘몰입’의 단초이자 세계관에 들어서는 포탈이 된다. 최근 롤플레잉, 두뇌게임을 추구하는 OTT 서바이벌쇼들이 확장성이 낮은 것도 같은 이유다. 비슷한 기획이 거듭되면서 서바이벌게임 출신 경력자들이 이합집산하고, 이들이 판을 이끌면서 새로움을 발견할 공간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좀비물이란 기본적으로 고어한 볼거리나, 현대문명과 일상이 리셋된 환경에서 발현되는 생존 본능을 즐기는 장르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하이퍼리얼리즘을 끌어내는 몰입이 단초이자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다. <좀비버스2>도 중간중간 인간적인 선택의 갈림길, 가치의 기준 등에 대한 퀴즈를 제시한다. 스토리라인도 1편보다 확실히 정교해졌다(마지막화 제외). 하지만 그렇다고 좀비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쫄깃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다. 대신 가상의 상황극임을 잊고 몰입하게 만드는 리얼리티가 아닌 리얼버라이어티를 선택했다. 문제는 그 종착지가 현실에선 이미 지나간 역이라는 점이다.

익숙한 사람들이 펼치는 캐릭터쇼에서 새로운 사람을 발견할 기회는 거의 없다. 예능 선수들의 캐릭터쇼가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좀비버스2>의 재미는 긴장감보다는 웃음과 웃참 포인트다. 이는 거꾸로 좀비물이란 특유의 장르적 특성이나 요소가 예능 선수들이 캐릭터쇼를 펼치기 위한 무대 배경으로만 쓰이고 있단 뜻이다. 시즌1도 그러고 이번에도 정주행을 하면서 느낀 건 ‘연기하는 좀비’만으로는 리얼하지 않는 리얼 버라이어티, 너무나 익숙한 예능 선수들이 펼치는 캐릭터쇼의 세계로 다시 돌아가기란 쉽지 않은 여정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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