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사회, 그리고 연예계를 위해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요즘 세상, 왜 이렇게 질 낮은 사람이 많아진 걸까. 자신의 이익 앞에서는 영혼이라도 팔아치울 이들이 넘쳐난다. 얼마 전 박나래 유튜브 채널 ‘나래식’에 육성재와 김지연이 SBS 드라마 <귀궁> 홍보 차 출연했는데 듣자니 과거 육성재가 김지연에게 이런 조언을 했단다. 이 바닥에 진짜 양아치가 많으니 그나마 너를 잘 아는 양아치랑 일을 하라고. 어디 엔터 업계에만 양아치가 많겠나. 이 나라 이 땅에 양아치가 차고 넘친다.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하지?

그간 방송 평론가로서 여러 연예인을 만나왔다. 대화를 시작하자마자 믿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가 몇 있었는데 그 첫 번째는 배우 장혁이다. 2010년, KBS 드라마 <추노>로 정점을 찍은 시기에 만났는데 사실 매체가 인터뷰 제안을 했을 때 선뜻 내키지 않았다. 2004년 병역 비리로 재입대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인 건, 내 마음을 들여다보듯이 그가 병역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는 점이다. <추노> 촬영 현장에서 왜 그렇게까지 몸을 힘들게 했느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하는 게 아닌가. "제가 사회에 큰 빚이 있어서요. 다시 기회를 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최선을 다해야죠." 진정성이 느껴졌다. 남 탓은 없었고, 자신이 받은 기회를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만 있었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늦기 전에 어학연수 샬라샬라>에서 보면 그 순수함과 열정은 여전하다. 그가 말한 평생 갚겠다는 다짐은 허언은 아니리라.

두 번째는 박형식이다. 2013년 tvN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에서 이진욱의 아역으로 등장했을 때였다. 신인임에도 몰입도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 이후 MBC 예능 <진짜 사나이>에서는 ‘아기 병사’로 불리며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SBS <상속자들>로 이어지며 그 해는 말 그대로 '박형식의 해'였다. 최근 종영한 SBS <보물섬>으로 그의 연기 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허준호, 이해영과 같은 관록 있는 배우들과 나란히 견주어도 전혀 밀리지 않았으니까.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더 블록>에서 보여준 태도 또한 인상 깊다. 긍정적이고 사려 깊으며, 무엇보다 주변을 따뜻하게 만드는 기운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이는 윤시윤이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생후 8개월부터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고, 초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처음 피자를 먹어봤다고 했으니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다지 풍요한 어린 시절은 아니었으리라. 그러나 활자 중독을 의심할 정도로 책을 가까이하며 자랐단다. 아마도 할머님의 교육관이 큰 영향을 주셨을 터, 그런 성장 배경이 그의 언행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말 한마디 한마디, 조심하는 편이에요. 제 맘대로 정의를 내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거든요.” 이 사람 참 귀하다.

2015년 KBS 예능 <1박 2일>에 투입되었을 때, 걱정이 앞섰던 건 사실이다. 여러 논란의 인물들이 포함된 시기였고, 환경이 사람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분위기를 따뜻하게, 긍정적으로, 의욕적으로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중심엔 유호진 PD와 윤시윤의 소신과 신념이 있었으리라.

장혁, 박형식, 윤시윤. 이 세 사람은 내가 만나본, 말 그대로 ‘착한 사람들’이다. 연예계라는 거친 흐름 속에서도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들. 우리는 자주 묻는다. 착하게 살면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정말 그럴까? 착한 사람이 손해를 보지 않는 사회,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JTBC,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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