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자메이카보다 유재석? 금메달보다 김연아

[엔터미디어=이만수 기자]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된다.’ MBC 예능 <무한도전>이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러시아의 텃세로 금메달을 빼앗긴 것에 보내는 메시지다. 자메이카로 떠나는 팀과 잔류하는 팀이 나눠지고 잔류하는 팀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나온 메시지다. 길이 “프리 허그처럼 프리 뺨맞기”를 하자며 “국민들이 누구 뺨을 많이 때리냐를 두고 보자”고 제안하자 유재석이 “1등은 정해져 있어”라고 말했다. 여기에 박명수가 “세상은 1등만 기억해”라고 반응하자 순간 등장한 자막이 ‘때로는 은메달이 더 기억된다’이다.

자메이카와 제설작업. 금메달과 은메달 만큼 다른 느낌을 주는 미션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는 따뜻한 축제의 나라 자메이카로 떠나고 누군가는 여기 남아 기록적인 눈이 내린 강원도로 가 눈을 치워야 한다. 비교 체험 극과 극. 결국 자메이카 가는 팀은 하하와 스컬, 지난 레게 테스트에서 우승한 정형돈과 남은 티켓 하나를 거머쥔 노홍철이 됐다. 못 가게된 길과 정준하는 아쉬워했지만 박명수는 반응이 조금 달랐다. 유재석이 자메이카에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기꺼이 남겠다고 한 것.

박명수의 반응이 이렇게 나온 것은 지난 ‘알래스카에서 김상덕씨 찾기’ 특집으로 유재석이 정형돈, 노홍철과 알래스카로 떠나고 남은 길과 박명수, 정준하가 상공 55미터의 번지점프대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도 그다지 방송분량을 뽑지 못했던 경험 때문이다. 유재석의 부재에 당시 국내에 남은 멤버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도 큰 재미를 만들지는 못했던 것.

이번 특집에서 자메이카 원정대(?)의 팀장을 억지로 떠맡게 된 하하는 그래서 떠나기 전부터 그 유재석 없는 부담감을 드러냈다. 노홍철과 정형돈이 그를 유재석처럼 중심에 세우고 떠받들려 하자 하하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저 레게 파티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는 그다지 임팩트 있는 방송분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실감했는지 그들은 ‘우사인 볼트를 만나러 간다’는 새로운 미션을 앞세우고 이를 통해 이야기를 뽑아냈다.



SNS로 우사인 볼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그가 반응을 보여줄 때마다 새벽에 모여 호들갑을 떠는 장면은 자메이카에서 그를 과연 만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을 만들었다. 그렇게 자메이카까지 날아간 그들은 현지의 절벽 다이빙 앞에서 누가 뛰어내릴 것인가를 두고 벌일 가위 바위 보 앞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첫 회를 마무리 지었다.

한편 유재석은 지난 번지점프대에서의 악몽을 떠올리는 길과 박명수, 정준하를 데리고 강원도로 떠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가는 길에 휴게소에서 벌이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대결은 즉석에서 꾸려진 것이지만 충분한 재미를 안겨주었다. 어디로 가는 지 알 수 없는 멤버들은 유재석의 행보에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특유의 믿음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알래스카 특집처럼 극과 극의 체험을 그저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것이 이번 특집의 핵심일 것이다. 하지만 소치 동계 올림픽 김연아 선수가 딴 은메달의 아쉬움이 컸던 것일까. 자메이카와 강원도의 비교체험 극과 극은 기묘하게도 김연아 선수에 대한 이야기처럼 편집되었다. 비록 자메이카에 가지 못해도 유재석이라는 믿고 보는 에이스가 있기에 강원도에서 벌어질 제설작업이 훨씬 더 기억에 남을 지도 모른다는 것. 역시 <무한도전>다운 순발력이 아닐 수 없다.

이만수 기자 leems@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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