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 이은 ‘강남 비-사이드’, 디즈니플러스 형사물의 색깔 만드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강남 비-사이드>는 확실히 호불호가 갈리는 드라마다. 워낙 비속어 천지인 데다 피가 철철 흐르는 폭력 액션들이 난무한다. 게다가 마약에 성 착취 당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담겼다. 그러니 일단 편하게 보기가 어렵다.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는 보기 불편한 장면들이 적지 않다.

아예 19금 설정으로 방영된 강남의 클럽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괴한 마약파티는 이곳이 소돔의 재연처럼 여겨질 정도로 타락과 향락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들의 소돔에는 착취당하는 피해자들이 존재한다. 가출팸처럼 시작했다 돈 벌려고 자발적으로 그 세계로 뛰어드는 이들은 마약에 빠져 결국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강남을 소돔처럼 그려내는 이유는 이 지경을 만들어낸 거대한 자본과 권력의 카르텔이 이면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함이다. <강남 비-사이드>는 그 카르텔에 재희(김형서)를 잃은 윤길호(지창욱)와, 재희의 복수를 위해 그 세계에 뛰어든 딸 예서(오예주)를 구해내려 안간힘을 쓰는 형사 강동우(조우진)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다.

클럽에서 벌어지는 건 마약파티만이 아니다. 마치 콜로세움처럼 생긴 격투장에서 피가 튀는 격투를 두고 도박파티도 벌어진다. 고대 로마가 귀족들의 향락을 위해 글래디에이터들을 콜로세움에 세웠다면, 이 드라마 속 강남에서는 정관계 부유층 자제들의 쾌락을 위해 성적 착취를 당하는 여성들과 현대판 글래디에이터들이 비밀스런 공간에 세워진다. 그러니 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윤길호나 강동우의 싸움은 피와 살점이 튀는 처절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극악한 상황들이 허무맹랑하게 여겨지지 않는 건 여러모로 버닝썬 게이트 등을 통해 알려진 클럽에서 벌어졌던 충격적인 사건들을 이미 우리가 접했기 때문이다. 현실이 그러한데 드라마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는 상황을 담아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처럼 보인다. 그래서 이들과 싸우는 강동우와 윤길호의 액션은 깔끔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상처가 나고 피가 흐르고 다치면서도 끝까지 싸우는 그런 액션이다. 연인 관계나 부녀 관계 같은 설정은 이들의 액션에 더 절절한 감정을 부여한다.

사실 과연 저런 일들이 가능할까 싶은 개연성에 의문부호가 붙는 설정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재희가 왜 예서와 가까운 사이가 되고 둘도 없는 절친이 됐는가에 대한 선명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있고, 재희의 복수를 위해 예서가 그 무시무시한 클럽의 카르텔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것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윤길호가 재희에게 집착하고 끝까지 복수를 하려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구멍이 숭숭 뚫린 개연성을 채워주는 건 연기자들이다. 지창욱은 한 마디로 ‘만신창이’가 되는 액션을 마치 야수 같은 모습으로 그려냄으로써 재희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연기로 표현하고, 재희 역할의 김형서 역시 저들의 손에 놀아나기 보다는 스스로 몸을 던지는 강렬한 엔딩으로 이 작품에 강력한 동력을 만들어낸다. 딸에 대한 절절한 부성애로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강동우 역할의 조우진도 마찬가지고, 카르텔의 최강 빌런들인 노준서 역할의 정가람, 싸이키 임성재, 최종보스 최학구 역할의 김종수, 탁주일 역할의 정만식 등의 악역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지창욱과 김형서의 조합은 지난 <최악의 악>에 이어 이번에도 옳은 선택이라는 걸 보여준다. 지창욱의 핏빛 액션은 그저 보는 차원이 아니라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강렬하고, 김형서는 가수로의 발랄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연기자로서의 강인한 인상을 액션 연기들을 통해 하나하나 쌓아나가고 있다.

<최악의 악>에 이어 <강남 비-사이드>에서도 맞춰진 이 호흡은 그래서 디즈니플러스 형사물의 색깔을 만들어가는 느낌이다. 그저 수사하고 추격하고 붙잡는 그런 형사물에서 더 선이 굵고 느와르에 가까운 형사물의 색채랄까. 또 그런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창욱과 김형서의 이 조합으로 디즈니플러스가 새로운 작품을 들고 온다면 당연히 챙겨보고 싶은 그런 색깔이 만들어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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