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에게 물어봐’, 우주가 배경인 로코 뭐가 문제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브, 당신밖에 안 보여 이제! 당신밖에 안 보여!” tvN 토일드라마 <별들에게 물어봐>에서 공룡(이민호)은 이브(공효진)에게 그렇게 외친다. 고리를 풀어야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래서 공룡이 무식하고 용감하게 우주정거장 바깥으로 나와 그 고리를 향해 다가가 손을 뻗는 장면이다. 우주복 장갑이 손상되어 이브는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고, 어떻게든 고리를 찾아내 풀려고 손을 뻗으며 공룡이 외치는 그 대사는 마치 로맨틱 코미디의 고백처럼 들린다. 당신밖에 안 보인다는 식으로.

하지만 사실 이 대사는 이브만이 그 고리를 볼 수 있고, 그래서 그 위치를 알려줘야 공룡이 다가가 고리를 풀어낼 수 있다고 외치는 장면이다. 그런데 굳이 이 대사를 이러한 중의적인 느낌으로 풀어낸 건 이 드라마가 애초에 의도한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다. 그 외침을 들은 이브의 눈물 한 방울이 클로즈업되어 우주복 안에서 움직이는 장면까지 더해져 이 장면은 애틋함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결국 이 무모한 공룡의 시도로 인해 죽을 수도 있었던 이브가 살아돌아온 후 두 사람의 관계는 커맨더와 손님의 차원을 넘어서기 시작한다.

물론 공룡과 이브의 이런 관계가 만들어질 거라는 건 이미 세상 모든 생명들을 소중히 여기는 이브와 그 생명들을 역시 소중히 여기며 받아내는 걸 소신으로 여기는 산부인과 의사 공룡이 우주선에 무임승차한 초파리를 두고 벌이는 해프닝에서도, 또 갑자기 심정지를 일으킨 쥐를 무중력 상태에서 외과수술을 통한 심장마사지(?)로 살려내는 장면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공룡을 껴안고 “여기 우주에 당신이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이브가 말하는 장면이 그렇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이처럼 우주에 떠 있는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아마도 국내 최초로 시도되고 있는 드라마지만 그 이야기는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로맨틱 코미디다. 그것도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로맨스니 오피스 로맨틱 코미디라 할만하다. 우주까지 나가서 ‘사랑이야기’를 담는다는 것이 어딘가 너무 어울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그 의도는 분명하다. 우리가 하나의 생명을 우주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우주 속에서 생명과 그 생명을 탄생시키는 사랑이야기를 하는 것이 은유적으로 울림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러한 의미만이 아니라 그만한 재미도 담고 있는가다. 먼저 우주 배경의 드라마를 최초로 시도한다고 했을 때 대중들이 가졌을 기대감을 떠올려보면, 시작을 채워놓은 초파리의 짝짓기 이야기는 다소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을 게다. 또한 무려 700억을 들여 우주정거장까지 공룡을 보내서 하려는 것이 재벌가의 대를 잇기 위한 시험관 수술이라는 것이 과연 현재의 우리네 서민들의 정서에 어울릴까 싶은 면이 있다.

물론 그것은 그 수술의 성공만이 아니라 많은 난치병을 해결하기 위한 도전이라고 포장될 수 있지만, 어쨌든 드라마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건 천문학적 돈을 투여해 재벌가의 대를 잇는다는 것이 아닌가. 이런 설정이 공룡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커맨더로 공룡과 우주정거장에서 로맨스를 키워갈 이브도 그곳에서의 엄격한 임무와 개인적 관심사(이를테면 초파리의 짝짓기 같은)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인다. 그래서 공룡이 외과수술을 통해 쥐를 살려내자 갑자기 그를 껴안는 이브의 모습은 다소 어색해 보인다.

즉 우주에서의 로맨스가 문제가 아니라, 그걸 그리려 의도했다면 두 인물의 매력이 좀더 분명히 드러날 수 있게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별들에게 물어봐>는 그래서 우주정거장을 배경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적 교감을 보여준다기보다는, 마치 우주정거장이라는 실험실에서 다소 의도적으로 벌어지는 로맨스 실험 같은 느낌을 준다. 저 초파리가 들어있는 시험관의 우주정거장 버전 같은 느낌이 그것이다.

1월부터 야심차게 편성된 작품이지만, 시의적으로도 <별들에게 물어봐>는 어딘가 현 서민들의 정서와는 엇나간 느낌이다. 마치 탄핵 정국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진 현재 우주에서의 로맨스는 너무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민호와 공효진 같은 배우에 500억을 들여 만든 대작이지만 4회까지 2%대 시청률에 머물고 화제성도 그다지 없게 된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처럼 보인다. 과연 이런 초반의 부진을 공룡과 이브의 우주 로맨스는 반등시킬 수 있을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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