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적 학원 액션물, ‘하이스쿨 히어로즈’도 시즌2로 돌아올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폭력 총량의 법칙이라고 들어봤어? 폭력은 행사한 크기만큼 다시 돌아오는 거야.” 싸움짱들만 살아남아 나갈 수 있다는 무명고등학교에서 전학 온 걸재(육준서)는 기수(유희제)와 그가 이끄는 무리들의 떼거리 공격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이 되어 문병 온 윤기(김도완)에게 폭력 총량의 법칙에 대해 말한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초탈한 표정이다.
이 장면은 웨이브 드라마 <ONE : 하이스쿨 히어로즈>가 여타의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하는 학원 액션물과는 사뭇 다른 차별점을 드러낸다. 물론 <하이스쿨 히어로즈>도 그 이야기의 시작과 전개는 학원 액션물의 공식을 따라간다. 전학 온 주인공과 공부에만 전념하려던 그가 일진들과 갈등을 일으키면서 고구마 줄기 엮듯 줄줄이 이어지는 대결의 연속이 그것이다. 여기에 윤기 같은 주인공을 돕거나 혹은 이용하는 캐릭터가 있는 것도 큰 틀 안에서 학원 액션물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간다.

하지만 이 작품의 차별점은 의겸(이정하)이라는 주인공이 왜 일진들과 싸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에서 나타난다. 의겸이 주먹을 들게 되는 건 죽은 형의 유품인 워크맨을 저들이 건드린 것이 발단이 되지만, 그렇게 의외의 싸움실력을 알게 되고 일진들을 하나하나 무너뜨리기 시작하면서 의겸은 폭력 그 자체에 점점 중독되어간다.
그 폭력 중독을 가중시키는 건 그를 둘러싼 폭력적인 현실들이다. 아버지 김석태(김상호)는 자신이 의사가 되지 못해 사회에서 밀려났다는 열패감을 자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한다. 자식들을 의대에 보내기 위해 폭력을 ‘사랑의 매’라며 행사하는 인물이다. 그로 인해 의겸의 형이 의대에 들어간 후 그 수업을 버티지 못하고 자살하고, 의겸과 그의 엄마는 그 일로 인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는다. 하지만 김석태는 더더욱 의겸에게 집착한다. 형이 실패한 걸 의겸은 해내야 한다며.

형 또한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동생인 의겸에게 자신도 모르게 폭력을 행사하는 정신적인 문제를 겪었고, 그래서 의겸은 형에 대한 연민과 분노가 교차하는 양가감정을 갖고 있다. 또 아버지이기 때문에 따르긴 하지만 그에 대한 분노도 폭발 직전이다. 그 분노는 그래서 의겸이 약한 아이들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일진들을 때려잡는 그 폭력(결국은 그것도 폭력이다)으로 터져나온다. 일진들 앞에서 자신은 그들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의겸은 저들의 꼭대기에 있는 기수가 말하듯 별반 다를 바 없는 ‘고장난 존재’들이다. 아무도 고칠 수 없을 것 같은.
끝끝내 멈춰야할 폭력을 멈추지 못하고 폭발시키는 의겸의 모습은 그래서 학원액션물의 그 흔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과는 다른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내는 충격과 자극을 준다. 그 광경을 너무나 놀라서 바라보는 의겸의 아버지가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라고 묻는 장면은 아이러니하다. 그건 결국 자신의 폭력이 돌고 돌아서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의겸이 기수에게 날리는 주먹은 그래서 기수만이 아니라 형과 아버지 나아가 자포자기의 자신에게까지 던지는 분노의 표현이다. 폭력은 그렇게 돌고 돌아 다시 되돌아온다.

“생각났어. 내 꿈. 나는 푸른 하늘이 좋았어. 이건 내 첫 번째 비행이야.” 폭력을 끝내 멈추지 못하고 마지막 카운터까지 날리는 의겸은 그렇게 생각한다. 그 비행은 중의적 의미다. 날아가는 자유를 뜻하기도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탈선을 뜻한다. 탈선을 해서야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아이러니. 세상의 크고 작은 무수한 폭력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선 바깥으로 밀어내는가를 이 장면이 보여준다.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그렇게 의겸의 ‘첫 번째 비행’을 마지막으로 그와 윤기가 저 악명 높은 무명고등학교(마치 교도소처럼 보인다)로 전학가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이 문제적 학원 액션물의 시즌2를 위한 포석인 셈이다. 살아남아야 빠져나올 수 있다는 무명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하이스쿨 히어로즈>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기존의 학원 액션물의 틀 위에서 새로운 변주를 보여준 이 작품이, 저 웨이브가 만들어냈던 <약한영웅>처럼 향후 행보를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gmail.com
[사진=웨이브]

