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 근간에 새 셰프들 더하니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JTBC의 원조 요리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가 돌아왔다. 제목은 <냉장고를 부탁해 since 2014>(이하 <냉장고를 부탁해>)’. 벌써 햇수로 10년이 됐다는 게 잘 드러나는 제목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2014년에 시작해 2019년까지 5년 간 방영됐다가 5년을 쉬고 다시 돌아왔다. 가게로 치면 5년 간 휴지기를 가진 셈인데 어떤 계기를 맞아 다시 오픈한 셈이다.

그 계기는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라는 걸 부인하기 어렵다. <흑백요리사>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스타 셰프들의 풀도 늘어났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5년 전 잠시 가게를 휴업하게 된 건 다름 아닌 출연진들이 너무 익숙해져서다. 제 아무리 요리 잘하고 입담 좋은 셰프들이라고 해도 5년 동안 매주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그 애초의 맛을 느끼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음식이 그러하듯이.

<흑백요리사>의 등장과 거기서 배출된 스타 셰프들은 그래서 <냉장고를 부탁해>가 부활할 수 있는 원천적인 힘을 제공했다. 새로 시작한 <냉장고를 부탁해>의 첫 방송은 그래서 기존 출연자들인 최현석, 이연복, 김풍, 정호영의 맞은 편 자리에 <흑백요리사>가 배출한 에드워드 리, 최강록, 이미영, 박은영을 세웠다.

“저는 비빔인간입니다”라는 멘트로 유명해진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의 준우승자이고, 최강록은 일찍 탈락했지만 만화 같은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았다. 이미영은 급식대가로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맞았고, 박은영은 여경래 셰프의 수제자로 중식의 떠오르는 젊은 셰프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요리능력은 물론이고 확실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가진 인물들이다.

그렇다면 돌아온 <냉장고를 부탁해>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여전했다. 김성주와 안정환의 실시간 스포츠 중계를 방불케 하는 토크와 진행이 이어졌고, 15분 룰에 맞춰 진행되는 요리는 긴박감과 더불어 왁자지껄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새로 출연한 <흑백요리사> 팀에게 제공되는 1분 베네핏(1분 먼저 하거나 상대를 1분간 멈춰세울 수 있는 베네핏)까지 더해져 15분간 펼쳐지는 요리 대결은 더 드라마틱해졌다.

게스트로 영탁과 침착맨이 출연했지만 새로 재개된 첫 방송이어서인지 게스트보다는 새로 등장한 셰프들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 그중에서도 에드워드 리는 <흑백요리사>에서도 그랬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도 요리 실력은 물론이고 만만찮은 재치와 입담을 드러냈다. 한국말은 여전히 서투르지만 이른바 ‘쇼’를 아는 듯한 그의 모습은 1분 베네핏에서 상대인 최현석을 멈춰세우고는 갑자기 냉장고에서 찾아낸 팩을 붙이며 여유를 보이는 광경까지 연출했다.

급하게 해야 하는 요리를 보며 자신은 이 세계관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향후 그의 요리대결에 대한 기대감을 오히려 놓은 최강록이나, 역시 15분 요리가 익숙치 않아 요리를 다 하고도 정작 밥은 준비하지 않아 진땀을 뺀 급식대가 이미영이 새로 들어와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을 예능적 재미로 만들었다면, 늘 진지한 척 하면서 깨알같은 농담을 던지는 최현석이나 중식 대가다운 여유를 보여주는 이연복에서는 경험에서 나오는 편안한 예능의 맛이 느껴졌다.

시작한 지 10년이 흘렀지만 변함없는 룰이 ‘근간’이 되어주는 <냉장고를 부탁해>는 확실히 새로운 셰프들의 등장으로 활기가 넘쳤다. 그 관심과 기대를 시청률 지표도 보여줬다. 첫 회에 5.2%(닐슨 코리아)라는 높은 시청률이 나왔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 힘이 얼마나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물론 한동안은 힘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매주 방영되는 정규 프로그램은 시간이 갈수록 힘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특별한 주제를 세우고 10회 정도로 나눠 시즌제로 구성하는 방식도 고민해보면 어떨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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